친교실

제목 시인 안도현 2011년 11월 07일
작성자 시사랑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준다는 것

안도현

 

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

빈 손밖에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

나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

떨리는 내 손을 포개어 얹은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준다는 것

그것은

빼앗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이 지상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전체를 소유하는 것보다

부끄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대여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하다는 것

안도현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겨울편지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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