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새로운 시작 2011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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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미친듯이 준비를 해서 딸아이를 시누에게 맡기고 출근했다.시누는 아랫층에 사시면서 미용실을 하신다. 네 살 된 우리 딸을 아침을 먹여 어린이집에 보내신다. 또 아침마다 내 머리를 드라이 해주신다.

 가을이 와서 난 취직을 했다. 대학 졸업하고 1 년 6개월 한 사회생활이 전부였는데 이제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데 학습부진아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오늘은 수업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찿아가 나올 것을 종용했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다. 의외로 아이들은 순순히 나오겠다고 했다. 오전에는 수업 도우미를 한 두 시간 하고 주로 오후에 수업을 한다. 아직 한 달도 안 되서 모든게 엉망이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길 잃은 양떼를 모으듯이 숨어 있는 아이들을 다 찿으러 다니고 있다.

  이번에 돈 번 것은 내 맘대로 쓰라고 남편이 말했다. 멋진 남편이다.  우선 엄마께 메이커 옷을 사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조카들 옷을 사줄 생각이다. 또 시아버님 약을 사드릴 생각이다. 돈을 벌어보니 가장인 남편의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을 하는게 참 피곤하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빈 시간에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 어제는 함석헌 선생에 대한 책을 읽었다. 장준하, 문익환, 김교신 등 의의 길을 가느라 고난의 인생을 사신 분들을 보며 난 얼마나 편하고 안일하게 사는가를 반성했다. 그분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삶을 향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나면 교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루었다. 더 안정된 편한 자리면 좋겠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어제는 피곤해서 양치도 못 하고 잠들었다. 5 시가 되기 전에 퇴근하는데도 그렇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를 질문한다. 그 대답은 아직 모르겠다. 난 뭘 해야 할까?  난 왜 이 아이들을 만나게 된 걸까? 그걸 알면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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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11 11-02 11:11)
취업을 축하드립니다. 영육간에 강건한 가운데 보람을 얻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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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11 11-02 05:11)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아이들 하나하나를 하나님이 내 앞으로 이끌어주셨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게 되겠지요. 축하해요. 잘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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