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시인 박경리2 2011년 10월 24일
작성자 시사랑

사람의 됨됨이

박경리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농촌 아낙네

박경리

 

뙤약볕 아래

밭을 메는 아낙네는

밭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온 밭을 끌어안고 토닥거린다

 

밭둑길 논둑길이 닳도록 오가며

어미새가 모이 물어 나르듯 오가며

그것이 배추이든 고추이든

보리 콩 수수 벼 어느 것이든 간에

모두 미숙한 생명들이니

아낙에게는 가슴 타게 하는 자식들이다

 

하늘을 우러러 축수한다

자비를 주시오소서 하나님

연약한 묵숨에게 자비를

목마르지 않게 비 내려 주시고

춥지 않게 햇볕 내려 주시고

숨 막히지 않게 바람 보내 주시오소서

밭을 끌어안은 아낙네는

젖줄 물려주는 대지의 여신과 함께

번갈아 가며

생명을 양육하는 거룩한 어머니다

 

 

마음

박경리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 먹인 모시 적삼같이

사물은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쫓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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