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시인 권정생2 2011년 10월 02일
작성자 시사랑

얘들아 우리는

권정생

 

백두산 산바람 마시고 사는 얘들아

대동강 강물에 멱감는 얘들아

이곳 산바람을 아니?

낙동강 물 빛깔을 알고 있니?

니네들도 모두 모두 보고 있겠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보름달 두둥실 보고 있겠지

얘들아, 얘들아

우리는 어른들을 닮지 말자

백두산, 금강산, 태백산, 한라산

우리들의 산에 나무가 자라듯

푸르게 나무들이 자라듯이

우리는 한 빛깔

높지도 낮지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아이들

어른들은 담을 쌓고 등을 돌리고

어른들은 높은 자리가 좋다고 하지만

사람을 부리는 게 좋다고 하지만

얘들아, 우리는 어른들을 닮지 말자

어른들은 빛깔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단군 할라버지의 손자들

백두산 산바람 밑에도

귀순이란 애가 살고 있겠지

깜돌이란 애가 살고 있겠지

태백산 산바람 밑에도

혜순이란 애가 살고 있단다

또식이란 애가 살고 있단다

모두 눈이 새까만 애들

모두 입술이 빨간 애들

설날이 오면 널을 뛰고 연을 날리고

썰매 타고 제기 차고

여름엔 미역감고 씨름도 하고

보리밥 먹고 팔뚝이 굵고

고추장에 김치 먹고 야무진 애들

보리싹처럼 싱싱하고 인정 많은 아이들

우리는 어른들을 닮지 말자

해는 천만 년을 지나도 해이듯이

달은 만만 년을 지나도 달이듯이

우리는 단군 할아버지의 같은 손자들

얘들아, 우리는 어른들을 닮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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