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시인 박경리 2011년 09월 18일
작성자 시사랑

문필가

박경리

 

붓 끝에

악을 녹이는 독이 있어야

그게 참여다

 

붓 끝에

청풍 부르는 소리 있어야

그게 참여다

 

사랑이 있어야

눈물이 있어야

생명

다독거리는 손길 있어야

그래야 그게 참여다

 

 

씩씩하게

박경리

 

뭐가 외로워

조금도 외롭지 않아

뭐가 슬퍼

조금도 슬프지 않아

괜한 어리광이었어

 

저기 됫박쌀 봉지 들고

씩씩하게 가는 늙은이가 있고

저기 목발 짚고

씩씩하게 걷는 소년이 있고

비에 젖으며

날아가는 백로가 있다

 

나도 밑바닥 세월 속에선

참 씩씩했었다

일체중생 모두 고달픈 것을

나 또한 중생의 하나이니

슬퍼 말아라

 

 

시인2

박경리

 

이런 시대에도 시인은 있는가

아아 詩人은 있는가

무진장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에도

수천 명 시인의 명단이 있다는데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방방곡곡 메아리치더니

도시는 병들고 황폐해졌으며

농촌은 농약범벅 비닐이 숨통을 막고 있네

생명들 다 떠나면 어찌하냐

 

남루한 몰골하고서

하늘 우러러보고

땅 굽어보며

가슴 치고 울부짖는 시인은 없는가

예수의 재래처럼 눈부실 텐데

 

아아 시인이여!

보석 같은 시인은 없는가

 

 

차디찬 가슴

박경리

 

가면들이 가까이 멀리서 움직인다

다가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한다

도시의 쓸쓸한 석양

 

가면들도 외로울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외로울까

전봇대에 머리 짓찧지도 못하고

울타리에 매달려 통곡하지도 못하고

소리,소리치르며

대로를 누비지도 못하고

 

삶의 방식은 싸늘한 가슴

경쟁의 무기 역시 싸늘한 가슴

오늘은 그것을 자유라 한다

그러나 싸늘한 가슴에 비장한 비수는

실상 자기 자신을 겨누고 있다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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