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시인 권정생 2011년 09월 09일
작성자 시사랑

엄마 엄마 우리 엄마

권정생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온달같이 고운 엄마

 

고생 고생 살던 엄마

불쌍 불쌍 우리 엄마

 

좋은 반찬 나를 주고

나쁜 반찬 엄마 먹고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좋은 옷도 못 입고서

 

고생 고생 살던 엄마

불쌍 불쌍 죽은 엄마

 

엄마 엄마 무덤가에

꽃 한 송이 피어 있네

 

엄마같이 야윈 얼굴

꽃 한 송이 피어 있네

 

 

하얀 도라지꽃

권정생

 

같은 흙 속에 뿌리박고 있어도

하얀 도라지꽃은 하얗다

 

망초꽃과 진대꽃과 어우러져도

하얀 도라지꽃은

조금도 닮지 않는다

 

하얀 도라지를 좋아하신 우리 할아버지들

그 할아버지들 마음도 하얗을 테지

 

하얀 마음의 할아버지들처럼

우리 손자들도 모두 하얗게

 

하얀 도라지꽃은 카아네이션도 닮지 않고

하얀 도라지꽃은 벚꽃 하고도 닮지 않고

 

하얀 도라지꽃은 하얀 도라지 꽃씨를 남기고

아침마다 눈물짓는 얼굴이어도

하얀 도라지꽃은 하얀 마음을 지킨다

 

 

밭 한 뙤기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뙤기

논 한 뙤기

그걸 모두

"내"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하느님도

"내" 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되고

 

밭 한 뙤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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