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희망공부 2011년 09월 04일
작성자 제자

희망공부

정희성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도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기행

정희성

 

오베르 시청은 옛날 그 모습으로 서 있었다

퇴근시간은 멀었는데 공무원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다 숨었지? 하며 무덤으로 올라갔다

아내는 슈퍼에서 산 카네이션 두 송이를

고흐와 테오의 묘비에 올려놓고 나를 쳐다본다

나는 버릇처럼 하나 둘 셋 셔터를 눌렀다

내일 갈 지베르니에는 꽃이 한창이라는데

모네는 꽃이 너무 많아 하고 생각하며 찰칵,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그렸다는

까마귀가 날고 있는 밀밭에는 까마귀가 보이지 않는다

밀이 익지 않아서일까? 밀이 익을 때쯤에면, 타앙

총성 울리고 까마귀가 이 황금벌판을 까맣게 덮으리라.

 

 

시인본색

정희성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

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

 

 

권정생

정희성

 

조선새는 모두가 운다

웃거나 노래하는 새는 한 마리도 없다

고, 권정생은 노래한다

아니, 운다

까치가 운다

까마귀가 울고 꾀꼬리도 울고 참새도 운다

이것이 반만년을 살아온 우리나라 농민들의 정직한

감정

이라고 쓴 선생은

1937년 토오쿄오 혼마찌 헌옷장수 집 뒷방에서

청소부 아버지와 삯바느질꾼 어머니한테서 태어나

빌어먹을! 조선에 돌아와 유랑걸식 끝에

아이들 읽으라고

글 몇줄 남기고

어메 어메 여러번 외치다가 돌아갔다

조선새는 모두가 운다

웃거나 노래하는 새는 한 마리도 없다.

 

 

에다가와 노래

정희성

 

모국어는 시인에게 조국과도 같은 것

일제하에서도 시인들은 우리말을 지켜냈네

나 해방둥이로 태어나

우리말을 배워 시를 짓고

평생을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네

 

나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네

나라 잃고 말 잃으면 모두를 다 잃는 것

제 이름 제 나라말 잃지 않으면

어디 간들 조국이 살아 있지 않을까

아 마음속에 그리운 우리 조국

 

나 오늘 에다가와 와서 보았네

일본 속에 조국이 살아 있었지

에다가와 어린이 해맑은 웃음 속에

라랴러려 통일희망이 반짝이네

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네.

 

 

새로운 세기의 노래

정희성

 

지나간 세기의 끝은 2000년

이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지요

수수만년 쌓아올린 인류의 꿈은

지금 어느 별에 닿았는가요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며

땀 흘려 일하고

시인들은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사랑노래 하는데

새로운 세기가 밝아오는 대지 위에

야만의 그림자가 서성이고 있네요

지나간 세기의 끝은 2000년

이제 세상도 새롭게 바뀌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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