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바닷가에서 2011년 08월 28일
작성자 제자

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강물

오세영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 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의 격류도

소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 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

 

 

눈물

오세영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이 짜아올린 집

그 안에 삶이 있다

굳이 피하지 마라 슬픔을

묵은 때를 씻기 위하여 걸레에

물기가 필요하듯

정신을 말갛게 닦기 위해선

눈물이 있어야 하는 법

마른 걸레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늘은 모처럼 방을 비우고 걸레로

구석구석 닦는다

내일은

우리들의 축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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