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차창 밖 풍경 2011년 08월 13일
작성자 장혜숙

 

저수지인지 논인지 모르게 물찬 논

 

하늘 바라보며 한숨만 짓는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

그 논에서 벼 모개가 쏘옥 고개를 내민다.

농부는 금쪽보다 더 귀한 벼 모개 쓰다듬으며

연신 고맙다 인사를 한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그런 시간이 지난 후

이젠 패기 시작한 이삭이 농부에게 인사를 한다.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당신의 기도로 이렇게 익어가고 있다고

당신의 마음 기도, 당신의 몸 기도

고맙다고 자꾸만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인다.

 

금보다 더 귀하게 여긴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논은 황금빛을 보여준다.

바람의 축하 연주로 일렁이는 황금물결.

 

다시

농부가 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렇게 익어줘서 고맙다 고맙다

수중에서 살아남고

땡볕에서 인내를 쌓던 너

정말 고맙다 고맙다.

 

내 너를 먹고 사람답게 살리라

내 기도 고맙다고 자꾸만 고개숙이던 너를 닮아

나도 너처럼 고개 숙이며 익어가리라.

이제 나의 밥이 되는 너

나도 누군가의 밥이 되리라.

 

누군가의 밥이 되고

사람답게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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