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유년시절의 기행 2011년 01월 25일
작성자 이광욱
 

저의 고향은 마포구 공덕동 달동네입니다.그곳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모두가 가난했던 그 동네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학교에서 배운 것은 거의 기억 못해도 그 동네에서 이웃과의 관계와 친구들,형,누나,동생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놀았던 추억들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난과 필요는 발명의 왕이라고 했듯이 우리는 참 창의적인 놀이들을 많이 하고 놀았습니다.동네 골목길을 놀이터 삼아서 술래잡기,다방구,치기장난,말뚝박기,닭싸움,얼음땡,1234,동그란,네모난 딱지치기,비석치기,구슬치기,골목축구,골목장기 등의 지금 생각해 보니 창의성과 사회성과 감성을 길러주는 재미있는 놀이들을 여럿이 함께 많이 하며 즐겁게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동네 어린이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친형제처럼 어울리며 더운 여름에 50원짜리 쭈쭈바 사면 친구와 반씩 나눠 먹으며 만화책 서로 바꿔보며 우정을 나누었습니다.어른들도 이사오면 시루떡 돌릴 줄 알았고 골목에 돗자리 펴놓고 강냉이같은 간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곤했지요.좁은 마당과 골목 안에서 분꽃과 나팔꽃,해바라기꽃을 기를 여유와 멋도 가졌구요.


동네위쪽에 우리들이 동산이라고 부르던 넓은 길이 있었지요.지리적으로 좀 높은 곳에 있기도 했지만 그곳에 동산교회라는 작은 교회가 있어서 그렇게 불렀지요.물론 저희 어린이들은 그 교회에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그래도 아이들은 “예수”라는 이름을 다들 알고 있었나 봅니다.굳이 교회에 가지 않아도 달동네 사람들은 마치 신자들처럼 달동네에서의 삶 그 자체가 나눔과 배려의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만화책 바꿔 보던 민박사 민명준형,지금도 떡복이 장사하는 진주아주머니댁 아들 오병희형,함께 놀다가 놀이기구에서 떨어진 저를 품어주었던 창현이형 그형이 교회에 다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형으로부터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았던 크리스마스카드,전쟁놀이할 때면 꼭 대장노릇하던 리더십있었고 배려심 깊었던 내 친구 병덕이의 형이었던 소아마비장애인형,아버지 없이 어머니가 무당이었던 친형같이 다정했던 보상이형,같이 단칸방 셋방살이 하던 라면머리 영철이와 듬짐했던 영철이형 영국이형,새엄마네 집과 대궐같던 삼촌네 집에 데려같던 얌체개구장이 철영이  함께 어울려 놀던 동네 남동생,여동생들....다 그리운 이름들과 얼굴들입니다.


이렇게 저의 어린시절을 회상해 보면 예수님이 왜 어린아이처럼 하나님나라를 받들며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지,사람이 빵으로만 살 수 없다고 하나님말씀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됩니다.저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요.가난을 미화하면 안 되겠지만 예수님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빵이 필요함을 잘 아셨고(“사람이 살아가는데 빵뿐만 아니라”는 말씀이 이를 증명하지요) 또 인정하셨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시기도 했지요.


그러나 인간의 참된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 욕구뿐만 아니라 사랑,정의,평화,진실같은 정신적 가치들도 더불어 누려야 함을 잘 아시고 빵과 함께 하나님말씀도 필요하다고 언급하신거지요.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그러나 우리가 맹목적으로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오면서 왠지 허전함 내지 허무함 또는 외로움과 불행감을 느낄 때 우리는 다시 우리가 어린 시절 잃어버린 추억 내지 가치들과 예수님의 말씀들을 상기하며 성찰하고 나아가 그 소중한 것들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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