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동네 화원아저씨를 애도하며.. 2011년 01월 23일
작성자 이광욱
 

작년에 동네 단골 화원아저씨가 별세하셨다.근 20년을 만리시장에서 작은 화원을 하시며 봄철이 되면 동네 사람들에게 각종 화초와 채소의 씨앗과 모종을 공급해 오신 분이시다.봄철 한철 장사니 큰 돈 버는 사업은 아닌데 오랜 세월 이 업에 종사해 오셨으니 아마도 이 분은 돈에 욕심이 없고 식물을 좋아하셨으리라 짐작한다.청파동 우리 동네가 다른 동네보다 동네 구석구석에서 도시농업이 이루어져 온 데에는 이분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나도 가끔씩 봄철이면 이분께 각종 채소의 씨앗과 모종,비료 그리고 꽃삽과 화분 등을 사곤 했다.어떤 해 봄에는 강낭콩 씨앗을 이분께 사서 심었는데 싹이 나질 않았다.이분께 여쭤보니 먼저 씨앗을 물에 담가 싹이 나면 심으라고 조언해 주셨다.근데 이번에는 심는 시기를 너무 빨리 해서 싹이 나오질 못했다.다시 아저씨께 찾아 가서 여쭤 보니 웃으시며 4월말경에 심어보라고 말씀하셨다.이렇게 서울촌놈 초짜농부에게 경작도구들을 제공해 주시고 경작방법을 귀뜸해 준 마음 좋은 화원아저씨셨다.하루는 출근 하는 길에 인사 드리니 대뜸 이분께서 “사람이 꽃보다 더 예쁘다”하시며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시기도 하셨다.


오늘 아침 교회 가는 길에 다른 가게로 바뀐 이분의 예전 화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문득 이 분과 얽힌 추억의 상념에 빠졌고 결국 그 추억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 했는데 나는 그분의 이름은 모르고 그분과의 추억과 그분이 베풀어 주신 소박한 사랑들만 기억할 뿐이다.이제 새 봄이 돌아오면 그분께 씨앗과 모종을 얻어가던 동네 사람들이 아쉬움과 함께 나처럼 그분을 추억하리라.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이 화원아저씨처럼 사람들에게 소박한 유익을 끼치고 좋은 추억을 남기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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