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생명의 시(詩) 2010년 12월 12일
작성자 나눔

흰달

폴 베를렌느

 

흰 달이 숲속에서 빛난다

가지마다

소리가 난다

나뭇잎 밑에서

 

아, 사랑하는 사람아

 

연못이 반사한다

깊은 거울처럼

바람이 우는

까만 실버들의

그림자를

 

꿈꾸자, 이제 우리들은

넓고 부드러운

고요가

 

달빛이 빛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순간.

 

 

파파의 노래

로베르트 브라우닝

 

때는 봄

아침

일곱 시

언덕엔 이슬 방울 진주되어 빛나고

종달샌 높이 나는데

달팽인 가시나무 위에 도사렸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니

온 누리가 평화롭도다.

 

 

담벽에 핀 꽃

알프레드 테니슨

 

금간 담벽에 핀 꽃

그 틈바귀에서 너를 따내어

나 여기 뿌리채 손에 들었다

조그마한 꽃이여, 그러나 만일 내가

뿌리채 전부 네가 무엇인지 알아낸다면

신과 사람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으리라.

 

 

나무들

알프레드 킬머

 

나는 생각한다 나무처럼 사랑스런 시일랑

결코 볼 수 없으리라고

 

대지의 단물 흐르는 젖가슴에

굶주린 입술을 꼭 대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나님을 우러러보고

잎새 무성한 팔을 쳐들어 기도 드리는 나무

 

여름엔 머리카락 속에

방울새의 둥지 엮어 주는 나무

 

가슴 위에 눈이 쌓이게 하는가 하면

비와 함께 정답게 사는 나무

 

시는 나와 같은 바보가 엮지만

나무를 만드는 이는 오직 하나님뿐.

 

 

한가

윌리엄 데이비스

 

이 인생이 무엇이랴 근심에 쌓인

길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나뭇가지 아래 서서 양이나 암소 떼마냥

한가롭게 한 곳만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다람쥐들이 풀 속에

밤알 감추는 것을 볼 시간이 없다면

 

환한 대낮에 강물이 밤하늘처럼

별 가득한 것을 볼 시간이 없다면

 

미인의 시선에 몸을 돌려

춤추는 고운 발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여인의 눈에서 시작된 저 미소를

앞으로 더 풍부히 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이 인생은 하찮은 것, 근심에 쌓인

길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