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가을의 시(詩)7 2010년 11월 28일
작성자 나눔

울어야만 웃을 수 있다

황명국

 

눈물이 메마른 세상

울기보다는

웃기를 원하는 이들이 엉겨 사는 곳

아무리 애절한 사연이

신문에 묻어 있어도

통곡의 몸부림이 그려져

동공을 밀고와도

그저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

눈물없이 볼 수 없다는 영화관은

파리들만 날리고

웃기고 부수고 죽이는 곳에는

우글거리는 돌파용 인구들

무슨 캠페인처럼

사고의 영역을 잠식시키는

소문만복래

그러나

알아야 한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다윗처럼

예레미야처럼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처럼

울어야한다는 것을

애통하는 자만이

웃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황명국

 

내가 두려워 하는 날에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순간마다

나의 안전을 위협하며

파도 쳐 오는 그림자들

잠시도 고삐를 놓아주지 않는

관계의 눈망울들

조금도 쉼을 주지 않는

책임의 멍에들

자꾸만 여러가지 색깔로

달콤하게 다가오는 합리화

사소한 타협들

이러한 바람이

잠시도 잠잠하지 않는 현실

그 앞에서 나는

연약한 촛불

그러나

내가 두려워 하는 날에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주를 의지하리이다.

 

 

평화만들기

황명국

 

평화가 없는 세상

모두는

항상

평화를 갈망하지만

평화를 위한 노력은

포기해 버린 듯

아니아니

다른 이들이 노력하여

만들어

안겨 주기를 바라지

바보들

지가 만들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그 꼴로 앉아

기다리기만 하는군.

 

 

소망

황명국

 

니껀 니꺼고

내껀 내껏인 세상

그래서 민주주의라는데

내껀 내꺼고

니껏도 내껏인 세상이

바로 지금

니껀 니꺼고

내껏도 니껏인 세상은

언제 오려나.

 

 

음악은

황명국

 

음악은 강물

어느 산 기슭에서

곱게 샘물로 솟아

길개천으로 모아져

돌 틈새로 구르고

산 허리를 굽이쳐

급류가 되었다가

수 십길 낭떠러지에서

폭포가 되고

어느새 잔잔한 은빛으로

끝없이 바다로 흘러가는

여운.

 

 

열매를 기다리는 그분께

황명국

 

가을 바람이 쓸고 간 나뭇 가지에

까치밥 하나

영글어 남았다

이천년을 살아 온

저주받은 무화과 잎은 사라지고

분명히

눈물로 씨를 뿌리던 이의

기쁜 결실이려니

언제고

그 열매 고이 따다가

나를 기다리는 그분께

옥합 깨뜨려

기름 발라 드리련다.

 

*까치밥: 감을 딸 때 꼭대기의 감 하나를 남겨두는 풍습이 있는데

그 꼭대기의 감을 일컫는 말이다.

 

 

*황명국시인: 음악목사. 가스펠가수 "다윗과 요나단"의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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