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가을의 시(詩)2 2010년 10월 08일
작성자 나눔

가을 엽서

이해인

 

1.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응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2.사랑하늘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올려도

쓴맛도 달게 변한 우리 사랑을 자축해도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의 기도

이해인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 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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