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금치의 기적> 2010년 10월 03일
작성자 장혜숙

가끔 다니던 분식집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여러 번 다녔지만 한 번도 음식 간이 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번엔 칼국수 국물이 평소보다 약간 짭짜롬했다. 큼지막하게 쭉쭉 찢어서 담가 내놓던 김치조각은 좀 작아졌고, 김치 간도 약간 짠 맛이었다.

 

배추값은 치솟는데 음식값은 아직 올리지 않았으니 이 어려운 시절을 버텨나가는 식당 주인을 바라보기가 참 안쓰러웠다.

남긴 반찬을 무조건 다 버리는 식당임을 잘 아는데 어떻게 김치를 남겨 버리게 할 수 있겠는가. 약간 짜기는 하었지만 끝까지 다 먹으며 애초에 덜어놓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교직에 있는 몇 몇 친구들은 학교급식에서 이제 김치를 줄 수 없다는 말을 전해왔다. 배추 한 포기에 일 만원이 넘는 장바구니 물가. 어디 배추 뿐인가. 모든 채소값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식재료 값이 비쌀 때는 반찬을 덜 해먹고 김치나 먹으면 된다는 한국 주부의 개념이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김치조차도 해먹기 힘든 형편이 된 것이다. 무얼 먹고 살지아마도 수입 쇠고기가 제일 싼 셈인가?

 

우리 집엔 다행히(?) 김장김치가 남아있다. 그냥 먹기로는 많이 시지만 찌개를 끓여 먹는데는 좋은 상태이다. 지금처럼 비싼 배추를 사지 않고도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묵은 김치를 먹으면서도 왠지 미안하다. 김치조차 먹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우리는 걱정 없이 먹고 있으니 말이다. 김치를 담그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주부들이 있으니 김치를 먹으면서도 미안하다.

 

주일 교회에서 나눈 점심 애찬.

우리 교회에서는 아마도 처음으로 담가놓은 김치를 배달시켜 먹은 것 같다. 배추 값이 너무 비싸 김치 담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는 곳에서 김장김치 잘 보관되어 좋은 상태의 것을 사먹었다. 아주 맛있는 김치였다.

 

일 만원 넘는 배추값에 정부에서도 화들짝 놀라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도 할 것이고, 계절이 깊어감에 따라 김장 전에 먹을 수 있는 배추의 출하량도 늘어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배추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둘 것도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배추 한 포기에 일 만원이 넘는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벌써부터 김치를 못 먹고 있은 지가 제법 여러 날이 되었을 것이다.

 

주일 오후 예배에서 <오병이어>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내 것을 나눌 때 일어나는 기적.

오병이어의 기적은 우리가 삶으로 실천할 때 일어나는 것이지,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오병이어의 기적이 실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치와 오병이어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비싼 배추값과 나눔의 실천은 또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단어들이다. 서로 엮여질 이유가 없는 단어들 같아 보인다.

그러나, 비싼 배추로 담은 김치와  오병이어의 정신은 분명히 관계가 있다 !

나눔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 말이다.

 

모두가 금치라 불리우는 김치를 먹기 힘든 시절에는 우리 기독교인들도 함께 그 귀한 김치를 나누어 오병이어의 기적, 이른바 지금 시절의 단어로 바꾸자면 금치의 기적이 일어나도록 해야할 것이다.

교회가 눈을 떠야 할 때와 눈을 감아야 할 때가 있다면, 세상의 쾌락에는 눈이 멀어야 하고, 세상의 아픔에는 눈을 크게 떠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 김치 한 조각 먹으면서도 미안한데, 교회에서 배추 값이 어떻든지 여전히 김치를 넉넉히 먹는다면 정말 세상에 눈을 감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 눈을 뜬다면, 애찬 한 끼 쯤은 김치 없이 먹고 그 김치 값에 해당되는 비용을 김치 못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김치를 또는 다른 먹거리를 나눠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누어주는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더라도, 삼가고 절제하고 내핍하는 최소한의 자세를 한 번 쯤은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느 한 주일 김치 없는 애찬, 어떨까요? 이것, 청파교회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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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준(10 10-11 04:10)
교회에서 김치를 만들어서 김치 해먹기 힘드신 분들에게 나눠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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