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이해인수녀님의 동시 2010년 08월 24일
작성자 작은나눔

바다일기

이해인

 

1

늘 푸르게 살라 한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 굽은 마음을 곧게

 

흰 모래를 밟으며

내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위를 바라보며

내 약한 마음을 든든하게

 

그리고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

갈매기처럼 춤추는 마음

 

늘 기쁘게 살라 한다

 

2

바람 많이 부는 날

나는 바다에 나가

마음에 가득 찼던

미움과 욕심의 찌꺼기들을

모조리 쏟아 버리고

 

거센 파도 밀리면

깊이 숨겨 두었던

비밀 이야기들을

바다는 소라 껍질에 담아

모조리 쏟아 버리네

 

3

집에 돌아와서도

자꾸만 바다를 생각하다가

꿈에도 바다에 가네

 

아이들과 함께 조가비를 줍다가

금방 하루가 저물어 안타까운

바다빛 꿈을 꾸네.

 

 

별을 보며

이해인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일 줄 아는 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는 별

나도 별처럼 살고 싶습니다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

먼데까지 많은 이를 비추어 주는

나의 하늘 친구 별

 

나는 날마다

별처럼 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꽃마음 별마음

이해인

 

오래오래 꽃을 바라보면

꽃마음이 됩니다

소리없이 피어나

먼데까지 향기를 날리는

한 송이의 꽃처럼

나도 만나는 이들에게

기쁨의 향기 전하는

꽃마음 고운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오려다보면

별마음이 됩니다

하늘 높이 떠서도 뽐내지 않고

소리없이 빛을 뿜어 내는

한 점 별처럼

나도 누구에게나 빛을 건네 주는

별마음 밝은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촛불의 기도

이해인

 

하느님을 알게 된

이 놀라운 행복을

온 몸으로 태우며 살고 싶어요

 

그분이 주시는 매일매일을

새해 첫날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언제나 설레이며 살고 싶어요

 

하늘 향해 타오르는

이 뜨거운 불꽃의 기도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도록

 

이웃을 위해서도 조국을 위해서도

닫힌 마음 열겠어요

좁은 마음 넗히겠어요

 

내 키가 작아 드는 아픔을

내 몸이 녹아 드는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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