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인간중심적 사고 1 2010년 07월 22일
작성자 장혜숙

인간 중심적 사고 1

 

무더위와 씨름하며 밭에서 풀을 뽑았다.

마늘 밭에 풀이 너무 많아 우선 풀을 제거하지 않으면 마늘을 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도 수시로 풀 뽑기를 하였지만 풀은 지칠 줄 모르고 끈질기게 왕성한 번식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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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잡초라고 쓰지 않은 데는 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잡초라는 이름은 인간이 붙인 것이지, 자연 속에서 잡초로 창조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풀이 한 번 자리잡으면 다른 식물들이 견뎌내질 못하니 우리 인간들은 당연히 잡초를 뽑아낼 수 밖에 없다. 인간이 원하는 식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인한 생명력으로 번식하는 잡초를 잔인하게 제거한다.

모든 생명체는 다 똑같이 귀하고, 자연계에서 서로 보완하며 공존한다는 개념에 잡초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건 제거해야 할 백해무익한 것으로 분류된다. 인간쪽에서 보면 말이다.

야생에서는,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 야생에서는 인간이 정의한 해충이나 잡초도 공존하며 그들만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간다. 자연의 섭리대로 질서가 유지된다.

 

독일에 있을 때의 일이다.

부지런히 청소를 해도 거미줄이 자주 생겼다. 빗자루로 털어냈는데 얼마 후에 보면 또 거미줄이 늘어져있었다. 어느 날, 나는 그 거미줄에 매달린 파리와 다른 날벌레들을 많이 보면서 거미줄 걷어내는 일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거미줄이 파리를 잡아주고, 다른 날벌레들이 집안에 드는 것을 다 막아주었다.

정원 잔디밭에 민들레 홀씨가 날아와 번식을 하기 시작하면 잔디밭은 빠른 속도로 민들레에게 점령당하고, 그걸 막지 못하면 결국은 잔디를 다시 깔아야 할 지경이 된다.

잔디와 민들레와의 관계를 잘 모르는 나는 이른 봄에 민들레나물을 뜯어먹었고, 샛노란 꽃을 즐겼다. 나중에 그 집에서 이사 나올 때는 잔디를 완전히 걷어내고 다시 깔아주는 배상을 해야만 했다.

모든 것은 인간이 정한 설정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거미줄은 털어내고 파리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뿌려야 하는 것, 정원이 민들레 밭이면 안되고 잔디밭이어야 하는 것, 그것은 자연이 가르쳐 준 상식은 아니다.

인간의 눈에 들고 마음에 드는 것은 다른 것으로부터 보호받고, 인간의 눈에 나면 값어치 없는 것으로 생명조차 잃게 되는 것이다.

 

풀은 다 같은 식물이다. 서로 종류가 다를 뿐 화초도 잡초도 다 같은 식물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식물에 해를 끼치는 것은 그 씨를 말려야 할 잡초로 분류되지만 땅에는 잡초도 다른 식물처럼 필요한 존재로서 그 가치가 있다.

풀조차 나지 않는 땅은 식물이 생육할 수 없는 사막이요, 비옥한 땅에는 잡초도 무성하다. 풀은 땅의 이불이고, 땅의 옷. 땅의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며 땅을 보호한다. 땅이 땡볕에 갈라지고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아준다.

 

풀이 잡초가 되어서 뽑혀지는 것은 순전히 인간 중심의 생각일 뿐, 땅에는 잡풀도 화초도 구분할 필요 없는 그냥 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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