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옮겨왔습니다. ^^ 2010년 07월 16일
작성자 도배걸
문학과 실천적 삶으로 풀어낸 예수의 '산상수훈' [종교와 문학의 만남] '삶이 메시지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삶으로 번역 안된 신앙고백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아"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 길을 잃었다는 자각조차 없기 때문이라면, '길 잃음'에 대한 문학적 질문은 신앙에 이르는 불가결한 도정일 것이다. 어쩌면 상투적 언어로 푸석해지는 종교를 건져내는 것이 바로 삶에서 갓 우려낸 문학적 언어일지도 모른다. 이 길 위에 선 종교인들의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종교는 다르지만 책을 사랑하고, 그 텍스트 위에서 구도적 사유를 펼치면서 삶의 실천으로 이어간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 '삶이 메시지다' 14일 찾아간 서울 용산구 청파교회 김기석(53) 목사의 집무실은 소문대로 출입문과 창문을 뺀 삼면이 몇 겹으로 쌓인 책 더미였다. 3,500권쯤 된다는데 집에도 5,000여권이 더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세워진 3층짜리 낡은 교회, 건물이야 허름한 듯 보이지만 그 속은 꽉 차있다는 무언의 표시다. 하루 3~4시간 꼭 책을 읽는다는 그는 문학적 담론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을 여는 개신교계 대표적 목사다.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를 가감 없이 비판한 <속 빈 설교 꽉찬 설교>로 파장을 낳았던 정용섭 목사는 김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는 "설교 한 편 한 편이 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신앙 에세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청파교회 신자의 70%가량은 김 목사의 설교를 듣기 위해 타 지역에서 발품 팔아 찾아온 이들이다. 설교 자체가 고도의 경지에 오른 에세이라는데, 글로 쓴 본격 에세이는 어떨까. 최근 나온 <삶이 메시지다>(포이에마 발행)는 김 목사의 네 번째 저서로 예수의 산상수훈에 대한 얘기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하는 그 가르침은 김 목사의 말대로 "예수 정신의 알짬"이겠지만 세상이 습관에 길들어졌을 땐 액자 속에 갇히기 십상이다. 김 목사의 책은 그 상투성의 위험에 처한 말씀을 새롭게 갈고 닦는데, 우선 동서양의 문학과 타 종교의 경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사유의 진폭과 빼어난 문장력이 뒷받침됐다. 예컨대 '애통해하는 자가 복이 있다'는 구절에 대해 그는 '열하일기' 속 연암 박지원의 울음, 마종기 시인의 시 '나무가 있는 풍경' 속의 슬픔, 그리고 성경 속 베드로의 울음 등을 예로 들며 "자기 연민을 환기시키는 값싼 슬픔 말고 존재의 다른 차원을 여는 슬픔을 맛보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궁극적 위로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44쪽)라고 풀어낸다. 사고가 막히면 유대교 랍비 아브라함 헤셀의 글을 읽고, 너무 무겁다고 느껴지면 밀란 쿤데라를, 지리멸렬하다는 생각이 들면 루쉰의 글을 읽는다는 김 목사는 "문학적 언어와 종교 언어는 본질적으로 '우상파괴적'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둘 다 기존 질서와 가치에 물음표를 던지며 굳은 마음밭을 갈아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종교 언어만큼 우상파괴적 언어도 없다"며 "독재자들의 실수라면 성서를 금서로 만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리타분한 교훈이 아니라 삶을 뒤흔드는 말씀으로서의 종교, 그것에는 물론 단서가 있다. 종교 언어가 구체적 일상 속에서 드러날 때이다. 그는 "남을 사랑하라, 백 번 말만 해봐야 닳아빠진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삶으로 번역되지 않은 신앙고백은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파교회는 신도들의 '1인 1계좌 운동'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하고 '햇빛 발전소'를 만들어 에너지 빈곤층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생명ㆍ평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목사도 1990년 이 교회에 부목사로 와서 7년 후 담임목사가 됐지만 아직 승용차도 없다. 집과 교회는 자전거를 타거나 30분 동안 걸어서 오간다. 그의 수려한 언어가 단순한 수사적 차원의 미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학이나 종교나 그 언어가 진정 생명력을 갖는 순간은 삶 속에 녹아들 때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다. "산상수훈은 정신의 쟁기날이고 얽매임을 끊어내는 활인검이다"(5쪽)는 그의 말이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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