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일년전 목사님의 아름다운 편지글^^ 2010년 05월 08일
작성자 과거청파성가대원

교우 여러분, 평안하신지요?

전화와 메일을 통해 며칠에 한 번씩 교우 여러분들의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한 겨울에도 조금씩 자라는 나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여러분이 고맙고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벌써 교회를 떠나온지도 보름 여가 지났습니다.

저는 비엔나와 잘츠부르그에 머물다고 오늘 뮌헨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나흘 쉼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몸도 마음도 온통 축축해졌습니다.

폭우를 뚫고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등 음악가들이 묻혀 있는

중앙 묘지에 갔을 때는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느낀 것들을 고요히 묵새기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수없이 많은 교회와 성당, 수도원을 순례하면서 유럽의 기독교는

역시 뿌리깊은 나무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잘츠부르크의 뒷골목을 배회하다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작사자인 조셉 모어(Joseph Mohr)가

태어나 살던 집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 옆으로 아주 좁으면서 가파른 골목이 보여 끌리듯 올라갔는데,

그곳은 카푸친회 수도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1시간 30분 여 시간을 들여 수도원을 숲을 걷는 동안

마음이 참 고요하고 차분해졌습니다.

산길을 걸으며 교우 여러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용히 이름을 불렀는데 들으셨는지요?

또 내가 좋아하는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그곳에 오래 머물며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슈테판 츠바이크 길로 명명된 길도 걸었습니다.

 

산 정상 부근에 있는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수도원 교회에 들렀는데, 아무도 없는 교회 안에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물결치듯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자리에 앉아 한 30분 정도 그 경건하고, 영적인

음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마음 깊은 곳에서 고요함과 고독에 대한 갈망이 솟구쳤습니다.

 

나는 가끔 '길을 잃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곤 하는데,

오늘의 경우가 꼭 그랬던 것 같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곁길에서 보화를 만났다고 할까요?

뮌헨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시골길을 택했는데,

가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었습니다.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속을 끓이는 때에

저 홀로 그 현장을 벗어난 것 같아 죄송스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만난 아름다운 인연과, 아름다운 기억은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고, 마음의 중심 흔들리지 않으시길 빕니다.

주님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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