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청파동에서 대학교 후배녀석을 만났을 때 2010년 03월 29일
작성자 권혁신

 

 

정말 격동의 3월이었습니다.

원래 게임 회사로 가기로 약속했다가 깨고서 여러분의 조언에 따라 기독교 출판사로 간 것부터가 시작이었고...

목욕탕에 가셨던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간 거.

병원에 문안 갈 때 쓴다고 자전거 꺼내놨다가 도둑맞은 거.

그리고 돌아온 어머니께서 시골 외갓집으로 내려가시겠다고 폭탄 선언.

둘째 누나도 조카랑 따라내려가겠다고 하고요.

졸지에 저는 자취생 신세.

그 외 개인적인 취미 활동으로 바빠서...

정신이 정말 없었는데요.

 

어제 교회에서 점심밥으로는 부족해 양손에 커피와 율무차를 들고 교회 정문 옆 벤치에서 고구마 스넥을 씹어먹다 그만 앞니가 깨졌습니다. 흐윽.

 

그러고는 교회를 나와 숙대 앞에 생긴 헌책까페를 찾아갔는데(교회에서 팜플렛을 봤음) 주일이라 문을 닫았더군요.

힘이 빠져 언덕 길을 내려오는데 거슬러 올라오는 수많은 XX교회 청년부의 물결.

근데 낮익은 얼굴이 하나 보이더라고요.

설마... 했는데...

제가 아는 그 녀석이었습니다.

 

자그만치 13년 전 모대학 캠퍼스에서 이맘때쯤 만난 후배 녀석.

졸업후에도 가게 할 때나... 길거리에서 가끔 만났는데.

이 녀석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간단히 근황을 서로 묻고...

어디 가는 길이냐고 하니까.

XX교회 성경공부 가는 길이래요.

아니 네가 XX교회는 웬일이야? 너 교회 다녔어?

그랬더니 이 녀석이 하는 말.

저도 아는 후배 녀석이... 그녀석 싱글인 걸 알고서는(저도 결혼은? 하고 물었답니다) 예쁜 여자 많다고 XX 교회 나오라고 꼬셨댑니다.

아아~~

물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떡밥... 당근을 던진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쁜 여자 많으니까 교회 나와라는...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그 말 듣고 넙죽 XX 교회 나가는 그 후배 녀석도 문제가 많고...

 

음 사실 저도 예전에 S교회 나간 거는 그런 이유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서두.

그래도 다른 이유도 많았거든요~ 문화선교라든지... 해외 선교... 북한 선교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간 건데~

 

그래서 제가 내 정말 제대로 된 신앙을 깨우치고 싶으면 형한테 연락해라.

형은 저 옆 교회 다닌다... 이런 말로 한참 계도하고 있는데.

 

저 옆으로 상큼한 20대 초반의 아가씨들이 지나가다가 이 녀석을 보고서는

배시시 웃더니 쿡 찌르면서 "오빠~"하네요.

아 이런...

 

그렇게 그 녀석이랑 헤어지고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럽지는 않지만,

씁쓸한 마음...

아실런가 모르겠네요~ ㅎ

 

기왕 교회 나온 거 그 녀석이 좋은 상대 만나고...

또 제대로 신앙 생활하길 바랄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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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준(10 03-30 02:03)
혼기가 찬 형제들에겐 자매가 복음이 아닐까란 생각이 확 스치고 지나가는건 뭘까요?

근데 왜 고구마과자에 이빨이 깨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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