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영화 동호회 상영작 소개와 뒷 이야기 2009년 12월 21일
작성자 권혁신

 

지난 금요일, 곽상준 집사님에게 일요일 영화 동호회에서 상영할 영화를 골라 줄 수 없겠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막연하게 영화 동호회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당장 영화를 틀어야 한다니 상당히 막막했습니다.
토요일날 손성현 전도사님을 뵙고 대충 가이드라인을 들었는데, 상당히 어렵더군요.

짧아야 하고,
선정적이지 않아야 하고,
또 재미있어야 하는데...
그에 맞는 영화를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친구의 아이디를 빌려 들어간 P2P에서 찾아낸 영화가 몇 편 있었는데.
가장 짧다는 이유로 이 영화 '원위크'를 골랐습니다.


 

줄거리:

자신에게 남은 날이 단 하루 아니면 일주일, 한 달뿐이라면 어떤 일을 하겠는가?
영화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한 남자의 굵직한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벤은 갑작스런 암 선고를 받습니다.
암도 보통 암이 아니라 말기 암. 그에게 남은 시간은 최대 2년. 의사의 말에 따르면
공격적인 암이어서 치료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선고를 받은 벤은 병원을 나와 정신없이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멈춰선 곳은 낡은 차고 앞.
차고의 주인인 노인은 그에게 중고 오토바이 한 대를 헐값에 넘깁니다.

앞으로 전개될 그의 미래를 살펴보기 전에 과거를 보면. 1979년 1월에 태어났는
데 그해는 기록적인 이상 기후로 영하 20도까지 내려갔으며 지역 아이스하키팀은
12년째 트로피를 따지 못했습니다.
여섯 살 때 코를 후비지 말라고 면박을 준 야구 코치의 말을 따라 평생 남의 앞에
서는 코를 후비지 않았으며 부모님께 천사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초등학
교 선생님이 홧김에 혹평을 하자 노래 부르는 것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출판사에 보내지만 죄다 퇴짜를 맞자 작가의 꿈
을 버리고 선생님이 됩니다.(우리에게는 꿈의 직업인 선생님인데)
그리고 보험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만다와 약혼을 합니다. 암선고를 받은 시점에 그와 사만다는 결혼을 3개월 앞두고 있었죠. 그녀는 왼쪽 엉치뼈가 완벽했고
인자한 부모님과 함께 살며, 곡 선정을 아주 잘하고 벤에게 따끔한 조언을 하고,
그를 위해 스포츠 팬이 되기까지 합니다.
이런 그녀와 당장 눈앞에 다가온 결혼. 고민하던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마신 커피 옆면에 새겨진 말 한마디에 서쪽으로 가겠다고 결심합니다.
아버지의 생일 다음날 가족들과 약혼녀를 남겨두고 서쪽으로 떠나는 그.
여행 도중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여행 초기 여행을 포기할까 싶은 순간에 맥주 한 박스를 걸고 캐나다 횡단 여행
을 하는 청년들을 만나 다시금 여행을 결심하기도 하고, 교회에서 결혼식을 하는
신혼부부를 보고 약혼녀에게 전화를 해 자신의 결점을 물어보기도 하며, 항암 치
료를 받고 살아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는 결혼한 지 25년이 됐는데 아직도 부인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주인공이
진짜 사랑인지 어떻게 아냐고 묻자 그게 궁금하단 건 진짜가 아닌 거라고 답해
주죠. 그날밤 모텔에 들어간 벤은 성경이라고 표지에 씌여 있는 책을 발견하는데
안에는 온통 백지만 있던 책에는 단 한 페이지, 단 한 줄 "지금의 우리도 또한
우리로다'-알프레드 테니슨의 '율리시스' 중-"이란 글귀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찾아간 아이스링크에서 스탠리컵(북중미 아이스하키리그 우승컵,
우승한 팀의 선수들은 하루씩 스탠리컵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을 하루 보관하고 있던 프로아이스하키 선수(캐나다는 아이스하키가 국기)를 만나
샴페인을 얻어마시고 스탠리컵에 한번 키스하는 기회를 얻습니다.
스탠리컵의 키스는 그의 몸에 있던 암세포를 죄다 몰아내는 듯한 기쁨을 주죠.
하지만 그 효과는 하루를 못 가서 그의 오토바이는 고장 나고. 들판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한 개의 시체를 발견하여 주인에게 연락합니다.
혼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던 여주인이 그를 찾아오고 그녀와 함께 광활한 협곡
을 감상하며 호감을 느끼지만 그녀의 이상형은 그처럼 호리호리한 사람이 아니라  덩치 큰 쾌남아. 두 사람은 헤어지고 그녀는 아들을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 평생을 같이 하게 되죠.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여행을 계속 하던 벤은 산 속에 들어갔다가 조난
을 당하고, 그곳에서 매력적인 아가씨를 만나 하룻밤 풋사랑을 나눕니다.
그녀는 같이 노래를 부르며 그의 목소리가 아주 좋다고 하고, 이에 벤은 자신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악평을 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벤은 그녀와 노래를
부르며 약혼녀 사만다의 단점을 곱씹어 보죠.
그녀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모든지 정해진 순서대로 해야 했고, 모든 것을 10점
만점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았고, 먹을 때 똑딱거리는 소리가 났죠.
두 사람은 일주일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녀는 아마도 지금 하는 것을 계속 할 것이라며, 자신의 마음은 여기 있기 때
문이라고 합니다. 그에 대해 벤은 그녀와 사랑을 나누겠다고 하며 매 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하죠.
그날 밤 그의 약혼녀 사만다가 비행기로 그를 찾아 날아오고 다음 날 벤은 자신
의 외도 사실을 고백합니다. 사만다는 그의 외도를 용서하지만 벤은 자신이 별
생각 없이 그녀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사만다는 두 사람이 서로
에게 보험 같은 존재였다고 말하면서 우유부단하고 망설이는 것은(벤의 성격이
그래서 사만다가 충고를 했죠) 우리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여행을 계속 하던 벤은 한 술집에서 두 사람이 남겨놓았던 흔적을 발견하고 슬퍼
하고 사고로 오토바이가 망가지자 눈물을 떨굽니다.
그리고 서핑을 하러 해변으로 가서 한 커플의 사진을 찍어주고, 아버지가 그를
위해 써준 동화 속 그람프(벤은 아버지가 쓰고 그린 그림 동화책을 갖고 다니면서
읽는데 동화 속 주인공들은 그람프란 사람을 찾아헤맵니다)를 마침내 세상이
보내줬다고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온 벤은 약혼녀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두 사람은 헤어집니다. 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영화는 캐나다 토론토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나레이션이 이어집니다.
"확신이 드는 순간을 만난다면, 세상 이치가 막 와닿는다면 그 순간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 계속되는 힘든 나날에 구명보트 같은 존재니까. 세상은 종종 우리를
속이려 하니 말이다."
화면은 스튜디오 안을 비춥니다. 녹음 마이크 앞에서 한 남자가 글을 읽고 있죠.
"고로 염두에 둬야 할 질문은 이러하다. 자신에게 남은 날이 단 하루, 일주일,
한 달뿐이라면 어떤 일을 하겠는가? 어떤 구명보트를 잡겠는가? 어떤 비밀을 말
하겠는가? 어떤 이들을 만나겠는가? 어떤 이에게 사랑을 고백하겠는가? 어떤 소
망을 이루겠는가? 어디로 날아가 커피한잔을 하겠는가? 어떤 책을 쓰겠는가?
남자가 책을 넘기자
"일주일 벤 타일러 지음"이란 마지막 페이지가 나오고 다음 화면은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선 남자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표지의 책
이 진열된 서가의 서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칠판에 '힘쓰고, 추구하고, 찾아내고, 버티어내는'이란 글귀가 쓰여 있는
교실이 비추어지죠.


감상:

죄송스럽게도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고 빨리 돌리기로 대충 보고 상영을 했습니다.  12세 이하 관람가여서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중간중간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올 때는 살짝 긴장하기도 했습니다만 다행히도 노골적인 장면은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다양한 포크송을 깔아주면서 캐나다의 수려한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여정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갑작스럽게 맞이한 삶의 끝에서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죠.

개인적으로 영화 속 이야기는 저에게도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오래전부터 계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이대로 계속 살 것인가, 안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재능과 열정이 정말 있는가, 있으면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특히나 요근래에 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고 답변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때인데. 계속 방법을 찾아야겠죠. 더 이상 임시방편, 호구지책은 그만하고요.
 

후기:

 처음에 영화 상영할 때는 많은 분들이 계셨는데 연습 때문에 많이 빠져나가시고
마지막에는 다섯 분 정도 남으셨던 거 같습니다. 좀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저도 중간중간
조금 졸았다는) 끝까지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자리를 떠나면서도 뒷부분을 궁금해하셨던 분이나 끝까지 보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신 분들도 계셔서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이번에 이렇게 상영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고, 만약 제가 계속 맡게 된다면 다음부터는 훨씬 더 좋은 작품으로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제가 준비하는 것으로 확정이 되면 홈페이지에 영화동호회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주셨으면 하고요. 그렇게 되면 홈페이지와 주보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소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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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골랐던 사람(09 12-22 10:12)
영화를 고를 때 한가지 고려 해야 할 사항은 관람하시는 분들이 연세 많으신 분들이라
외화의 자막을 보기가 힘드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영화 위주로 선정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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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신(09 12-22 06:12)
맞는 말씀인데 한국영화 중에 괜찮은 영화가 드물어서(자극적이지 않고 폭력적이지 않은 한국 영화가 별로 없어서^^) 애로사항이 많으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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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09 12-24 03:12)
앞으로 좋은 영화 많이 부탁드립니다. 내용이 참 잔잔하고 좋은 영화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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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신(09 12-30 05:12)
제가 중국 가기 전에 추천 영화 목록을 올려놓고 가겠습니다^^ 앞으로 상영하실 분이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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