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이민철 군의 글-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 2009년 08월 06일
작성자 권혁신

 

 

얼마전 개척자들의 평화캠프에 참가하고 1년이나 해외에 봉사를 나가는 청파교회 식구가 둘이나 나왔다고 그래서 파송예배를 청파교회에서 했다고 들었는데요.(그래서 한 거는 아니고 원래 하던 건가요?^^)

며칠 전 개척자들 소식지가 왔는데...(저도 개척자들 소액 후원자입니다. 진짜 소액이지만 ㅎㅎ) 그렇게 해외봉사를 나간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글이 실려서 여기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사실 같이 간 박정주 양이야 원래 개척자들 소속 간사였으니까 갈 수도 있겠지만,

이민철 군이 해외로 간 건 정말 의외였거든요.  회사를 관둔 것도 의외였지만 거기다가 해외봉사라니!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된다고 만날 징징대는 저와는 완전 대조적인 길을 간 민철군의 글을 한번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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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0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에는 늦은 나이일까? 대답은 No~

나는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하는 일도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런데도 내 속에는 갑갑함이 드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난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에 대한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단지 매월 월급날에 쌓여가는 통장의 잔고에 미소가 나올 뿐 큰 감흥은 없었다. 돈...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많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이 그랬고 선배들이 그러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너무나 많은데 돈 하나를 쫓기 위해 남은 생을 산다는 것이 내 자신에게 미안했고 용납할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있던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었기에 답답하고 또 다른 탈출구를 찾아 그리도 애를 썼나 보다.

하지만 탈출구를 향해 가다보면 내가 짊어져야 되는 의무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가장 큰 기대인 결혼 그리고 아이들, 부모님 부양에 대한 걱정들까지 내 어깨를 부여잡으며 세상 속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닥치지도 않은 장애물들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하나하나 조심스레 떨쳐내고 내가 진정 해야 할 일에 봉착하였을 때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부모님이 반대하는 일을 하는 나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일로 비춰졌을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일까 우리는 튼튼한 철밥통을 끌어안기 위해 살아간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월급이 제때 나오는 것과 한 달의 수익이 얼마냐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2006년 대학 4년 시절에 신입생들은 들어오자마자 공무원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를 했었다. 이들에게 20살의 젊은은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과 자신의 꿈을 찾는 시간이 아닌 철밥통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뿐인 것처럼 보였다. 가장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을 위해 주위 경쟁자들의 눈을 피해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굳은 의지로 무장하고 앉아 있는 그들 옆에서 취업을 앞두고 공부하는 내 모습이 왠지 모르게 게을러 보였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지금 어느 지역에선가 공무원이 되어 있길 바라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우연히 만나게 된 개척자들은 그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사회와 부모님으로부터 길들어져 있던 터라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이가 더 들면 더 이상 기회를 잡을 용기가 생기기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내가 정말 해야 할 일, 해보고 싶은 일 하나 정도는 해보고 죽어야 내 자신에게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리라.  철밥통을 뒤로 하고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지만 그 순간에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순간의 이익보단, 내 몸의 편함보단, 소수의 행복보단 그동안 눈물을 흘리며 상처받은 이들을 향한 길 위에 서고 싶다. 굶주리고 힘겨울지라도 그 길 위에서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누구를 원망하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나름 예수를 믿고 살아왔는데 가난한 과부, 고아와 지친 영혼들 곁에서 힘이 되어준 예수의 길을 조금이라도 느껴 보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서 지낼 설렘이 드는 반면 아직 현장에 나가지 않았기에(이 글이 나갈 쯤에는 나가 있겠지만) 생각한 것과 현장의 괴리감이 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1년간의 WS 후에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체를 향해 나갈 준비를 하며 기쁨이 생기는 까닭은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해야 될 일을 향하고 있다고 믿으며 그 길 위에 개척자들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6월 회사를 관두고 샘터를 오가며 개척자들의 삶을 엿보았다.

그냥 궁금했다. 뜻을 함께하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공동체의 모습은 어떠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샘터를 지날 때마다 오가며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였다. 내가 볼 때 샘터의 구성원들 중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난 평범하다. 정말로) 어디서 이렇게 각양각색인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신기할 뿐이다. 이 사람들은 공동체 속에서 뭔가 다르겠구나 생각했지만 개인적인 관찰 결과로는 여느 사람들하고 똑같았다. 불만이 있었고 고집이 있었고 다툼도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들이 더 행복해 보인다. 웃을 줄 아는 사람들 같았다. 목적지가 같은 곳을 향한 사람들의 미소는 더 깊어 보였고 소소한 다툼을 감쌀 줄 아는 포용력이 있어 보였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하는 샘터에 활기가 넘치는 자유분방함과 그 속의 규칙들, 이 모든 것들이 눈길을 끌었다. 공동체의 삶을 살고 싶은 나에게 개척자들은 그 현실을 선물로 주었다.

 이들과 함께한 이번 PEACE CAMP 훈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조를 이루어서 행동하게 되는 철인 3종, 산행, 미션과 교육들을 완수한다는 순위에 익숙해져 있고 개인주의에 빠져 살아온 나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혼자 할 때는 편하고 쉬운 것들이 '함께'라는 이름으로 할 때 왜 이리 힘이 들고 짜증이 밀려오던지..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느냐는 큰 숙제를 떠안았지만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나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된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남을 위해 자신의 귀찮음을 이겨내고 내가 한 번 더 고생함으로 모두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평화를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가진 평화는 반쪽짜리 평화였다. 내 손에 가득한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 채 남들에게 강요하는 평화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 1년간 아체에서 나의 억눌린 가슴을 추스르고 억눌려 있는 자들의 가슴을 감싸 함께 숨을

쉬고 싶다. 나의 숨으로 자연이 숨을 쉬고 자연의 숨으로 인간이 숨을 쉬는 평화로운 숨을 쉬고 싶다.

멀리 타국 땅에서 간절히 기도할 것은 소수가 행복하고 다수가 불행한 세상이 아닌 다수가 행복하고 소수의 불행에 다수가 함께 눈물을 흘리는 그날이 오기를 기도해 본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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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서른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가게를 했다가 홀딱 말아먹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그게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그것 나름대로 도전은 도전이었죠 ㅎㅎ 근데 민철 군은 저의 도전이란 걸 참 부끄럽게 하는군요. 제가 개척자들 볼 때마다 '내가 4~5년만 젊었어도...'라고 하면서 자기변명을 하곤 했는데, 민철 군은

저의 자기변명을 민망케 합니다.

어쨌든 민철 군~ 부디 몸 건강히 잘 다녀오고~ 개척자들 보니까 월드 서비스하면서 만나 연애하다가 결혼까지 하던데~ 민철 군도 기회를 잘 살리도록 해~ ㅎㅎ

건투를 빈다네~! 그럼 난 이만 냉방병을 물리치고 취업전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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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s(09 08-07 12:08)
이런 청년을 만나면 제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이 깊은 뜻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미안한만큼 많이많이 기도할게요. 아체에서 행복바이러스 팡팡 날리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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