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지렁이 키우기 3주 2009년 07월 09일
작성자 곽상준

주전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분변토를 이용해 땅에 거름을 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유달리 많이 나오는 우리집의 특성과 그것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관심이 많이 쏠리는 다큐멘터리였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한번 해 봐야겠다'

 

다행히 주변에 지렁이를 키워보신 분이 계셨다. 바로 아버지였다.

 

워낙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이시기에 낚시의 재료로 지렁이를 키워 보셨다고 한다. 지렁이의 엄청난 번식력에 대해서 얘기해 주시면서… 반드시 뚜껑을 닫아 지렁이가 못 나오게 해야 한다. 안 그럼 밤 중에 온 지렁이가 바닥을 왔다 갔다 할 것이란 경고의 말씀을 주셨고 그 말을 명심했다… 나에게도 그런 사태는 너무 끔찍했기에…

 

먼저 지렁이를 키울 용기를 찾아야 했다. 가장 유명한 지렁이 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곳이 정토원과 인터넷에서의 에코붓다이다. 그곳에 가 보았더니, 황토로 만든 숨쉬는 용기가 좋다고 했다.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황토 쌀독을 2만원 안되는 가격에 하나를 구입했다. 많이 키우고자 하는 욕심에 10kg짜리를 마련했다.

 

먼저 쌀독에 흙을 부어 넣었다. 흙은 낚시를 가신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그냥 낚시터의 흙을 부어 놓았다.  그럼 지렁이는?

 

지렁이가 살만한 땅을 파헤쳐 볼까? 아니면 지렁이를 분양해주는 정토원이나, 아니면 난지도 정수 처리장에 가서 받아올까를 고민했다. 아 다 귀찮아.. 게다가 시간도 없잖아… 그러길 2,, 이번에도 낚시하시는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다. '아버지 낚시점에 가셔서 지렁이 한통만 사주세요~ 저희 동네는 낚시 집이 없네요~' 2주를 쓸쓸히 보내던 황토 흙독은 다음날 바로 지렁이로 채워졌다.

 

지렁이는 음식물 쓰레기 (짜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먹는데 게중에서도 수박을 엄청 좋아한다고 한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날 먹은 수박 껍데기를 모두 와르르 넣어주었다. 그러면서 생각하길…' 아 황토 흙독이 작겠는걸?'

 

다음날 완전히 사라졌을 수박 껍데기를 기대하면 흙독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어라? 이게 뭔가? 수박 껍데기가 그대로 있는게 아닌가? 수박 껍데기를 들쳐보니, 곳곳에 줄이 가긴 했지만 수박의 부피는 크게 줄지 않고 쌓여 있는 수박이 하얀 곰팡이와 함께 그냥 썩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초파리들이 날아오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알아보니 지렁이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 수준의 음식물을 처리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양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숟가락 정도의 지렁이를 넣어두고 대여섯 국자의 수박껍질을 넣어둔 나의 모습은 처량해지기 시작했다. 에게 겨우 고거 처리해서야… 어찌…

 

결국 거의 80%이상의 수박 껍데기를 다시 음식물 봉투에 넣고 실망감을 안고 지렁이독의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아예 독을 잊고 지냈다… 아차 지렁이 어떻게 되었지?

 

다시 지렁이독 뚜껑을 나는 깜짝 놀랬다. 독 안에는 단지 수박의 초록 껍질만이 있었고 뭉텅이로 보이던 지렁이는 한마리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렁이가 있던 자리는 지렁이가 녹아 있는 것과 같은 흔적만 보일 뿐… 아 나의 무관심이 지렁이들을 다 아사 시켰구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흙을 뒤적여 보았더니,,, 다행스럽게 가끔씩 살아있는 지렁이의 힘 없는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움직이긴 하는걸 보니 살긴 살았구나….

 

언제나 쌓여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 들고 독으로 향했다.. 그리고 물도 한컵 부어 주었다.

 

일주일이 다시 지나고 보니 언제 그랬느냐는 지렁이의 숫자가 다시 많아지고 있었다. 굶겨 죽이느니 음식물 쓰레기로 눌려 죽인다는 생각으로 계속 나오는 야채 쓰레기들을 넣어주었다. 가끔씩 분무기로 습기도 맞추어 주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확인해 보니 지렁이들이 피둥 피둥 살이 올라 있었다. 그리고 또 며칠 뒤, 드디어 기다리던 새끼 지렁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희안하게 생긴 새끼 지렁이들, 실보다도 얇은 먼지 같은 무언인가가 자의적으로 막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터넷에 확인해 본 결과 그것이 지렁이가 맞다고 한다. 야 생명의 신비여~

 

안에 지렁이가 가득 차더라도 처리할 있는 음식물의 양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렁이는 인구밀도에 민감해서 어느 정도 밀도가 커지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개체수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지름 약 20~30cm의 우리 쌀독으로는 일주일에 500g정도 수준의 음식물 쓰레기 정도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거 같다. 

 

결국 보다 효과적인 지렁이음식물 처리를 원한다면 면적이 넓은 지렁이집을 짓던가 아니면 이런 독을 여러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단 실내에서라면 화분을 여러 개 키우는 개념으로 독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완벽 음식물 처리를  기대하며 지렁이들의 파이팅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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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09 07-09 02:07)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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