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한강로에서 2009년 06월 29일
작성자 장혜숙

주말 남영동에서 삼각지까지 걸어가는 .

대인지 세지는 않았지만 남영동에서 삼각지까지 전경버스가 줄대어 서있었다. 현장투입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전경들은 음료수를 먹기도 하고 서로 장난질도 하며 닭장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다.

장난질하는 아이들(?)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대기 차량은 대로 그치지 않고 삼각지까지 빈틈없이 주차되어있었다. 아마도 용산참사 현장에서 있을 시위에 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냥 가슴아프다는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육체적으로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저렇게 철없는 아이처럼 뛰어노는 아이들이 어떻게 방패로 사람을 내리찍고……..

 

불쌍한 아이들. 너희들이 폭력진압의 앞잡이가 되어야하는지 정말 가슴이 아프구나. 사이다 컵을 그렇게 맛있고 마시고, 여름 닭장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는 것이 그렇게 날아갈 듯이 좋은데, 또래끼리 어울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까불며 노는 모습이 그렇게도 자유롭고 예뻐보이는데, 어느 순간 너희들은 푸릇루릇 예쁜 모습을 잃고 방패로 사람 머리를 내리찍는 폭군으로 변하는구나. 그래서 너희들은 가해자가 되는 거지. 시대의 아픈 피해자인 너희들에게 가해자라는 명패가 붙는다.

너희 어머니는 가슴이 메어지고 찢어지고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몸과 마음으로 겪으며 지내는거지. 너희들의 어머니, 엄마 말이다.

시위하다 죽으면 열사가 되고 전경으로 죽으면 개죽음이라는 십년 이야기가 아직도 그런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시대인가…….

 

너희 목욕탕에는 오래도록 습기 없이 마른 꽂혀있는 칫솔, 책상위에는 네가 보다 책들- 만화책이든 인문서적이든, 책들이 주인 없이 책상을 지키는데, 엄마는 네가 좋아서 먹던 반찬은 일부러 피해가면서 밥상을 차리겠지. 제복 속에 갇혀있는 네가 어느 날인가 집에 오면 입으라고 멋진 티셔츠를 옷걸이에 걸어 바라보고 있겠지. 어디선가 시위가 일어났다고 하면 엄마는 미친듯이 거리로 달려나가 거기 네가 있는지 살필거야. 시위대에서 의를 위해 항쟁하던 너의 위치가 이제는 진압하는 전경의 자리로 바뀌었을 , 너는 엄마의 귀하디 귀한 아들이잖아!

 

삼각지를 지나서 용산 쪽으로 계속 걸어왔다. 조금 걸어가면 용산참사의 현장이 있다. 이미 육신은 떠났지만 그들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유가족들이 그들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또한 가슴이 메어지는 현장이다. 가슴이 찢어지는 현장이다.

 

지금 시대에 가슴이 찢어진다 것은 문어적인 표현이 아니다. 물리적 현상이다. 그래서 찢긴 가슴을 봉합하는 방법도 문어적인 표현은 아무 소용이 없다. 물리적인 봉합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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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09 06-30 10:06)
옳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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