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독일에서 드립니다5 2009년 06월 29일
작성자 김기석

교우 여러분,

주님 안에서 평화의 인사를 올립니다.

잘들 계시지요? 오늘 정복순 권사님께서 수술을 받으신 후

예배에 참석하셨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움이 없다면 우리는 생명이 고마움인줄 미처 깨닫지 못할 겁니다.

물론 견디기 어려운 일들도 있지요.

그때는 정직하게 비명을 질러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비명을 기도로 들으신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저는 지난 며칠 동안 파리에 있는 우리 교우

정수복, 장미란 집사 댁에 머물다 뮌헨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분과 함께 지낸 시간은 마치 인문학 산책을 하는 것처럼

배움과 깨달음과 감사로 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파리의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해서

좀처럼 접근하지 않는 아랍인과 흑인들이 모여 사는 달동네부터, 

비교적 부유한 층들이 산다는 지역까지 뒤지며 다녔습니다.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가 극대화된 사회의

여러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세계사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들과 사건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었습니다.

한 위대한 정신이 태어나고 성장하는데,

그가 머물던 공간이 갖는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의 숨결이 머물러 있는 곳을 걸어보는 것 자체가

내 속에 그들의 열정을 각인하는 행위였습니다.

파리는 20개의 구로 되어 있는데,

주마간산격이긴 하지만 대략 6-7개 구를 걸은 것 같습니다.

물론 걷다가 지치면 까페에 들어가 차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눴고, 공원이 나오면 들어가 앉아 쉬기도 했습니다.

매스컴을 통해 보여지는 몽환적인 느낌의 파리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을 슬쩍 엿본 듯한 느낌입니다.

 

오늘은 뮌헨으로 돌아와 가까운 곳에 있는 개신교 예배에 참여했습니다.

한 50여 명이 모이는 교회였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악기 연주가 인상적이었지만,

예배는 어떤 감동이나 역동성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독일어를 다 알아듣지 못한 까닭도 있을 겁니다.

두 주 동안 이곳 현지인들의 예배에 참여하면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 비밀이 오늘 풀렸습니다.

개신교회든 가톨릭교회든 주기도문을 올릴 때나, 성만찬을 할 때는

바깥에서 교회 종이 요란스럽게 울리곤 했는데,

그것은 몸이 아프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예배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 거룩한 시간을 알림으로써

그들도 영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랍니다.

아주 소중한 것 하나를 배웠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역 교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이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서 저는 정말 몸 성히, 마음 성히 잘 지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고,

그것을 내 기억 속에 통합하는 행위는 상당한 긴장을 요구하지만,

그 긴장이 오히려 제게 건강함을 준 것 같습니다.

돌아가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 지향해야 할 가치를 더욱 분명하게 하고 싶습니다.

 

거룩한 입맞춤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강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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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준(09 06-29 11:06)
걸음 걸음을 의미로 만들어 가시는 모습에 경탄을 하게됩니다.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서 생을 의미로 바꿔놓는 작업은 벼를 심고 거두어 탈곡한 후 알곡을 거두는 작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젊은 날의 하루 하루에 씨를 뿌리고 물을 대고 잡초를 뽑아내고 또한 태양의 은총을 듬뿍 받을 때 꽉 찬 알곡이 될 거란 생각과 함께 아직 젊다고 느낄 때 이 젊음의 손을 열심히 움직여 가을의 알곡을 준비해야 되겠단 생각을 합니다. 머리보다는 손이 더 부지런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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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09 07-01 10:07)
오늘 오셨겠네요.... 주일날이 기대가 되네요...
건강해져서 돌아오신 목사님을 뵐 수 있어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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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09 07-02 12:07)
늦은 밤 딸아이를 품에 안고 등 토닥거리며 재우는데,
잠이 든줄 알았던 아이가 눈을 감았다 뜨니 눈앞에 목사님이 얼굴이
그림을 그린것 처럼 보인다하며 깔깔거리다
"목사님이 멀리서도 우리와 함께 하시나보다" 했더니
"이힝~" (쑥쓰쑥쓰~) 하며 잠이 들었는데..
목사님이 오셨네요..ㅎㅎㅎ
우리곁으로 오셨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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