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독일에서 드립니다4 2009년 06월 25일
작성자 김기석

교우 여러분, 평안하신지요?

전화와 메일을 통해 며칠에 한 번씩 교우 여러분들의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한 겨울에도 조금씩 자라는 나무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여러분이 고맙고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벌써 교회를 떠나온지도 보름 여가 지났습니다.

저는 비엔나와 잘츠부르그에 머물다고 오늘 뮌헨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나흘 쉼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몸도 마음도 온통 축축해졌습니다.

폭우를 뚫고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슈트라우스 등 음악가들이 묻혀 있는

중앙 묘지에 갔을 때는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느낀 것들을 고요히 묵새기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수없이 많은 교회와 성당, 수도원을 순례하면서 유럽의 기독교는

역시 뿌리깊은 나무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잘츠부르크의 뒷골목을 배회하다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작사자인 조셉 모어(Joseph Mohr)가

태어나 살던 집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 옆으로 아주 좁으면서 가파른 골목이 보여 끌리듯 올라갔는데,

그곳은 카푸친회 수도원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1시간 30분 여 시간을 들여 수도원을 숲을 걷는 동안

마음이 참 고요하고 차분해졌습니다.

산길을 걸으며 교우 여러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용히 이름을 불렀는데 들으셨는지요?

또 내가 좋아하는 전기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가 그곳에 오래 머물며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슈테판 츠바이크 길로 명명된 길도 걸었습니다.

 

산 정상 부근에 있는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수도원 교회에 들렀는데, 아무도 없는 교회 안에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물결치듯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자리에 앉아 한 30분 정도 그 경건하고, 영적인

음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마음 깊은 곳에서 고요함과 고독에 대한 갈망이 솟구쳤습니다.

 

나는 가끔 '길을 잃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곤 하는데,

오늘의 경우가 꼭 그랬던 것 같습니다.

관광지가 아닌 곁길에서 보화를 만났다고 할까요?

뮌헨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시골길을 택했는데,

가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었습니다.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속을 끓이는 때에

저 홀로 그 현장을 벗어난 것 같아 죄송스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만난 아름다운 인연과, 아름다운 기억은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고, 마음의 중심 흔들리지 않으시길 빕니다.

주님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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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09 06-25 07:06)
목사님의 곁길의 여유로움이 눈에 보이듯이 참 좋네요.
인생의 곁길도 이런 여유로움과 낭만이 있으면 좋을턴데....
애틀란타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배우며 여기서 처음으로 만난
목사님을 하늘나라로 배웅하며 주님의 오묘한 섭리를 체험하고, 예비하시는 놀라우신
주님의 손길을 느꼈습니다.
목사님 여행내내 행복하시고, 더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기억 마니마니 만들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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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순(09 06-25 10:06)
목사님 편지 보니까 독일이 굉장히 멋진 곳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렇다고 불쑥 여행을 할수 있는 입장도 못되고...
돌아오시면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전해주세요.

유혜경 집사님!!
어쩜 여기를 통해 목소리(?)를 듣네요? 잘 지내시죠?
글속에서 잘 지낸다 소식전하시는것 같아 반갑습니다.
집사님 안계셔서 멋진 웃음소리가 없어서 그런지 고린도속이 조용하니 빈것같아요. 이영란집사가 들으면 뭐라하려나요?
언제 오시나요? 방문으로라도...
이증자집사는 6월 27일에 휴가받아 귀국합니다. 친구가 온다니 설레임으로 기다려지고 뭘 먹여야 되나 싶기도 하고... 제가 맛난거 사주겠다고 했거든요.
이 편지 보시면 메일주소 남겨주세요...
이현순 celebon1986@hanmail.net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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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09 06-25 04:06)
독일이라... 출장가본지도 오래되었네요.
뭔헨이라면 오래전에 장권사님댁을 찾아 헤멨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추억 많이 가지고 오시길 기대합니다.
/신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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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09 06-26 09:06)
이현순 집사님 방가 방가..호호
웃음소리 들으니 좋으시나요? ^^
이증자집사도 들어 온다는데 정말 보고싶다.
일이 있어 비자 연장해서 11월에나 얼굴 볼 것 같네요.
두루두루 대신 안부 전해 주시고, yoori100@hanmail.net or
yoori100@naver.com 메일주소 입니다.
메일로 소식 전할게요.
더위에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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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미(09 06-27 08:06)
분주한 서울에 오실날이 얼마남지 않았네요...^**^
오시는 그날까지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되지 않기를 바라며....
건강한 모습 뵙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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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준(09 06-29 12:06)
그야말로 현재 한국은 속 시끄러운 소리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침묵과의 만남이 필요한 역설의 시대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시끄러움 가운데 자신을 놓아 두다간 금새 휩쓸려 버리는 거 같아서요~

삶의 자리에 긴장이 팽팽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차라리 무딘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때이기도 하고 여하튼 자신과의 싸움이 쉽지 않은 시기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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