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시네마 천국』, 『똥파리』와 나 2009년 05월 04일
작성자 권혁신
 

지난 주, 저는 회사를 관두면서 연달아 영화 두 편을 보았습니다.

별 생각 없이... 우연히 본 영화들인데 공교롭게 그 내용이 재미있게 대비가 되네요.

먼저 본 영화는 『시네마 천국』입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동기는 참 거시기한데 ^^ 몇 주 전 한 아가씨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분이 인상 깊게 본 공연으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콘서트를 꼽더라고요. 저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나 『미션』, 『황야의 무법자』,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등의 OST를 너무나 좋아하던 차에 그 분의 말을 듣고 기회가 생기면 꼭 콘서트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비록 그 분과는 이후로 더 이상 못 만나게 됐지만... 며칠 후 엔니오 모리꼬네의 내한 공연 소식을 신문에서 보고 가장 싼 좌석으로 티켓을 두 장 샀습니다. 아직 누구랑 볼지 모르지만 T.T 그러면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가 들어간 영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영화 중 하나인 『시네마 천국』을 아직까지 보지 않았기에, 충무로에 있는 오재미존이란 곳에 가서(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문화 공간 입니다. )『시네마 천국』을 보는 동안 『똥파리』시사회 추첨을 하기에 응모했더니 바로 추첨됐다는 문자가 오더군요. 하여튼 이런 제비뽑기 운은 타고 난 거 같습니다.^^

 

 

 

 

 


『시네마천국』은 다들 아시는 내용이죠. 2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토토는 마을의 유일한 오락거리인 극장에서 일하는 알프레도와 친해져서 상영 기사 일을 배우고, 돌발적인 사고로 알프레도가 시력을 잃자 그를 대신해 상영 기사 일을 하면서 만난 동갑내기 소녀인 엘레나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엘레나가 멀리 전학을 가고 토토가 입대를 하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고,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죠. 이후 제대를 하고 고향에 돌아온 토토는 알프레도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로마에 가서 영화를 찍으면서 유명 감독으로 성공하지만 첫사랑을 실패한 탓인지 진실한 사랑을 만나지 못한 채 계속 방황하다가 알프레도의 부음을 전해 듣고 30년 만에 고향으로 향합니다.


요즘 제2의『워낭소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 『똥파리』는 양익준이란 신인감독의 영화인데요. 『시네마 천국』을 본 다음날 시사회로 봤습니다. 포스터에서 풍기는 포스부터가 만만치 않죠. 영화 내용이 참 구질구질하면서도 유머가 있고 잔인하면서도 낭만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상훈은 입에 늘 달고 사는 게 욕이고, 할 줄 아는 건 때리고 침 뱉는 거밖에 없는 용역 깡패입니다. 그가 그렇게 된 데에는 그의 어두운 과거가 커다란 역할을 했죠. 그의 아버지는 부인을 상습 폭행하다가 그를 말리는 상훈의 동생을 식칼로 찔러 죽이고, 부인도 병원으로 뛰어가다가 골목길을 달려오는 트럭에 치여 죽습니다. 순식간에 풍비박산 난 그의 집안.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고, 상훈은 용역 깡패로 살면서 수많은 폭력을 저지릅니다. 그러다가 길에서 부딪힌 여고생 연희와 시비가 붙고, 두 사람은 그 일을 계기로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두 사람 앞에는 끔찍한 인연과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으니...(스포일러 노출을 피해 더 이상의 네타는...) 그렇게 폭력과 악연은 되물림됩니다.



두 영화는 참 대조되는 내용이지만 한 남자의 사랑과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다만 『시네마 천국』은 그 매개가 영화인 데 반해, 『똥파리』는 폭력이어서 보는 사람이 괴롭고 불편하죠. 지나친 우연의 남발도 거슬리긴 하는데, 뭐 영화란 게 원래 그러니까... 대강 넘어가고요.(같이 본 분은 독립영화다 보니 배우들 출연료를 낮추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하시더군요) 어쨌든 참 재미있는 기회로 두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제 마음의 애틋함은 『시네마 천국』이 컸고, 충격의 강도는 『똥파리』가 컸지요. (엔니오 모리꼬네의 OST의 힘 덕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똥파리』는 여성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너무 잔인하고 징글징글해서요. 김기석 목사님과 함께한 잡담 동호회에서 이 영화 이야기가 나왔는데,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길, 누군가 ‘죽도록 때리고 한 대 더 때리는 영화다’라더라 하시더군요. 상당히 적확한 표현입니다. 

어쨌든 두 영화를 보면서 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보면서도 사무쳤던 아쉬움과 서글픔이 『시네마 천국』을 보면서 다시 되살아나 속상하더군요. 『똥파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소외된 사람들, 무고한 폭력에 신음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기에 계속 불편했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교회 101주년 찬양제를 치르면서 저의 상황을 영화 속 주인공들과 비교해 보니,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똥파리』의 상훈의 중간쯤에 서 있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만 이 경우 저의 매개체는 교회였습니다.

거의 모태신앙으로 시작해 유치부, 유년부, 중고등부를 거쳤던 교회. 교회에서 주일학교를 하고, 게임을 하고, 성경학교를 하고, 수련회를 하고, 성극을 하고, 새벽송을 하고, 회지를 만들던 기억들. 짝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목사님이 계셨고, 전도사님이 계셨고, 권사님, 집사님, 선생님이 계셨던 교회. 가족들이나 친척들보다도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이 있던 교회. 그러나 그 교회를 고3이 되면서 떠나(이 대목에선 손성현 전도사님께서 지난 주에 하신 강연이 떠오르네요) 등한시하고, 어머니의 성화에 마지못해 1년에 몇 번 가던 교회. 그리고 30살이 되어 회심했다고 찾아간 강남의 모 대형교회(막연히 30살이 되면 교회를 다시 다니겠다고 생각은 했죠). 그 교회에서 겪은 많은 일들과 회의, 방황.

그리고 찾아온 청파교회.

 

『시네마 천국』이나 『똥파리』만큼 아름답거나 극적이진 않지만 나름 한 편의 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뭐 누구나 자신의 일을 영화처럼 기구하다고 여기겠지만요.

한 달하고도 2주 전엔, 옛날 교회에서 짝사랑하던 동생을 청파교회 오는 버스 안에서 만났고(교회 홈피에 그렇게 올리려고 기를 썼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강남의 모 대형교회에서 같이 문화선교 사역하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 동생은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으며 저에게 ‘혁신 오빠 안녕!’이라고 하면서 손을 흔들어 줬고,

친구 녀석은 저더러 아무말도 안하고 사라진 나쁜 놈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는 흐르는 시간을 잡지 못하고, 다가오는 미래는 대비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과거의 일들만을 후회하고 추억하면서만 사는 게 아닌가 싶어 괴로운데, 그래도 이렇게 영화와 음악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음에 감사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5, 6 남선교회에서 부른 ‘항해사’는 정말 저를 두고 부른 거 같은 노래였죠. 그래도... 엔니오 모리꼬네 공연은 누구와 봐야 하는지... 낼 『고민하는 힘』저자 강연회는 또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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