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단 비 2009년 04월 21일
작성자 장혜숙

 

 

새벽에 집을 나가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이번 비는 정말 반가운 단비다.

어제는 아침 6시부터 서둘러 대전엘 다녀오고, 오늘은 아침 5 40분에 집을 나선 남편에게 비바람이 귀찮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번 비는 달고 단비다. 새벽에 비행기가 뜰까 가끔 깨어서 걱정을 했는데 그는 서울 사람들 출근하는 시간에 경주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를 배웅하며, 먼데서 그가 전화를 하면 나는 녹음기처럼 말한다. 건강에는 절대 교만해서는 안된다고.

기도의 많은 시간을 우리 가정의 행복과 안일을 위해 할애하고 있다. 부끄럽다. 예전(청년일 때는 삶의 많은 시간을, 결혼 후에도 줄곳, 나이들면서는 때때로, 중년에 접어들면서 정말 가끔 가끔) 마치 아틀라스 증후군을 앓고있는 것처럼 세상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우리 가정의 행복을 위한 기도가 길어지고 있다.

 

어제는 예수포럼에서 한승헌 변호사의 나와 기독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분의 유머감각이 놀랍지만 그냥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유머뒤에 숨어있는 시대의 아픔이 뽀족한 가시가 되어 가슴을 아프게한다. 아픔에 대한 절제된 표현들, 슬쩍 뒤로 미뤄놓았지만 듣는이에게 피할 없는 이명처럼 찡하게 들려온 이야기들이 많았다.

귀는 아직도 이명에 시달리고 있다.

 

평탄히 살고있는 나는 때때로 이런 감정의 자극을 받아야 세상을 걱정하고 세상을 위한 기도시간이 나자신을 위한 기도시간보다 길어진다.

언제나 세상은 그렇게 돌고있었듯이 지금도 세상은 우리들의 절실한 기도가 필요하다. 금식과 철야의 눈물기도도 필요하고, 많이 먹고 푹자고 기운차게 해야하는 몸기도도 필요하다.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알면서도 겁나서 비겁하게 주저앉거나, 지혜로운 방법을 숙고하느라 주저앉아있거나, 어쨌든 일어나야하지 않는가. 불끈 일어나 자리에 돌이 각오로 기도를 올리고, 길을 따라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어쨌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지 않는가. 주저앉은 자세로는 서있는 자세보다 멀리 없다. 예수님이 걸어간 , 길에 찍힌 발자국이 앉은 자리에선 보이지 않는다.

 

셔츠를 정성스럽게 다림질하며, 구겨진 바지에 날선 주름을 잡으며 옷을 입고 나가서 그가 하는 일이 정말 세상을 위한 일이 되기를 기도한다.

어떤 사람은 아내가 다려준 정결한 셔츠를 입고 사랑스런 딸의 뺨에 뽀뽀를 하고  일터에 나가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도록 잔인하게 고문하는 슬픈 세상이지만 내 남편이 하는 일은 세상을 위한 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세상을 향해 행진하듯 집을 나서는 시간, 새벽제단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분들의 기도가 이뤄지려면 일터에 나간 그가 몸기도를 제대로 해야하는데 

1 1초라도 잠자는 것이 좋은 그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른 새벽이라도 아침을 먹는다. 바쁜 시간에 먹는 것이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지만 거르고 나가면 내가 속상해할까봐 억지로 먹어주는 것이다.

이러고보니 좋은 원이 그려지는 같다. 나는 세상을 위해 그에게 밥을 먹이고, 그는 나를 위해 밥을 먹고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위해서 일을 하고, 세상은 우리에게 삶을 이어주고, 작은 고리를 하나님의 팔이 아름 원으로 우리를 감싸안아주고!

 

하나님 단비를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비가 메마른 대지 아니라 사랑과 정의가 고갈된 우리들의 마음도 흠뻑 젖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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