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봄 밤 2009년 04월 07일
작성자 장혜슉

봄이다.

나의 일과는 12시부터 1시쯤까지 나물 다듬기를 끝으로 마감된다. 그제는 머위, 어제는 , 오늘은 씀바귀달그락거리고 물소리가 나는 일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없지만 식탁에 앉아서 채소를 다듬거나 마늘을 까는  일이야 어느 시간이든 상관없어서 좋다.

어머니는 내일 하지 뭐하러 밤중에 야단이냐고 하시지만 이렇게 밤에 해두면 내일이 편해서 좋다. 그리고 시계를 보면 이미 내일에 와있으니 내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문장인가?)

식당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많은 시간동안 부엌일에 매어있다. 식구들에게 수시로 구박을 받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들기름 발라서 김을 굽고, 도라지와 더덕은 뿌리채 사다가 껍질 벗기고, 연례행사로 절기에 따라서 저장식품을 만든다. 그런데 저장식품의 재료들을 시장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밭에서 직접 캐고 따고 뜯고 그렇게 구한다. 염치없는 일이지만 농사는 사돈이 힘들여서 짓고 나는 얌체같이 따다 먹기만 하는 셈이다.

이번 봄에도 얼마 후면 사돈네 밭으로 나물 캐러 간다. , 냉이, 머위

제철인 지금 향기롭게 먹고, 데치거나 말려서 냉동고에 저장해두어 다음 해까지 일년을 먹으니 일이 내겐 중요한 연례행사인 것이다.

평택 사돈네 덕에 작년에 공짜로 밭에서 거둬와 저장해 것들.

, 머위, 냉이 - 데쳐서 냉동함. 마늘쫑 -고추장에 파묻음. 마늘, 고추 초간장에 절임. 깻잎 -소금물에 절임.  무우 진한 소금물에 짠지담금, 썰어서 무말랭이, 살짝 절였다 끄들끄들 말려서 고추장에 장아찌 박음. 무청 시레기.

공주 사돈네서 얻어와 저장해 것들,

인삼, 꿀에 인삼을 재어둠. 꿀이 넉넉한 덕분에 여러가지 차를 만들었다.  대추까지 자루 선물받아 생강 사다가 함께 꿀에 재어두었다.  생강껍질 벗기고 곱게 채썰며 손끝이 맵게 느껴질 때마다 대추를 K에게 사랑의 화살을 마구 날리다보니 생강의 매운 맛이 달콤하게 변했다.

나물 캐러 날이 기다려진다. 따뜻한 햇살을 등에 받으며 흙냄새를 맡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가. 흙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기분이다. 한가롭게 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자연에게, 사물에게, 생물에게, 무생물에게 말걸기 놀이 말이다.

독일에서 쌍둥이 칼과 평택에 살고있는 쑥이 만났구나. 너희들은 이렇게 만나리라는 것을 상상도 못했겠지? 칼을 만든 사람은 칼이 무슨 일에 쓰일거라고 생각하며 만들었을까? 별의별 생각을 했겠지만 그래도 여기 평택에 있는 쑥하고 얘가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거야. 그런데 쌍둥이 칼아, 기분이 어때? 쑥을 뜯는 일이 만족하니? 어쩜 불만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유명하잖아, 그러니 강하고 대단한 것을 자르는 일이 어울린다고 생각하겠지. 연약한 순을 자르는 보다는 말이야. 쑥아! 겨우 봄볕에 몸을 내밀었는데 이렇게 잘라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런데말이야, 너는 밭에서 무성하게 자라며 지내는 것이 좋으니, 아니면 사람들에게 뜯겨 먹히는 것이 좋으니? 누가 뜯어가지도 않고 본체만체 내버려두면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아닐까? 예쁘다고 뜯어가고 맛있게 먹어주면 너는 오히려 행복해할지도 몰라. 친구들 중에는 말이야 자기에게 어려운 일을 시킨다고 화를 내는 친구도있고, 쉬운 일만 시킨다고 화내는 친구도있거든. 너는 어때? 너는 어떤 쑥이야? 사람들이 너를 뜯어간다고 화를 내는 쑥이니, 아니면 사람들이 뜯어간다고 기분좋아하는 쑥이니…….

이렇게 나의 놀이는 여러 종류이다. 가끔 어떤 사람들이 내게 일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놀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신나는 놀이가 많다.나는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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