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적당히 2008년 01월 18일
작성자 장혜숙
얼마전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큰일났어!"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일이 생긴건가? 별것도 아니었다. 토요일에 시어머님께서 오신다는 이야기이다. 살림난지 한 달 밖에 안된 그 아이에겐 그것이 큰일이다. 그 아이는 요즘 어느 때보다도 가장 인터넷을 열심히 하고있다. 요리 싸이트를 뒤져서 독학으로 요리짱이 되려는지...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 내가 궁여지책으로 계량컵과 계량스푼을 사줬더니 표준맛은 내는 모양이다. 눈저울 손저울은 몇년쯤 실습을 하면 가능할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손맛도 더해지려는지... 요리에 대해 뭔가 질문을 해오는 딸에게 나는 자주 구박을 받는다. 왜냐면 웬만한 건 그냥 <적당히>라는 말로 답을 하는 까닭이다. 몇 그람인지, 몇 스푼인지 그런 귀찮은 걸 내가 어찌 안단말인가. 나의 계량은 <적당히>가 가장 정확한데 말이다. 몇 분쯤 두어야하는가에도 역시 <적당히> 두라는 식으로 답을 한다. 서로 다른 저울과, 다른 시계를 가지고 있는 걸 알면서도 딸은 자주 물어온다. 그런데 요즘 딸과 내가 공동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다. 그 놈의 파! 파가 문제가 된 것이다. 파 머리를 세로로 반 가르라고 했더니 "엄마 여기 하얀 부분이 머리지?"하고 묻는다. 참 기가 막혀서... 파 머리가 거긴줄도 몰랐나? "엄마, 이건 파 뿌리지? 검은머리 파뿌리하는 그 뿌리맞지?" "넌 아직 파 머리가 뭔지 뿌리가 뭔지도 모르냐?"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겼다. 말도 안돼! 어떻게 머리가 뿌리에 붙어있어요? 어떻게 뿌리에 머리가 붙어있어요? 딸이 자꾸만 묻는다. 내가 무슨 신통한 답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모녀는 아직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골똘히 생각해보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머리와 뿌리가 서로 붙어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것은 파 밑둥이라고 불러야하는 것 아닌가? 어쨋든, 파는 뿌리와 붙은 부분을 왜 머리라고 부르는지 모르지만, 아직은 나의 <적당히>라는 어림짐작이 딸의 정확한 계량과 시간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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