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남자 1 - 노래부르는 남자 2007년 11월 02일
작성자 장혜숙
바쁘게 걷고있는데 휴대전화 문자메세지가 왔다. K선배가 000로 뽑히는 자리이니 꼭 참석하여 축하해주라는 글이다.K선배와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다. 가끔 총동창회에서 공동으로 만날 뿐이다. 얼마나 많은 동문들이 이런 문자메세지를 받았을까.... 그의 이름을 들으면 꼭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언젠가 모임에서 열창을 하던 그의 노래소리와 편안한 몸짓,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내가 좋아하던 노래이기도 했지만. 홍세화씨가 망명시절 파리에서 이 대한민국을 그리워하며 눈물흘리며 흥얼거리던 노래이다. 루 ~ ~ ~ ~ ~ ~ 루 ~ ~ ~ ~ ~ ~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있겠지 눈물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지던날 ~~~ 루 ~ ~ ~ ~ ~ ~ 루 ~ ~ ~ ~ ~ ~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피고있겠지 피고있겠지 ~ ~ ~ ~ ~ ~ ~ ~ ~ ~ ~ ~ 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가 감동적인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가슴이 찡했다. 그의 사회적 처신과 정치적 행보에 대해 잘 모르고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힘들게 지금의 자리까지 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화가 나도 웃었을 것이고, 한대 쥐어박고 싶은 인간에게도 허리굽히며 악수를 청했을 것이고, 미처 자리를 깔지못한 방바닥에라도 드러눕고싶을 지경으로 지쳐있을 때에도 누군가의 앞에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대기도 했을 것이다. 비위맞추며 놀아주느라고. 억지 술을 먹고 슬그머니 나가 혼자 토악질을 하기도 했을테고, 벼라별 욕을 다 얻어먹으며 마음의 상처도 깊게 패었을 것이다. 노래를 끝낸 후 그가 한 말 한 마디가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내가 참 많은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기는 하는데 다 재미없고 여기 와서 부를 때가 제일 편하고 걱정없고 좋다"고 했다. 어쩌면 그가 가는 자리에서마다 그렇게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가 목표로 하는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항상 누구와도 동지의식을 갖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날 그의 말은 진실로 들렸고, 정말 거짓없이 편안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진실로 느껴져서 세상살이에 지친 그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이제 그는 어디까지 왔는가, 그는 어디까지 가고싶어하는 것일까........... 가끔 남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때가 있다. 남의 남자에게도 그리고 당연히 내 남자에게도. 오래 전에 회사에서 한 남자직원이 일처리를 잘못하여 굉장히 많이 혼나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날 나는 정말 그 직원의 가족에게 간절한 바램을 가졌다. 오늘만큼은 제발 귀가한 그에게 골치아픈 얘기는 하지 말기를, 아이들의 재롱으로 그를 즐겁게 해주기를. 그 날 그는 집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가끔 여자들의 모임에서 남편에게 투정부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그 날이 생각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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