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횡설수설 확률 2007년 06월 29일
작성자 장혜숙
세 사람이 총을 쏴서 날아가는 새를 맞추기로 하였다. 첫 번 째 사람이 쏜 총알은 새 보다 왼쪽으로 1M쯤 빗나갔다. 두 번 째 사람이 쏜 총알은 새 보다 오른 쪽으로 1M쯤 빗나갔다. 세 번 째 사람은 총을 쏘지도 않고 명중했다. ‘쏘지도 않고 명중했다’는 이 말도 안돼는 말이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왜냐면 왼쪽 1M, 오른 쪽 1M 오차의 평균을 내면 되니까. 그래서 세 번 째 사람은 총을 쏠 필요가 없이, 그냥 명중한 걸로 치기로 하였다. 이것이 바로 통계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확률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평균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툭하면 앞세워 정확성을 증명하려는 수치라는 것이다. 10만 명 중에 한 명이 걸리는 병에 단 한 명만 벌벌 떨고 나머지는 잊어버린 채 편안하면 될 것을 10만 명 모두가 벌벌 떨어야하는 안타까움. 100명 중에 99%가 당첨되는데 내가 100 명 중에 단 한 명 당첨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불행. 모 대학에 지원자의 100%가 합격한 고등학교의 단 한 명 지원자. 모 대학에 50%밖에 합격자를 내지 못한 160명 지원에 80명이 합격한 고등학교. 그전엔 외우던 전화번호도 이제는 저장된 핸드폰이 있으니 외울 필요도 없게 되었는데, 그래서 편해진 것 같기는 한데, 그 숫자 한 가지 외우지 않는다고 숫자로부터 편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전에 잘 알지도 못하고 지내던 무슨무슨 수치들이 우리 곁에서 마구 협박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혈압 ...최저 90, 최고 140 이하 혈당 ...공복시 110 식후 140 체지방 ...남 10~20 여 20~30 체질량 ...30 코레스테롤 ...HDL은 60이상, LDL은 130 아래 간수치 GOT, GPT 헤모글로빈 수치 12g/dl 기타 등등 이런 기준의 수치를 넘는다는 것은 우리 몸에 직접 가하는 협박이 되는 것이다. 이 숫자에 매어서 꼼짝 못하고 달달 떨며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건강 뿐만 아니라 몸의 아름다움도 수치로 표현된다. 눈으로 보아서 보기 좋은 것이 다가 아니다. 부위별 수치에 잘 맞아야 멋진 몸매가 되는 것이다. 정해진 수치에 맞추기 위해 굶기조차 해야한다. 수치에 대한 기억이 참 억울할 때도 있다. 내가 그릇을 깨면 어머니의 덧셈은 10년 전 쯤부터로 거슬러올라가 누적 더하기를 하신다. 누구나 다 깰 수도 있는 거라고 말하고 넘어가려하면 ‘난 한 두 번 밖에 안 깼다’고 하신다. 일년에 360일 그릇 만지는 사람이 2년에 두 개, 일년에 닷 새 그릇 만지는 사람이 하나의 그릇을 깼다면 누가 더 그릇을 잘 깨는 사람일까? 머리카락이 단 한 올 남은 대머리가 이발사의 실수로 그 한 올 머리를 잃고 ‘내 머리를 다 뽑았다’고 펄펄 뛸 때, 이발사는 ‘난 하나 밖에 안 뽑았는데’하면서 억울해 할 것이다. 누가 더 억울한 것일까? 전부와 단 하나의 수치 사이에서.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