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26 2015년 02월 25일
작성자 김기석

 하나님, 새해 첫 주일 아침입니다. 눈밭에 첫 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오늘을 맞이했습니다. 일년 내내 경건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걷겠습니다. 하늘의 찬란한 빛을 받아 흔들리지 않는 발걸음으로 푯대이신 주님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가끔은 비틀거려도 결코 지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리를 인도해주십시오. 주님, 우리 마음이 부푼 욕망에 따라 속절없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십시오. 파란 하늘에 슬픔이 나부끼는 날이 이제는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거리에서 부르짖는 소리, 통곡하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질척질척한 일상 속에 하늘 빛을 가져가겠습니다. 사람들을 가르고 나누던 온갖 경계선을 가로지르며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심으시던 주님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주님, 우리가 해야 할 일 명령해주시고, 명령하신 말씀 수행할 수 있는 힘을 더해 주십시오. 아멘. (12/31)


하나님, 며칠 계속되는 추위를 견디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목도리를 두루고 모자를 챙겨 쓰다가 문득 알몸으로 오시는 주님이 떠올랐습니다. 주님은 지금도 알몸으로 우리 곁에 오고 계신지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 일러주신 그 말씀을 잘 알지만 우리는 선뜻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안락한 삶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과의 대면이 주는 불편함이 꺼려지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점점 주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주님, 우리를 둘러 당신의 옷으로 삼아주십시오. 게으르고 나태한 우리 삶을 꾸짖어 주시고, 찬 바람 부는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주님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주님이 세상 앞에 몸을 드러내신 주현주일입니다. 이제 우리도 이 덧거친 세상에 나아가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심으며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1/7)


하나님, 산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지만, 때로는 너무 힘에 겨워 비틀거릴 때도 있습니다.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하기에 우리는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며 삽니다. 어떤 때는 충만하고, 어떤 때는 물이 바짝 말라버린 샘처럼 처량합니다. 이 추운 겨울, 따뜻하고 편안한 곳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인데, 저 차가운 길바닥에 나앉아 '나도 살고 싶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외침은 메아리조차 없이 회색 건물 사이로 흩어지고 맙니다. 주님, 광야로 내몰린 하갈을 찾아가셔서 그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시고, 그의 길을 열어주심 같이 곤고한 이들의 외침을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몸인 교회가 그들의 시린 손을 따뜻하게 붙잡아 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주현절기를 지나는 동안 우리의 말과 생각이 주님을 닮게 해주십시오. 아멘. (1/14)


하나님, 말의 홍수 속에서 살지만 진실한 말, 온기있는 말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느른해진 몸과 마음을 깨우는 명징한 말도 만나기 어려운 세태입니다.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 타락한 말, 폭력이 되어 버린 말 속에서 우리는 지쳤습니다. 그래서 깊은 침묵의 강 속에 깊이 잠기고 싶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시면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말도 주님의 말씀과 닮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말들로 인해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를 입고 살아갑니다. 두려움에 떨며 골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을 찾아가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하고 빌어주시던 주님의 음성을 듣고 싶습니다. 울고 있는 마리아에게 다가가셔서 '마리아야!' 하고 다정하게 부르시던 그 음성을 듣고 싶습니다. 주님, 우리의 말이 주님의 말을 닮게 해주십시오. 살리는 말, 이어주는 말, 북돋는 말을 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1/21)


하나님, 아름다운 2월의 첫 주일 아침, 흩어졌던 마음을 그러모아 주님께 바칩니다. 맑고 깨끗하게 닦아내 주님께 드리고 싶었지만 우리 마음은 상처투성이, 얼룩투성이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평범하고 단순하게 만드셨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전도서 기자의 말이 어쩜 그리도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영혼의 헛헛함은 가실 줄을 모릅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몸과 마음은 늘 긴장 상태 속에 있고, 생명의 양식은 바닥난 지 이미 오래입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뜻을 따를 힘을 우리 속에 불어넣어 주십시오. 주님, 이제 사흘 후면 입춘입니다. 봄은 겨울로부터 시작된다는 평범한 진실이 눈물겹도록 고맙기만 합니다. 지금 우리 영혼이 겨울 바람에 떨고 있다 해도, 이제부터라도 봄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십시오. 아멘. (1/28) 


하나님, 거룩한 주일 아침, 예배 공동체에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복을 내려주십시오. 가끔은 신앙생활이 습관이 된 것 같은 아뜩한 느낌에 사로잡혀 교회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쾌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 우리 마음을 주님께 가져가지 않으면 우리는 그만 혼돈에 빠지고, 빛 없는 어둠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 안에만 참된 안식이 있나이다. 주님, 오늘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하늘의 신령한 빛을 비춰주십시오. 주어진 삶이 하나님의 은총임을 깨닫게 도와주시고, 형제자매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은 우리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하늘의 복이 유입되는 통로임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의 삶이 이웃들이 주님께 바친 기도의 응답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2/4)


하나님, 눈을 이고 있는 산을 바라볼 때마다 산 위에 올라가시어 희게 변모하셨던 주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흰 옷, 그것은 주님의 신적 광휘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죽음을 암시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수난의 어둔 골짜기로 걸어가기 전에 주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누구신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그 산 위에서 보았던 주님의 환한 모습은 그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제자들의 발 앞을 비추는 등불이 되었을 것입니다. 주님,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빛이 필요합니다. 경쟁을 내면화하고 사는 동안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미 잃은 새의 비명처럼 우리 영혼은 울부짖고 있습니다. 주님, 우리가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인생임을 깊이 자각하게 해주시고, 이제부터라도 하늘을 향한 순례자로 겸손하게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섬기며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2/11)


하나님, 사순절 첫째 주일 아침입니다. 주님은 돌보아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은 갈릴리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려 하십니다. 진실과 대면하기를 꺼리는 교권주의자들이 주님을 죽일 궁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굳이 그 위험 속으로 들어가려 하셨는지요? 진실은 죽음이 아니고는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까? 나약한 우리는 주님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으로는 당당하게 불의를 불의로 폭로하며 살고 싶어하지만 위험이 닥쳐오면 뒷걸음질치곤 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주님, 세상이 온통 악마들의 투기장이 된 것만 같습니다. 무고한 이들을 종교와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형하고, 공공연하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되갚아주겠다고 장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나님, 이 처참한 살육이 끝나게 해주십시오. 사람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세상을 이루어주십시오. 아멘.(2/18)


하나님, 히브리의 시인은 온 세상에 가득 찬 하나님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 주님, 우리에게도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주십시오. 고요와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세상에서 세밀한 가운데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을 가려 듣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연둣빛 새 순이 굳었던 대지를 뚫고 솟아나오고 있고, 나무 줄기에도 이미 생기가 오르고 있습니다. 눈석음물이 흐르는 계곡 역시 생명의 노래를 불러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 우리 마음에도 그런 생명의 기운이 움터 나오게 해주십시오. 96년 전 오늘, 이 땅 도처에서 울려나왔던 자유의 함성이 우렁우렁 들려옵니다. 모든 생명이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온전히 누리며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주님, 우리와 함께 해주십시오. 아멘(2/25) 

목록편집삭제

나그네(15 04-08 11:04)
목사님의 기도문을 따라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대구에 살아서 목사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늘 책과 설교동영상을 통해서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목사님 항상 평안하시고 힘내시길 빕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