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24 2014년 10월 07일
작성자 김기석

 하나님, 하나님의 숨결로 빚어진 세상에 어쩌면 이리도 고통이 가득 차 있습니까? 무더위 쯤은 참아내면 됩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없어 낙심한 이들이 참 많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그들의 이웃이 되라 말씀하십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피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일상을 넘어 거룩한 세계와 접속하지 못합니다. 직면하기 싫은 일을 통하지 않고는 더 깊은 세계로 갈 수 없음을 압니다. 주님, 이렇게 나태해진 우리 마음을 고쳐주십시오. 거룩한 삶에 대한 갈망을 다시금 심어주십시오. 하나님의 선물은 우리가 꺼리는 일을 통해 우리 삶에 유입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무더위에 지쳤다가도 시원한 그늘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주님, 우리가 희망을 잃은 채 세상을 떠도는 이들에게 그늘과 같은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7/2)


하나님, 무더위에 지쳐 차가운 물을 찾아 마시다가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는 잠언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도 분명히 보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보냄을 받은 자답게 살지 못했습니다. 보내신 주님의 뜻을 헤아리기보다는 욕망의 명령에 따라 이리저리 까불리며 살았습니다. 우리 때문에 얼마나 답답하십니까? 몸에 밴 낡은 습성을 끊어버리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발전하고 싶습니다. 날마다 덜어낼 것은 덜어내게 해주시고, 붙잡아야 할 것은 든든히 붙잡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의 하루가 누군가가 주님께 바치는 기도의 응답이 되게 해주십시오. 삶이 힘겨울수록 기쁨과 감사를 향해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더해주십시오. 오늘도 주님의 빛 안에서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아멘. (7/9) 


하나님, 공들여 지으시고 기뻐하셨던 인간들이 벌이는 참극을 보며 얼마나 기가 막히십니까? 하늘 숨을 불어넣으시어 영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시고, 외로울까봐 동행자까지 보내주셨는데, 그만 인간은 파괴에만 골몰하고, 힘 없는 이웃들의 살 권리를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은 인류의 양심에 던져진 물음표입니다. 하나님, 제발 이 참극을 멈추게 해주십시오. 증오의 미친 바람 잠잠케 해주시고, 사랑과 이해의 훈풍이 불어오게 해주십시오. 하나님, 생명에 가하는 폭력이 곧 하나님에 대한 거역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무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차마 덥다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당신을 거역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려 주십시오.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희망이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도록 이제는 개입해주십시오. 아멘. (7/16)


하나님, 고요함이 없는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 영혼은 파리하게 야위고 말았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곤과 권태가 묻어있습니다. 내면의 빛이 어두워져 낯빛조차 어두운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모두가 행복을 꿈꾸지만 마음 깊이 행복을 느끼고 또 그것을 누리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주님,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우리는 주님의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뜻에 늘 귀를 기울이게 해주시고, 주님을 깊이 신뢰하게 해주십시오. 불의에 저항할 때는 용감하게 해주시고, 그러면서도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성찰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조화로운 삶을 위해 다른 이들을 깊이 배려하고 존경하게 해주시고, 우리 삶이 주님의 마음을 향한 순례임을 한 순간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복음이 주는 자유 안에서 오늘도 사랑의 승리자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7/23)


하나님, 시간은 누구에게는 설렘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고통일 때가 많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난지 100일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고통은 잦아들지 않습니다. 평범한 행복의 꿈은 처절하게 무너지고 깊은 탄식과 분노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떤 위로의 말로도 저들을 위로할 길 없습니다. 주님의 자비하심으로 저들을 품어 주십시오. 이 일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엄히 꾸짖어 주시고, 생명보다 다른 것을 더 중히 여기는 이들을 벌하여 주십시오. 주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우리가 먼저 눈물의 땅, 고통의 땅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내게 해주십시오. 형제자매의 눈물을 닦아주고, 넘어진 이들을 부축하여 일으키고, 그들 앞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며 살게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나라는 정의와 평화를 통해 오고 있음을 잊지 말게 해주시고, 주님의 멍에를 멘 이들답게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아멘. (7/30)


하나님, 무더위와 비바람 속에서도 가을은 착실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의 질서는 이처럼 흔들림이 없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만나는 시원한 바람,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는 그늘, 삶의 곤고함을 잊게 해주는 고마운 이웃들, 그들은 모두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입니다. 주님, 이제 며칠 후면 광복절 69주년을 맞이합니다. 해방은 예기치 않은 시간에 도둑처럼 찾아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뭔가에 붙들린 채 살아갑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합니다. 욕망의 법칙을 따라 바장이는 동안 우리는 선물로 받은 삶을 한껏 누리지 못합니다. 타인을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부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은 전장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주님, 우리를 진정한 자유의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8/6)


하나님, 얼굴빛 환한 사람을 만나기가 어찌 이리도 힘이 든지요? 그 얼굴만 바라보면 세상 시름을 잊게 만드는 얼굴, 그 얼굴만 바라보면 거룩한 삶에 대한 열망이 솟구치는 그런 얼굴과 만나고 싶습니다. 누구를 대하든 마치 그가 세상에 유일한 사람인 것처럼 정성을 다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 삶이 힘겨운 것은 그런 만남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얼굴로 대면했던 이들이 부럽습니다. 어부들은 그 얼굴과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을 버려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삭개오는 그 얼굴과 만나는 순간 자기가 애착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 사람이 되었습니다. 주님, 무더위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거룩함, 맑음과 깊음과 접속하지 못해 우리는 지쳤습니다. 주님, 입추를 지나 처서를 향해 가는 이 계절에 새롭고 청신한 기운을 우리 속에 불어 넣어주십시오. 아멘. (8/13)


거룩하신 하나님, 날이 갈수록 사는 게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그동안 세상이 어떠하든 나라도 반듯하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뒤엉켜있는 세상에서 홀로 바르게 산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압니다. 곁에서 이웃이 울고 있는 데 그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바름이 무슨 소용입니까? 이웃이 죽어가는 데 나 홀로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해보아야 무슨 소용입니까?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물처럼 주님은 고통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교회는 그 자리를 애써 외면합니다. 주님을 향한 찬양이 넘쳐나는 곳에서 주님은 오히려 소외되고 있습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가 세상의 아픔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해주십시오. 굳은 살과 같은 마음을 도려내시고, 새살과 같은 마음을 심어주십시오. 아멘. (8/20)


하나님,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도 쓸쓸하기만 한 나날입니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살면서 우리 마음에 든 멍 때문이 아닐는지요?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신 주님의 명령대로 살고 싶지만 우리 영혼은 자꾸만 파리해져 갑니다. 착하게 사는 것이 더 쉬운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악하게 사는 이들이 승리의 개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님, 힘이 없어서 잊혀지고 함부로 짓밟히고 무시당하는 이들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또한 주님이 그들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계심을 한순간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적대의 공간을 환대의 공간으로 바꾸어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임을 명심하겠습니다. 오늘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마다 무정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진정한 참회와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향한 회심의 사건이 일어나게 해주십시오. 아멘. (8/27)


하나님, 영문도 모른 채 시간에 떠밀리며 살다 보니 마치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감나무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아, 거기, 붉은 빛을 머금은 감 열매가 탐스러웠습니다. 떫은 맛을 품은 채 여름을 견디던 감이 이제 단맛을 품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하늘빛 머금어 무르익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소비사회 언저리를 바장이는 동안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순례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습니다.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시어 우리의 느른해진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여 주십시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 모두 잃어버린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게 해주십시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쓸쓸해지는 사람들, 특히 광장에 선 채 명절을 맞이하는 이들의 아픔과 억울함이 속히 신원되게 해주십시오. 한주간 동안 세상의 선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9/3)


하나님, 여러 가지 근심과 걱정, 분노와 환멸이 우리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마음을 집중하려 해도 저 덧거친 세상을 떠돌고 있는 마음은 좀처럼 고요해지질 않습니다. 타자의 고통을 대놓고 조롱하는 이들의 모습이 떠오를 때면 사람 지으신 것을 후회하셨던 주님의 마음이 느꺼워져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질서 있게 창조하신 세상이 점점 혼돈에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무력감이 흉용한 물결처럼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주님, 그러나 절망을 향해 너무 빨리 돌아서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세상의 고난을 짊어진 이들,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키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이들을 보호하여주십시오. 주님의 십자가에서 희망의 표징을 보도록 우리 눈을 열어주십시오. 선으로 악을 이기는 검질긴 신앙의 승리자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9/10)


하나님, 착한 사람이 살기 쉬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현실 속에서 언제나 강고한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살고,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눕는 세상은 몽상가의 꿈에만 존재하는 것입니까?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지만, 현실은 그런 우리의 믿음이 부질없다고 자꾸만 속삭입니다. 찬 이슬을 맞으며 길 잃은 어린 양 한 마리를 찾아 산을 넘고 들을 건너는 목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치는 당리당략에 몰두하고, 종교는 초월의 빛을 잃은 채 성공에만 탐닉합니다. 주님은 아픔의 땅으로 우리를 부르시건만, 우리는 한사코 편안한 자리만 찾습니다. 주님, 느른해진 우리 영혼을 깨우는 서늘한 가을 바람으로 임하여 주십시오. 불의한 세상과 검질기게 맞서면서도 내면이 황폐해지지 않는 새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주십시오. 아멘. (9/17) 


하나님, 한 시인의 탄식이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다가오는 나날입니다.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일상에 부대끼며 살다보니 순수하고 소박했던 날들이 세월 저편의 아득한 과거가 되어 있습니다. 가을 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붉은 감 열매처럼 푸근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가을 국화처럼 향기를 머금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꿈을 잊고 살았습니다. 멈출 줄 알아야 삶이 위태롭지 않고, 족한 줄 알아야 욕된 일을 당하지 않는다는 데, 분주함에 길들여진 몸과 마음은 어디서든 멈출 줄을 모릅니다. 주님이 보내시는 멈춤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다가 우리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참 사람의 길을 다시 걷고 싶습니다. 이 거룩한 주일 아침, 지친 우리 영혼에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십시오. 아멘.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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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14 10-27 01:10)
목사님의 기도에 마음을 함께 보탭니다,주님 들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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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혜(14 12-01 12:12)
감사드립니다.하나님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불러본 사람이라면 실천해야하는 삶의
모습을 지적해 주셔서.가슴이 저미도록 아픕니다. 인간 군상들의 모습에.
그러나, 작은 실천이라도 함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리라 생각하며
결단과 노력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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