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23 2014년 07월 20일
작성자 김기석

 하나님,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신 그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그분들이 베푸신 아낌없는 사랑이 없었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조차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를 웃게 하려고 그분들이 흘리신 눈물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구부정한 허리로 천천히 길을 건너는 어르신들을 봅니다. 그 더디기만한 발걸음을 보며 애잔해졌습니다. 대지를 딛고 힘차게 걸으며, 땀흘려 일하던 이들이 세월과 더불어 그렇게 약해졌습니다. 주님은 그런 분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참 삶을 잊지 않는 길이라 이르십니다. 이제 '흰 머리 앞에서 일어나라'는 말씀을 꼭 지키며 살겠습니다. 주님, 어버이주일이 되어도 가슴에 피눈물이 멎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작별의 인사조차 없이 떠나버린 자식을 인해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이들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그분들의 가슴에 든 멍은 지워주시고, 생기 잃은 그들의 영혼에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아멘.(5/7)


하나님, 길을 걷다가 때이르게 피어난 감꽃을 보았습니다. 이런 시대에 꽃을 피우는 게 죄송하다는 듯 감꽃은 자신의 자태를 감추고 있었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면 발견하기조차 어려운 감꽃을 보며, 너무나 노골적으로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남이야 아프건 말건, 남이야 울건 말건, 제 잘만 맛에 빠져 거들먹거리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대체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주님, 우리는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아니, 인간됨의 근본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 속에 새겨주신 하나님의 형상은 흐릿하게 지워졌고, 가인의 모습만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주님, 우리를 새롭게 빚어주십시오. 34년 전 오늘, 저 남녘땅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떨치고 일어났던 이들이 총칼로 무참히 유린당한 날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자유와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아멘. (5/14) 


하나님, 평온한듯 하지만 왠지 긴장감이 감도는 나날입니다. 별일없이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왜 이리도 죄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아픔과 눈물의 땅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니, 너무 빨리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욕망을 붙좇는데 정신이 팔려 미처 돌아보지 못한 사이에 이 세상은 위험한 곳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님이 보시고 '좋다' 하셨던 그곳이 아닙니다. 이제야 우리는 사람 지으신 것을 후회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습니다. 주님, 그래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떨쳐 일어난 이들이 있습니다.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않고,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않고,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않는 이들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을 주님의 손과 발로 삼으셔서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어주십시오. 아멘. (5/21)


하나님, 잔인한 세월이 물러갈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고양에서 일어난 화재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얼이 빠진듯 했는데,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장성의 한 요양원에서 일어난 화재로 많은 노인 환자들이 속절없이 죽었습니다. 계속되는 참사에 맥이 다 풀리는 느낌입니다. 출애굽 전야에 애굽을 떠돌던 죽음의 사자가 이땅을 배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세상을 이처럼 위험스러운 곳으로 만든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생명을 경시하는 문화와 삶의 방식은 귀신에 들려 죽음의 비탈길을 내리달리는 돼지떼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음을 절감합니다. 하나님, 이제 며칠 후에 실시되는 지방 선거가 생명이 존귀히 여김을 받는 새로운 세상의 이정표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5/28) 


하나님, 두려움과 무력감에 젖어 있었던 제자들을 일으켜 세웠던 그 성령의 능력을 우리도 경험하게 해주십시오. 참 사람됨의 길에서 벗어난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각박한 인생길을 걷는 동안 영혼은 파리하게 변했고, 사랑의 샘은 바짝 말랐습니다. 이제는 돌이키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싶습니다. 삶의 순간순간을 하늘에 잇댄 채 살고 싶습니다. 주님,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들,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이들을 일으켜 주십시오. 하늘의 숨을 그들 속에 불어넣으시어 정의가 강물처럼, 공의가 하수처럼 흘러가는 새로운 역사를 위해 헌신하게 해주십시오. 릴케는 '주님은 행동에 의해서만 파악되고, 손으로만 밝혀진다'고 노래했습니다. 옳습니다, 주님, 우리 삶이 하나님의 현존하심에 대한 확인인 동시에 증거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6/4)


하나님, "너희가 사는 땅, 곧 내가 머물러 있는 이 땅을 더럽히지 말라" 하셨던 주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나날입니다. 이 땅에는 정말 많은 피가 흘렀습니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민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불의의 사고로 죽어간 이들이 많습니다. 주님은 아벨의 피가 땅 속에서 부르짖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들을 잃은 라헬의 울음소리가 이 땅에서도 그치질 않습니다. 피 흘려 지켜온 이 땅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죽음의 벌판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강과 땅은 파헤쳐졌고, 온갖 위험한 것들이 땅 위에 세워졌습니다. 생명이 넘실거려야 할 이 땅이 죽음의 벌판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위기를 알리기 위해 나팔을 불어야 할 교회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주님, 영혼의 깊은 잠에 빠진 이들을 깨워주십시오. 맥 빠진 우리 영혼에 주님의 숨을 불어넣어주십시오. 그 숨결 따라 생명의 춤을 추게 해주십시오. 아멘. (6/11)


하나님, 기초가 무너진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언제나 고통입니다. 이웃들을 항상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고, 무뚝뚝한 표정의 사람들과 나주하는 일이 힘겹게 느껴지는 나날입니다. 진실한 말과 눈빛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지쳤습니다. 인류의 첫 사람이 낯선 타자를 보고 내질렀던 기쁨의 말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날선 말들이 비수처럼 이웃의 가슴을 베고 찌릅니다.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내 마음이 확정되었다'고 고백하던 히브리의 시인처럼 우리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에 잇댄 채, 평화를 선택하는 용기를 발휘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64년 전 이땅을 휩쓸었던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털어내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 민족의 가슴에 하나님의 일치의 영을 보내주십시오. 그래서 하나됨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아멘. (6/18)


하나님, 6월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갈등과 분열이 그치질 않고 있습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더없이 귀하게 다가옵니다. 주님, 우리에게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할 줄 아는 여백을 우리 속에 창조해 주십시오. 이웃들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고 경탄할 줄 알게 해주십시오. 하지와 더불어 우리를 찾아올 무더위 속에서도 친절과 미소를 잊지 않게 해주시고, 누군가의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되어 다가가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무더위 속에서 더욱 푸르름을 더해가는 저 나무들처럼 우리도 더 웅숭깊은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으로 인해 비관주의자가 되지 말게 하시고, 작으나마 희망을 공간을 만들어가는 참 사람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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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타(14 08-06 08:08)
아멘..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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