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21 2014년 02월 26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은총처럼 밝아온 새해 첫 주일 아침입니다. 새벽,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한해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여는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함니다. 어제까지의 세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소란스럽고 평화는 위태롭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평화의 꿈, 새 하늘과 새 땅의 꿈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런 꿈조차 꿀 수 없다면 세상이 전쟁터로 변해버릴까 저어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힘들다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굳게 붙들고 살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향기를 발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우는 이들 곁에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게 해주시고, 배고픈 이들 곁에서 자기 만족에 겨운 웃음을 터뜨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어쩌다 비틀거려도 기어코 중심을 잡아 진리의 외길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아멘. (2014/1/1)


하나님,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운 나날입니다. 설렘과 기대로 맞이했던 새해가 벌써 낡은 옷을 걸친 듯 익숙해졌습니다. 정치권의 날선 공방이 지리하게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표정에는 권태가 묻어나기 시작합니다.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지만, 해처럼 밝게 웃는 이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피곤에 찌든 얼굴, 찌푸린 얼굴, 사나운 얼굴, 무표정한 얼굴들이 참 슬퍼보입니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어떤 강박관념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밖을 향한 우리의 시선을 거둬들여 내면을 살피게 해주시고, 세상 모든 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주님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주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진 우리 영혼에 주님의 숨을 불어넣어 생기 충만한 나날을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아멘. (1/8)


자비로우신 하나님,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 손이 되어야 한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마치 이명증처럼 귓전을 맴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일에 마음을 빼앗긴 채 살아갑니다. 우리는 늘 바쁩니다. 그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일들을 잊고 살아갑니다. 마음에 여백이 없어 이웃들을 맞이할 시간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귀중한 손님으로 맞이하셨습니다. 늘 분주하셨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람들을 건성으로 대하시지 않았습니다. 주님을 닮고 싶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언제든 마음 시린 이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손을 비워놓겠습니다. 거리에서 울부짖는 이들의 곁에 다가서겠습니다. 오늘, 그늘진 땅에 살고 있는 이웃들 곁에서 주님과 만나고 싶습니다. 주님, 우리를 이끌어주십시오. 아멘. (1/15)


자비로우신 하나님, 풍요로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눈물의 골짜기입니다.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다 못한 엄마가, 아이와 함께 죽음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 조류독감으로 인해 수많은 가금류가 살처분되고 있습니다. 생명조차 처분의 대상이 되고, 때가 되면 날아오는 철새조차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시대가 참 슬픕니다. 죽음의 벌판에 머무는 동안 우리 마음은 어느 결에 묵정밭으로 변했습니다. 주님, 오늘 이 땅에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마른 뼈처럼 서로 버성기던 이들이 깊은 불화의 잠에서 깨어나 친교의 악수를 나누고, 함께 생명의 춤을 출 수 있게 해주십시오.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이들과 함께 웃을 줄 아는 참 사람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늘도 이 땅 도처에서 피울음을 울고 있는 이웃들  곁에 다가설 용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아멘. (1/22)


하나님, 감사와 설렘으로 2월의 첫 주 아침을 맞습니다. 욕망의 거리를 바장이느라 마음 둘 곳을 알지 못한 채 헤매던 우리들입니다. 뿌리 뽑힌 것 같은 외로움과 고단함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나날입니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았던 이들, 그리고 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주님의 사랑으로 품어 안아 주십시오. 주님 품에 안겨 평안을 누리게 해주시고, 가지런해진 호흡과 순후한 눈빛으로 이웃을 대하게 해주십시오. 이제 이틀 후면 입춘입니다. 죽임의 기운이 넘치는 음습한 이 세상에 생명의 봄 바람을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겨울 같은 이 세상에 봄 소식이 되게 해주십시오. 우리로 인해 사람들이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게 해주십시오. 오늘, 무거운 짐을 지고 비틀거리는 이들, 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 울고 있는 이들 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새 마음을 주십시오. 아멘. (1/29)


하나님, 매서운 입춘 추위가 이제는 조금 눅어진 것 같습니다. 차가운 바람은 마치 겨울이 다 지나간 것처럼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다가왔습니다. 새로울 것도 없고, 신기할 것도 없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덤덤하게 살아갑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 묻지도 않은 채 마치 습관처럼, 그림자처럼 걸어가는 우리들입니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온 몸으로 겨울 바람과 맞서는 나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춥다고 발을 동동거리지 않는 그 의연한 직립의 버팀이 장엄했습니다. 주님, 이제는 정말 시련과 고통이 다가와도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는 직립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삶이 힘겹다고 하여 징징거리거나, 작은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파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버릴 것은 버릴 줄 아는 가벼움과, 붙잡아야 할 것은 든든히 붙잡는 진중함으로 이 덧거친 세상을 헤쳐나가게 해주십시오.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십시오. 아멘. (2/5)


하나님, 며칠 전 분주한 일상에 짓눌린 채 살다가 문득 하늘을 외롭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 보았습니다.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하늘을 보지 않는 이들을 소리쳐 불러내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그 달을 바라보면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근심과 걱정이 스러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상속자를 주시겠다는 당신의 약속을 미더워하지 않는 아브라함에게 '하늘을 쳐다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총총한 밤하늘의 별만 본 것이 아니라, 그 광막한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하나님의 숨결을 느꼈을 것입니다. 주님, 고단한 일상에만 몰두하고 있는 우리의 시선을 안으로 거두어 들이고, 주님의 눈으로 삶과 역사를 바라보게 해주십시오. 서두르시지 않는 주님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진리의 길을 걷게 해주십시오. 아멘. (2/12)


하나님, 우수가 지나면서 바람결이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매화나무 가지 끝에 맺힌 분홍색 꽃망울이 어여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가오는 봄을 하냥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저 남쪽에서 들려오는 피울음소리 때문입니다. 낯선 세계에 들어선다는 설렘으로 부풀었던 젊은이들의 꿈이 어찌 그리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요? 눈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무너진 체육관 건물은 바로 그 가족들의 마음입니다. 어떤 말로도 그들을 위로할 길이 없습니다. 주님, 친히 그들의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워주십시오. 신앙의 뿌리를 찾아 떠났다가 폭탄 테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품에 안아주시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모든 이들의 가슴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십시오. 주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통과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동행해주시고, 그들을 사랑과 평화의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아멘. (2/19)


하나님, 어디선가 우렁우렁 함성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95년 전, 땅과 주권 뿐만 아니라 봄조차 빼앗겼던 이 땅의 사람들이 억압을 떨치고 일어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 땅 어딘가에 내장되어 있을 그 함성을 지금 다시 불러일으키고 싶습니다. 억압은 지금 다른 형태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온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처럼, 확장된 욕망은 우리 삶을 힘겹게 만듭니다. 이른 비와 늦은 비로 은총을 입히시는 주님, 오늘 이 땅에 은혜의 단비를 내려주셔서 욕망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시고, 우리들 속에 깃든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싹틔우게 해주십시오. 봄기운을 받아 돋아나는 풀꽃 한 송이 한 송이 속에서 하나님의 신비와 마주치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속에 기쁨과 감사의 기운을 흘려보내게 해주십시오. 주님과 동행함이 우리의 힘입니다. 아멘.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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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량(14 03-04 12:03)
사랑이 있는 곳에 믿음이 갑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봄의 소리가 들립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생명의 싹이 납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향기가 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기쁨이 솟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평화가 흐릅니다.
사랑이 있는 곳이 곧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목사님의 기도에 공감하며 감사의 마음을 담습니다.
정복량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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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정(14 03-05 09:03)
모든 것을 버리고 썩어 열매를 맺는 밀알 되게 하소서.
목사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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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애(14 04-02 11:04)
마음 깊이 자리한 슬픔을 샘물처럼 건져올려
주님께 드리고
반짝이는 눈물로 기도를 올립니다.
내 영혼이 잠잠히 여호와를 바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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