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16 2013년 03월 27일
작성자 김기석

참 좋으신 하나님, 2월의 첫 주일 아침 주님을 찬미함이 우리의 기쁨입니다. 분주함을 핑계로 자신의 삶을 성찰할 시간조차 내지 못하던 우리들이오나, 주님은 이 아침 우리에게 ‘평안하냐?’고 묻고 계십니다. 주님, 돌이켜 보니 우리에게 평안함이 없습니다. 근심과 걱정, 분노와 시새움이 우리를 온통 사로잡고 있습니다. 입춘이 다가오지만 우리는 여전히 엄동설한을 지나는 것만 같습니다. 찢기고 상한 우리 마음을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하나님의 시간을 예민하게 자각하지 못하는 우리의 둔감함을 주님 앞에 봉헌합니다. 고쳐주시고, 북돋으시고, 소명을 새롭게 해 주시는 주님의 은총을 기다립니다. 주님, 게으른 종들이오나 주님의 빛을 거두지 말아주십시오.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일어나 주님을 따를 수 있는 믿음의 용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아멘. (1/30)

 

자비로우신 하나님, 흰 눈을 이고 있는 산이 아늑해 보입니다. 눈 덮인 산하, 그리고 그 눈에 되비쳐오는 햇빛이 얼마나 황홀한지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세상 풍경이 잿빛이기 때문일까요? 환한 것만 보아도 가슴이 설렙니다. 산상변화주일 아침, 높은 산에 올라 환하게 변화되셨던 주님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수난의 어두운 골짜기로 들어서기 전에 제자들에게 보여주셨던 그 청정한 하늘빛 우리에게도 비춰주십시오. 그 빛이 없어 우리는 대낮에도 비틀거리며 삽니다. 하늘을 이고 살면서도 땅만 바라보고 사는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 히브리 시인의 이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게 해주십시오. 과거에 대한 헛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게 해주시고, 하루하루를 영원의 빛 가운데서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아멘. (2/6)

 

자비로우신 하나님, 사순절 순례의 여정을 통해 그리스도의 마음과 깊은 일치를 이루고 싶습니다. 우리 속에는 죽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허영심, 탐욕과 분노, 인색한 마음, 교만함…이런 것들과 작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우리 몸과 마음에 밴 습관을 떨쳐버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우리를 새롭게 빚어주십시오. 자기를 여읜 자의 홀가분함으로 감사와 기쁨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주님,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 전체에 어둔 그늘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간절한 염원을 들으시어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의 소문이 들려오지 않게 해주십시오. 사람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예언자들의 꿈이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와 함께 해주십시오. 아멘. (2/13)

 

자비로우신 하나님,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이 참으로 깊고 놀랍습니다. 하루하루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위태로운 나날이지만, 그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게 해주시고, 아름다움에 눈 뜨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아브라함에게 밤 하늘의 별을 보라고 말씀하셨던 주님,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만 바라보던 우리 시선을 거두어 하나님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하나님의 이름이 의심과 모독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의 존재가 곧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증언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제 내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여 국정을 돌보게 됩니다. 중책을 맡은 이들에게 지혜와 더불어 하나님 경외하는 마음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듣는 마음'을 구했던 솔로몬의 기도가 저들의 기도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2/20)

 

자비로우신 하나님, 마치 기적처럼 산수유에 노란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잿빛 겨울 한 복판을 지나면서도 속으로 노란 색채를 품었던 나무가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지요? 삶이 제 아무리 곤고하고 팍팍하다 해도, 가슴에 하늘을 품은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이 나무를 깨우듯, 우리도 세상에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과 평화의 나무를 키우고 싶습니다. 3.1절 94주년을 지나면서 ‘힘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온다’고 선언했던 3.1정신을 되새겨봅니다. 세상은 여전히 힘이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 하늘과 새 땅, 도의의 새 시대를 기다리던 이들은 오랜 기다림에 지쳤습니다. 주님,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셨던 주님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2/27)

 

자비로우신 하나님, 양지 바른 곳마다 돋아나는 새싹들을 보며 마치 기적에나 접한 듯 가슴이 설레는 나날입니다. 봄 신명에 지펴 노래라도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일들에 묶여,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아름다움 앞에 머물 줄 몰랐습니다. 경탄을 잃어버린 인생은 무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하나님께 바쳐야 할 우리 마음을 엉뚱한 것에 바치곤 했습니다. 주님, 이제는 종작없이 흩어졌던 마음을 모아 주님께 바치고 싶습니다. 모든 좋음과 아름다움과 사랑의 근원이신 주님, 하나님의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입이 되어 자기 말을 잃어버린 이들의 음성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싹트는 생명의 나무로 인해 기뻐하게 해주십시오. 아멘. (3/6)

 

자비로우신 하나님,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입이 벙글어집니다. 맑고, 싱그럽고, 귀엽습니다. 문득 슬퍼집니다. 그들의 세계로부터 너무 멀리 떠난 온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그 아이들을 잘 지켜주고 싶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폭력과 증오와 욕망에 의해 그들의 삶이 유린되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십시오. 주님, 여전히 목이 마르신지요?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달라시던 그 장면을 묵상하면서 목에 메었습니다. 우리 삶이 주님께 바치는 시원한 샘물 이어야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주님의 애를 태우며 살고 있습니다. 염치없지만 주님께 청합니다.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을 우리에게 주십시오. 그 물을 먹고 우리도 누군가의 영혼을 시원케 하는 샘물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3/13)

 

자비로우신 하나님, 사순절기가 너무도 빨리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큰 기대와 열정을 가지고 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내적인 회심과 신앙의 도약을 소망했습니다. 하지만 허청거리며 살다보니 떠나온 바로 그 자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를 못하고 말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앉을 것인가를 놓고 다퉜던 제자들의 모습과 우리 모습이 고스란히 겹쳐집니다.. 주님, 이 거룩한 종려주일 아침, 나귀를 타고 천천히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던 주님의 속도에 맞추어 우리 삶을 조율하게 해주십시오. 채찍을 들어 강도의 굴혈로 변한 성전을 정화하셨던 것처럼, 낮아짐의 길, 희생의 길, 섬김의 길을 외면하고 있는 이 땅의 교회들을 뒤엎어주십시오. 그러나 올곧게 십자가의 길을 걷는 이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쳐 좌절하지 않도록 눈동자와 같이 지켜주십시오. 아멘. (3/20)

 

자비로우신 하나님,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이 온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안듯,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온 누리에 넘치는 아침입니다. 십자가는 치욕이 아니었습니다. 절망도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야말로 생명에 이르는 좁은 문이었습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환난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하신 말씀이 빈 말씀이 아님을 이제는 압니다. 주님,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인력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땅의 현실에 붙들려 살아갑니다.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자아라는 고치를 뚫고 나와 저 푸른 자유의 하늘을 마음껏 날아오르게 해주십시오. 다정하게 마리아의 이름을 불러주신 것처럼, 지금 울고 있는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주님의 몸으로 세움받은 교회가 고통과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들 곁에 다가가 그들의 희망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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