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15 2013년 01월 22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벌써 대림절 첫 번째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어둠이 깊어가는 이때 촛불 하나를 밝혀놓고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은 먼지투성이이고, 욕망의 거미줄까지 드리워져 있습니다. 허섭스레기로 가득 찬 우리 내면의 뜨락에서는 생명의 향기조차 피어오르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주님은 지금도 외로우십니다. 길가의 나무에 색 전구가 밝혀지고, 상가에는 화려한 성탄 장식이 등장하고 있지만, 세상의 아픔을 온몸으로 부둥켜 안고 함께 아파하시던 주님의 뒤를 따르는 이들은 너무도 적습니다. 주님, 우리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때로는 생명의 훈풍으로 우리의 얼어붙은 마음 녹여주시고, 때로는 엄정한 삭풍으로 잠든 우리의 양심을 깨워주십시오. 빛으로 오시는 주님, 우리의 양심에 하늘의 불을 붙여주십시오. 그 빛으로 주변만이라도 환히 밝히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11/28)

 

자비로우신 하나님, 대림절 초 두 개를 밝혀 놓고 주님 오실 길을 닦았던 이들을 생각합니다. 산골 처녀 마리아는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시고,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시고,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실 분을 위해 자기의 존재 전체를 바쳤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평평하게 하고, 굽은 것을 곧게 하고, 험한 길을 평탄하게 하기 위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주님을 모시기 위해서는 고통과 시련을 마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들로부터 배웁니다. 이제는 안일한 행복을 구하느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외면하고, 이웃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막고 살았던 삶에서 돌이키고 싶습니다. 이웃과 함께 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은총의 순간임을 자각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주님,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오셔서 우리 삶의 주인이 되어 주십시오. 아멘. (12/5)

 

자비로우신 하나님, 대림절 초 세 개를 밝혀 놓고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신랑이 이미 문 앞에 이르렀는데 그만 기름을 준비하지 못해 당황하던 어리석은 처녀들의 심정으로 저희가 주님 앞에 있습니다. 개똥벌레가 보여주는 반딧불만큼도 세상에 빛을 발하지 못하는 우리 삶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곧고 바르게 살기도 어렵고, 맑고 깨끗하게 살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흔들리면서도 기어코 북극성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우리도 삶으로 하나님을 가리켜 보이는 이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주님, 연약한 이들과 짓밟힌 이들, 자기 음성을 잃어버린 사람들, 자기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돌볼 줄 아는 겸허한 일꾼을 세워주십시오. 그와 더불어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열어가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12/12)

 

자비로우신 하나님,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지나고 이제 빛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응시하며 시대의 징조를 살피던 동방박사들이 보았던 그 별을 우리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 별을 따라 주님의 현존 앞에 서고 싶습니다. 가장 순결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싶습니다. 우리 마음 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착하고 깨끗한 마음을 일깨워주십시오. 주님, 5년 동안 이 나라를 섬길 일꾼이 뽑혔습니다. 부디 그에게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주셔서,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게 하시고, 화려한 세상의 이면 곧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세심히 배려하는 정치를 펼치게 도와주십시오. 돈이 말하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적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세상, 정의를 뿌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는 새 시대를 열어가게 해주십시오. 아멘. (12/19)

 

자비로우신 하나님, 성탄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하나님께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노래했던 천사의 노랫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헤롯에 의해 학살당한 아기들과 그 가족들의 통곡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빛의 절기가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 땅은 어둡습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실직 노동자들이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이 우리 가슴을 미어지게 만듭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우리는 희망의 노래, 기쁨의 노래를 부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돌아보면 힘겨웠던 시간의 갈피마다 주님의 은총이 새겨져 있음을 봅니다. 이제는 탄식을 거두고 길 없는 곳에 길을 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람들의 시린 마음에 봄의 향기를 가져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주님, 우리와 동행해주십시오. 아멘. (12/26)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을 바라보는 설렘으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조심조심, 성실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걷겠습니다. 그 길에서 주님의 동행이 되고 싶습니다. 가만가만 말을 건네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살겠습니다. 초위와 찬바람에 저절로 몸을 곱송그리게 되지만, 새 빛으로 우리에게 임하시는 주님 덕분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새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처럼, 저희의 내면에도 봄의 생기가 돋아나게 해주십시오. 주현절 아침, 별을 보며 하늘의 뜻을 찾던 동방 박사들을 인도했던 별빛 하나 우리에게 내려주셔서, 우리의 발걸음도 주님 앞에 이르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귀한 예물을 주님께 바치게 해주십시오. 새해에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과 이웃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게 해주십시오. 아멘. (2013/1/2)

 

자비로우신 하나님,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씩 철썩이고/종달새는 하루에 3000번씩 우짖으며 자신을 지킨다”는 시인의 노래를 들으며 삶의 엄중함을 생각해봅니다. 적응될 만도 하건만 겨울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계절의 겨울만이 아니라, 인생의 겨울 앞에서도 쩔쩔매는 우리들입니다. 거리를 걷는 이들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경축하며 사는 이들이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헛된 기대와 바람이 오히려 우리 삶을 무겁게 만듭니다. 주님, 물 위를 사뿐하게 걸으셨던 주님의 그 가벼움을 배우고 싶습니다. 모두가 피하려고 하는 십자가를 향해 성큼 나아가는 그 단호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좋으신 주님, 예기치 않은 시간에 우리를 찾아오는 갖가지 색깔의 경험들을 모아 무지개를 엮는 마음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1/9)

 

자비로우신 하나님, 흰 눈에 덮여 있는 산야가 고즈넉하게 보이는 날들입니다. 텅 빈 들판의 허허로움이 마치 우리의 쓸쓸하고 허전한 마음인 듯싶어 가슴 한 켠이 무지근해집니다. 잔뜩 응등그린 채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을 봅니다. 모두가 낯선 얼굴들이지만 하나같이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저마다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이웃들입니다. 그들의 얼굴에 깃든 어떤 목마름을 봅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채울 길 없는 목마름입니다. 주님, 주님의 마음 깊은 곳에 두레박을 내려 생명의 샘물을 길어 그들에게 주고 싶습니다. 그들의 얼굴에 깃든 어떤 외로움을 봅니다. 따듯하고 포근한 주님의 품으로 그들을 이끌고 싶습니다. 주님, 우리를 두레박으로 삼으시고, 우리를 아딧줄로 삼아 주십시오. 주님 앞에 우리의 몸과 마음 바치오니, 선하신 뜻대로 사용하여 주십시오. 아멘. (1/16)

 

참 좋으신 하나님, 생명을 받아 살아간다는 것이 기적 중의 기적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시간의 물살에 채여 비틀거리곤 합니다. 근심의 먹구름이 우리 마음을 온통 짓누를 때도 있습니다. 애써 마음을 다독여 봐도 삶은 역시 힘겹습니다. 어려울 때 기도하고, 기쁠 때 찬송하라 하셨지만, 어려울 때는 낙심했고, 기쁠 때는 주님의 은혜를 망각했습니다. 이제 마음을 고요히 하고 주님을 기다립니다. 주님, 골방에 갇힌 채 탄식하던 제자들을 찾아가 숨을 불어 넣어주셨던 것처럼 지금 우리 속에 오셔서 주님의 숨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비해 사소하기 이를 데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때가 되면 뒤로 물러나 하나님 앞에 엎드리고, 앞으로 나아가 사랑으로 사람들을 돌보셨던 주님의 마음을 우리에게도 허락해 주십시오. 아멘.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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