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13 2012년 10월 18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무더위와 드잡이를 하다 보니 어느덧 8월입니다. 여전히 덥지만 벌써 입추가 눈앞입니다. 삶의 허장성세를 벗어버리고 하나님 앞에 알몸으로 서고 싶습니다. 일상 속에서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허위단심으로 넘는 산길에서 문득 만나는 시원한 바람처럼 우리에게 불어와 주십시오. 후텁지근한 여름날 후련하게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우리에게 내려주십시오. 지치고 상한 영혼을 일깨우는 꽃 향기로, 새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와 주십시오. 세상의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해주시고, 사회적 약자들의 슬픔과 고통에 깊이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높아지려는 열망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발을 닦아주는 겸허함으로 주님의 길을 따르게 해주십시오. 지금 이 땅에서 외로우신 주님의 몸이 되어드리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아멘 (8/1)

 

자비로우신 하나님, 벼 이삭이 팬 들녘에서 고요함을 만났습니다. 해와 달과 별과 바람, 물과 곤충, 그리고 농부의 땀방울로 영글어가는 벼를 보며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그러나 녹색으로 변해버린 강을 보며 참담해졌습니다. 흐르고 또 흘러 바다에 이르러야 할 저 강물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는지요? 폭염 탓이라곤 하지만, 사실은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의 역습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녹색의 강물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뭇 피조물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가슴이 아픕니다. 주님, 성전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가는 곳마다 죽었던 생명이 되살아나는 비전을 보았던 에스겔의 꿈을 우리에게도 주십시오. 이땅에서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마다 생명의 샘물을 솟쳐내는 샘터가 되게 해주십시오. 주님, 길 잃은 양과 같은 우리를 마땅히 가야 할 참 사람의 길로 이끌어주십시오. 아멘. (8/8)

 

자비로우신 하나님, 덧없이 지나가는 일상의 일들 가운데서 하나님의 현존을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욕망에 부푼 우리 마음은 늘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다가오건만 우리는 그 메시지를 새겨듣지 못했습니다. 주님, 이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삶을 성찰하며 살고 싶습니다. 얻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이미 주어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직면하는 이웃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어 다가가고 싶습니다. 주님, 강력한 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 사람들, 수해로 혹은 가뭄으로 인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주님, 우리가 그들의 시린 마음을 감싸 안는 선한 이웃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8/15)

 

자비로우신 하나님, 길 잃은 양처럼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헤매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세상의 달콤한 유혹에 이끌리다 보니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비록 길을 잃었으나 주님의 음성 들려오면 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나이다. 채찍이나 책망이 아니라 사랑으로 우리를 찾아주십시오. 탕자를 품어 안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우리를 품어 주십시오. 팍팍한 세상 길을 걷느라 우리 몸의 진액이 다 말랐습니다. 생명의 샘물로 우리를 소생시켜 주십시오. 비록 삶의 무게에 짓눌려도 하늘을 잊고 살지 않게 해주십시오. 어둠의 땅을 걸어가는 이웃들에게 하나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징표가 되게 해주십시오. 괴로움과 두려움에 짓눌린 채 숨죽이고 살아가는 이들의 좋은 이웃이 되게 해주십시오. 여름의 남은 날들을 내면을 살찌우는 기회로 삼게 해주십시오. 아멘. (8/22)

 

자비하신 하나님, 인간의 작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나날입니다. 세찬 기세로 몰려와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고 떠난 태풍은 우리에게 겸허히 살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모르는 것 하나 없고 못할 일도 없는 것처럼 처신하지만, 실은 바람 앞에 흩어지는 안개와 같은 우리들입니다. 땅이 진동하고 사람들이 비틀거릴 때에, 땅의 기둥을 견고하게 붙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태풍 속에서 우렁우렁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무 소리 들리지 않아도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세상 끝까지 번져 가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제 욕망으로 후텁지근해진 우리 영혼에 서늘한 바람으로 불어오시어, 주님의 뜻을 따라 살아갈 새 마음을 창조해 주십시오. 오늘 우리의 하루가 영원에 잇댄 날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8/29)

 

자비로우신 하나님,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초가을입니다. 맑은 대기를 호흡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대지를 딛고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여겨지는 나날입니다. 하지만 주님, 오늘의 세상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십니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들이 차마 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며 살고 있습니다. 마치 영혼이 없는 것 같은 이들이 세상을 떠돌고 있습니다. 그들은 생명의 존엄이니, 아낌이니, 돌봄이니 하는 말들을 잊은 사람들 같습니다. 그것이 어찌 그들만의 문제이겠습니까? 그들을 삶의 가장자리로 밀어붙인 이 세상이야말로 그런 이들을 낳은 모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이 땅에 세우신 교회가 그런 상처입은 이들을 품어 안아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키게 해주십시오. 아멘. (9/5)

 

자비로우신 하나님, 평화 없는 세상에 사느라 우리는 지쳤습니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우리는 형제자매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마치 진액이 말라버린 달팽이처럼 우리 삶은 푸석푸석해지고 말았습니다.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들었고, 영혼의 헛헛증을 채울 길 없어 우리는 방황합니다. 과일가게에 진열된 때깔 고운 과일을 보며 부끄러웠습니다. 과일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익어가 하나님을 찬미하고 있는데, 우리는 남의 삶만을 부러워하고 있음을 자각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이란 우리의 심장을 주님께 바치는 일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자아에 얽매어 욕망의 거리를 바장이고 있습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가없이 푸른 저 가을 하늘처럼 우리 마음도 그렇게 청정하게 변하게 해주십시오. 주님만이 우리의 빛이시옵니다. 아멘. (9/12)

 

자비로우신 하나님, 가을의 분기점을 넘으며 조금씩 색이 변해가는 나뭇잎을 바라봅니다. 세월이 그렇게 저마다의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연은 그처럼 생명의 리듬에 따라 피어나고 스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푸르른 데, 우리네 삶은 여전히 지향을 잃은 채 지상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우리는 다투고, 미워하고, 때로는 짓밟으며 살고 있습니다. 온전한 생명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신음이 도처에서 들려옵니다. 또한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발흥하면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 세상의 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리를 꼭 붙들어주십시오. 주님만이 우리의 빛이시옵니다. 아멘. (9/19)

 

자비로우신 하나님, 주님의 은총을 기억하고, 또 조상들의 은덕을 기억하는 오늘, 거리를 걷는 이들의 표정이 사뭇 넉넉합니다. 깨끗한 하늘과 맑은 대기가 우리의 마음인 듯합니다. 그동안 삶은 힘에 겨웠습니다. 긴장과 불안의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모든 근심 내려놓고, 가족들이 차린 두레밥상 앞에 둘러앉아 마음껏 웃고 싶습니다. 고향에선 넘어져도 흙과 풀이 안아준다는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우리 모두 아이처럼 영원한 고향이신 주님께 안기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더욱 외로운 이들을 기억합니다. 고향이 있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 가족들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찾아올 이 하나 없어 막연한 그리움으로 애태우는 사람들…주님, 그들을 찾아가 주십시오. 그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그들의 가슴에 하늘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십시오. 아멘.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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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철(13 01-13 06:01)
감사합니다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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