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12 2012년 07월 25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날마다 푸르름을 더해가는 산과 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진 세상을 보며 ‘참 좋다’ 하셨던 주님의 마음이 조금은 헤아려집니다. 하지만 주님, 귀 기울여 듣노라면 우리 산하 도처에서 들려오는 피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흐름이 가로막힌 강, 오염된 물, 깨지고 파헤쳐진 산, 땅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뭇 생명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음이 도처에서 들려오고,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모두가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빚어낸 참사입니다. ‘피조물은 하나님은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했던 바울 사도의 음성이 벽력처럼 들려옵니다. 상처 입은 땅과 생명을 치유하기 위해 헌신하는 생명의 일꾼들을 세워 주십시오. 성령의 바람을 보내시어 우리 모두 절제의 열매를 맺게 해주십시오. 아멘. (6/6)

 

자비로우신 하나님, 사람들이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평화를 누리고 싶은 것은 과도한 욕망인지요?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평화롭기 이를 데 없는데, 도심의 거리에서는 왜 악다구니가 끊이지 않는지요? 모든 생명은 비스듬히 기댄 채 살아갑니다. ‘너 없이는 나도 없다’는 사실을 왜 우리는 짐짓 외면하며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성령에 충만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그리움으로 떠올립니다. 내면에 깃든 감격은 낯선 이들조차 형제자매로 맞아들이게 했습니다. 음식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 깨달은 말씀을 나누며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꿨습니다. 주님, 이제 성령의 은총으로 이 땅을 새롭게 만들어 주십시오. 영적 가뭄으로 인해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진 우리 마음에 은혜의 단비를 내려주십시오. 주님만이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아멘.(6/13)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슴에 맺힌 피멍울로 인해 가슴이 미어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햇볕에 달아오른 묘비를 마치 남편인양, 자식인양 자꾸만 어루만지는 이들의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저들의 한과 아픔을 기도로 들으시는 주님, 이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 주십시오. 진노의 몽둥이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던 이 민족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야곱과 에서가 오랜 갈등을 청산하고 서로를 얼싸안았던 브니엘의 감동을 이 땅에서도 맛보게 해주십시오.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신 주님의 가멸진 은혜가 우리들 가슴마다 넘치게 해주십시오. 세계의 모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 한반도가 평화의 기쁜 소식을 알리는 전령이 되게 해주십시오. 주님, 이 무더운 계절 평화의 나무가 더욱 무성하게 자라게 해주십시오. 아멘. (6/20)

 

자비로우신 하나님, 부족하고 허물 많은 저희가 한 해의 또 다른 절반 앞에 섰습니다. 살아온 날 돌아보니 부끄러움뿐입니다. 가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욕망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사랑과 평화를 갈망하지만 불화를 빚으며 살고 있습니다. 열매를 맺지 못해 책망 받았던 무화과나무가 생각납니다. 오래 참으시는 주님, 저희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허락된 시간을 빚어 영원의 열매를 맺으며 살게 해주십시오. 주님이 발길이 닿는 곳 어디에서나 잔치가 벌어졌던 것처럼 우리도 이웃들과 더불어 생을 맘껏 경축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비난하고, 모욕하고, 조롱하는 말들을 버리고, 일으켜 세우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을 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녹음이 짙어지는 이 계절, 우리의 마음에도 초록빛 생명이 가득 차오르게 해주십시오. 아멘.(6/27)

 

자비로우신 하나님, 땅에 떨어져 뒹굴다가 사람들의 발에 밟혀 으깨진 감을 보았습니다. 홍시로 익어가지 못한 채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고 만 그 감이 제 모습인 듯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시간이 몸과 마음에 아름답게 새겨져야 하는 데, 허청대며 걷다보니 생은 늘 무겁습니다. 곧고 바르게 살기도 어렵고, 맑고 아름답게 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님, 이제는 더 이상 욕망의 언저리를 맴돌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한껏 사랑하고, 이웃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둥켜안으며 살고 싶습니다. 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다가서진 못한다 해도, 그늘을 드리워 지친 사람들을 품어주는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이 뜨거운 여름, 이웃들의 마음에 명랑하고 청신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살 수 있도록 우리 마음에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십시오. 아멘.(7/4)

 

자비로우신 하나님, 주님의 가르침으로 우리 마음에 드리운 어둠을 물리쳐주십시오. 우리에게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일깨워주십시오. 물 먹은 솜처럼 우리 영혼이 무거워질 때에도 물결 위를 즈려 밟고 걸으셨던 그 가벼움으로 우리를 일으켜 주십시오. 구름을 흩뜨리는 바람처럼 불어오셔서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워진 쇠항아리 같은 절망을 물리쳐 주십시오. 바람이 세찰수록 뿌리를 더 깊게 뻗는 나무들처럼, 삶이 힘겨울수록 주님의 마음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게 해주십시오. 주님, 우리의 현실은 악몽처럼 흉하지만, 그 속에 하늘나라의 꿈을 끌어들이는 검질긴 믿음을 허락해주십시오. 이 무더운 날에도 밭고랑 사이에 주저앉아 작물을 돌보는 농부들처럼 우리 삶이 정성스럽게 해주십시오. 일상의 모든 순간이 주님의 마음을 향한 거룩한 순례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7/11)

 

자비로우신 하나님,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았습니다.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나무를 보며, “만물은 흔들리면서 흔들리는 만큼 튼튼한 줄기를 얻고”라고 노래한 시인의 마음을 떠올렸습니다.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한 것이 인생이어서 우리는 시시때때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갑니다. 오늘 행복과 희망의 마루에 선 이들에게는 겸손하게 자기 삶을 성찰하고 겸허히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허락해 주십시오. 오늘 고통과 절망의 계곡에서 서성이는 이들에게는 도우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허락해 주십시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유배살이 하고 있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삶의 순간순간이 하나님의 은총의 때임을 자각하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허락해 주십시오. 아멘.(7/18)

 

참 좋으신 하나님, 낮게 드리운 먹장구름을 바라봅니다.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구름은 비가 되어 땅에 떨어집니다. 삶에 예기치 않은 구름이 드리워지면 우리는 삶의 무게를 감당할 길 없어 비틀거립니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말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그 시간, 우리는 구름 너머에 여전히 빛나고 있는 푸른 하늘을 잊곤 합니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지치고 상한 마음을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우리를 새로운 존재로 빚어주실 주님의 숨결을 기다립니다. 지극한 혼돈을 조화로운 질서로 바꿔놓으시는 주님, 주님의 숨결을 받아 우리 삶도 가지런해지게 해주십시오. 그래서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과 사귀면서 평화롭게 살게 해주십시오. 뙤약볕 아래를 걷고 있는 이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품 넓은 그늘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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