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11 2012년 05월 30일
작성자 김기석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거룩하신 하나님,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우리의 힘이 됩니다. 마치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주님에 대해 증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햇빛과 구름, 돋아난 풀잎과 나뭇잎까지도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드리웠던 우울과 낙담의 비늘이 벗겨지니, 비로소 세상이 온통 주님의 은총으로 충만함을 알겠습니다. 주님, 우리는 다정스레 마리아를 부르시는 음성을 듣습니다. 호숫가에 서서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제자들이 숨어 있던 골방에 들어오시어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축복하시던 그 음성을 듣습니다. 주님, 저희들에게도 그렇게 말을 건네주십시오. 저희 이름도 다정하게 불러주십시오. 특별히 눈물의 골짜기를 걷고 있는 사람들과 평화의 일꾼들을 다정한 팔로 안아주십시오. 아멘.(4/4)

 

자비하신 하나님, 오늘도 산 자의 땅에서 주님을 찬미하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삶이 아무리 힘겨워도 선물로 주신 값진 생명을 꼭 끌어안겠습니다. 우리 마음이 속절없이 어둠의 심연에 이끌릴 때, 슬며시 찾아와 마음에 등불 하나 밝혀주십시오. 부러진 갈대같은 우리를 모른 체 하지 마시고,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시어 하늘 곡조를 연주하게 해주십시오. 가슴에 도사린 절망의 뿌리는 뽑아주시고, 막혀 있던 사랑의 샘이 솟구쳐나오게 해주십니다. 주님의 은총 안에 살기에 절망의 땅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겠습니다. ‘나는 생명이다. 결코 죽지 않는다.’ 사람들과 더불어 부활의 노래를 부를 때 우리 가슴에는 은총처럼 청량한 새벽 기운이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주님이 주신 그 생명의 기운을 이웃들과 한껏 나누며 살겠습니다. 우리를 마땅히 가야 할 길로 이끌어주십시오. 아멘.(4/11)

 

거룩하신 하나님, 꽃길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환한 나날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늘 분주하고 힘겹지만, 봄은 마치 안식일처럼 우리 마음에 기쁨을 줍니다. 하지만 이 봄에도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있어 마음이 시립니다.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 유형무형의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 삶에 대한 희망조차 빼앗긴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도 유망한 젊은이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며 세상을 버리고, 동료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허공에 몸을 날린 청소년, 그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부드럽고, 느리고, 따뜻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헌신을 받아주시고,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우리를 돌보아 주십시오. 가끔은 비틀거리더라도, 이내 몸과 마음을 곧추 세워 주님이 앞서 가신 길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아멘.(4/18)

 

자비로우신 하나님, 꽃잎을 다 떨군 벚나무에 초록빛 잎이 돋아났습니다. 화려한 축제 뒤에 찾아온 일상처럼 평온해 보입니다. 하지만 세파에 떠밀리는 우리 마음에는 평안함이 없습니다. 흩어지기 쉬운 마음을 안으로 거두어들여 주님 앞에 바쳐야 하지만, 시간을 주님께 바치는 일에 참 인색한 우리입니다. 우리의 부족함, 벌거벗음, 부끄러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한 채 우리는 바장이고 있습니다. 주님, 이제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주님이 먼저 우리에게 선하심을 보여주셨기에 우리 또한 선을 행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외로운 이들, 크게 벌린 어둠의 입 속으로 뛰어들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주님, 우리로 하여금 그들의 좋은 이웃이 되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마음을 우리 속에 부어주셔서 그들 곁에 선뜻 다가서게 해주십시오. 아멘.(4/25)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름다운 5월의 아침, 온 누리에 주님의 생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삶의 현장을 돌아보면 어지럽고 쓸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주님은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로 우리를 감싸 안고 계십니다. 주님,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허구의 신화에 따라 오늘을 유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경쟁에 몰두하기보다는 협력하며 사는 삶을 먼저 익히게 해주시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참 사람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저들을 비인간의 길로 내모는 이 땅의 교육풍토가 변화되게 해주십시오. 골목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차게 해주시고, 핏기 없는 얼굴로 시무룩하게 지내던 아이들이 벗들과 더불어 운동장을 질주하는 모습을 보게 해주십시오. 생명을 낭비하는 죄로부터 이 시대를 구원해 주십시오. 아멘.(5/2)

 

자비하신 하나님,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보리 이삭이 패어난다는 이 아름다운 계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볍씨를 소독하는 농부들의 분주한 손길을 바라보다가, 문득 우리 삶에 들러붙은 군더더기를 말끔하게 씻어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던 시인의 일갈처럼, 욕망의 몽롱한 도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을 꾸짖어주십시오. 풍요의 단꿈에 젖어 살다보니 우리는 영적인 청맹과니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여 온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경전임을 알지 못한 채, 세속의 골짜기를 바장이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은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우거진 곳이 되었습니다. 이런 우리 마음을 갈아엎어주십시오. 그 속에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심어주십시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모든 순간이 중심이신 주님을 향한 순례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5/9)

 

자비로우신 하나님, '들에 핀 꽃을 보라',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이 새삼 깊은 울림이 되어 다가오는 나날입니다. 흙으로 동물을 만드셔서 아담 앞에 끌어오신 까닭은 '나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초대가 아니었는지요?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를 보며 기뻐하는 것이 인간의 본분임을 절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쁨과 감탄을 잊은 채 살아갑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을 보노라면 깊이 탄식하고 계신 주님의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하신 주님의 음성도 들려옵니다. 자기 이익에 발밭은 이들이 평화의 일꾼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부활절기의 마지막 주일 아침, 죽음의 힘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생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닫게 해주십시오. 아멘. (5/16)

 

자비로우신 하나님, 성령강림절 아침 우리는 마가의 다락방에 모였던 사람들의 심정이 되어 주님을 기다립니다. 골방문을 걸어 잠그고 당혹감과 두려움에서 주께 부르짖었던 이들의 마음이 되짚어지는 나날입니다. 볕 좋은 계절을 지나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삶의 자리는 어지럽기 그지없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어느 한 구석 마음 둘 데가 없습니다. 분주한 일상에 시달리다 보니 우리 영혼은 어느덧 묵정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빈들에 마른 풀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님, 메마른 영혼을 적시는 은혜의 단비로 우리 마음에 오십시오. 골짜기에 불어온 하나님의 생기로 말미암아 해골들이 일어나 하늘 군대가 되었듯이, 오늘 우리 마음에 생기로 불어오십시오. 우리도 이 척박한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하늘 군대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5/23)

 

자비로우신 하나님, 평화 없는 세상살이에 우리는 지쳤습니다. 크고 놀라운 일을 꿈꾸지 않습니다. 다만 반복되는 일상의 일들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싶을 뿐입니다. 시리아에서 참혹하게 학살당한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주님도 그러셨지요? 왜 우리는 서로에게 선물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남을 짓밟으면서라도 더 우월해 보이고 싶은 욕망에 굴복하기 때문이 아닌지요? 주님, 세상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사는 이들에게서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파수꾼아, 날이 새려면 얼마나 더 남았느냐?’ 묻던 이들의 심정이 떠오릅니다. 넘어지는 사람은 붙들어 주시고, 짓눌린 사람은 일으켜 세우시는 주님, 우리도 주님의 성품을 닮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하늘의 창을 여시어 메마른 우리 마음에 은혜의 단비를 내려주십시오. 주님만이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아멘.(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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