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몽골 은총의 숲 이야기 2012년 05월 17일
작성자 김기석

몽골 은총의 숲 이야기

 

봄은 꽃소식과 더불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꽃 한 송이가 핀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피어난 꽃 한 송이는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전령이다. 생강나무, 산수유가 먼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면 뒤질세라 벚꽃도 연분홍 꽃잎을 자랑한다. 개나리, 진달래도 우줄우줄 따라 핀다. 삼각산 어느 암자 곁에 있는 쥐똥나무도 울기 시작한다. 꽃잔치에 참여한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자못 장엄하다.

하지만 봄이 되면 우리는 불청객도 맞이하게 된다. 온 하늘을 뒤덮는 황사가 그것이다. 중국와 몽골에 걸쳐 있는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엄습하는 날이면 사람들은 고뿔에 걸린 듯 마스크를 쓴다. 넓은 초원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꽃의 나라, '용감한 사람들'의 나라, 징기스칸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몽골리아가 신음하고 있다. 몽골 국토의 90%에서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10여 년간 700곳이 넘는 강과 시내가 흐름을 멈췄고, 760개가 넘는 호수에 물이 말랐다고 한다. 마두금 선율과 함께 바람을 타고 초원을 질주하던 흐미 소리가 억눌린 비명처럼 들리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1/3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그 원인일 터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인간의 무절제한 탐욕도 한 몫을 한 것이 분명하다. 과도한 소비생활이 빚어낸 참극이 몽골의 비극을 낳았고, 확대되고 있는 사막으로 인해 황사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볼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했다. '할 수 없다는 말보다 무신론적인 말은 없다'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추진하고 있는 '몽골 은총의 숲 조성 사업'에 우리 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은, 사막화의 거대한 흐름을 막겠다는 당찬 포부 때문은 아니다. 다만 사막화에 무기력하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저항의 표지 하나를 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루쉰의 말을 기억한다. "길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다. 자꾸 가다 보면 생기는 것이다." 이 취지에 공감하여 '녹색꿈헌금'을 봉헌하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고 어딜 다녀왔다든지, 자동차를 많이 운행했다든지, 육류 소비를 많이 했다든지 할 때 교우들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많이 발생시킨 것에 사죄의 뜻으로 그런 헌금을 바치는 것이다. 그 작은 헌신이 모여 몽골 여러 지역에 '은총의 숲'이 조성되고 있다. 사라의 장례를 위해 아브라함이 구입했던 막벨라 굴이 그 땅을 주리라 하셨던 하나님의 약속을 상기시키는 장소가 되었던 것처럼, 은총의 숲이 녹색별 지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상기시키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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