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9 2012년 02월 01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대림절기 한복판을 걷고 있는 우리들이 열린 마음과 믿음으로 주님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우리 속에 있는 모든 어둠을 몰아내시고, 차갑게 식은 마음을 은총으로 덥혀 주십시오. 세상의 가장 비천한 이들 가운데 오고 계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저 고통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몸과 마음이 병든 사람들,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웃과의 불화로 마음의 평강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을 위해 비오니 새로움의 영으로 그들을 소생시켜 주십시오. 주님의 선하심을 사모하는 마음, 자신의 허물을 미워하는 마음,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채워주십시오. 오늘도 내일도 등불 하나를 밝히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이해력을 밝게 해주시고, 우리의 영을 성화시키시어 주님의 자녀답게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12/7)

 

자비로우신 하나님, 찬 바람 부는 거리를 휘적휘적 홀로 걸어가는 사내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습니다.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기보다는 정처 없이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도심의 불빛 저리도 휘황한데 그에 상응하는 온기는 도무지 느낄 수 없습니다. 삶이 분주할수록 외로움 또한 깊어갑니다. 문득 여우도 굴이 있고 새들도 깃들 곳이 있지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2천 년 전 이 땅에 오실 때도 주님은 머무실 곳이 없었습니다. 주님, 지금 어디쯤 오고 계시니까? 어디를 향해 가고 계십니까? 우리들이 주님이 머무실 처소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는 온갖 허섭쓰레기가 가득 차 있어 주님을 모실 수가 없습니다. 주님, 은혜의 강물로 우리 마음 말끔히 씻어주시고, 우리 속에 오시어 좌정하여 주십시오. 아멘.( 12/14)

 

자비로우신 하나님, 길고 긴 어둠의 시간을 보낸 후 신령한 빛 앞에 선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별빛을 따라 주님 계신 곳에 이르렀던 동방박사들처럼, 우리도 상처투성이인 몸과 마음을 이끌고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 부러지고 꺾어진 가지로 선 채 별빛을 받고 있는 저 나무들처럼, 우리도 주님의 빛을 받아 환해지기를 소망합니다.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시는 주님, 성탄의 종소리가 교회 안에서만 울리지 말게 하시고, 아픔과 고통이 있는 곳 어디에나 울려 퍼지게 해주십시오. 지금 울고 있는 사람들,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 절망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사람들, 기댈 곳조차 없어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걷고 계신 주님의 동행이 되게 해주십시오. 굳어진 우리 마음을 도려내시고 누군가를 위해 울 수 있는 새 마음을 심어주십시오. 아멘. (12/21)

 

자비로우신 하나님, 은총처럼 밝아온 새해 아침에 주님을 찬미함이 우리의 기쁨입니다. 새하얀 눈밭에 첫 걸음을 내딛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새날을 시작합니다. 올 한 해 주님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어 주셔서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주님의 의로우심을 전하며 살겠습니다. 언제나 주님께 희망을 두고 주님을 더욱 찬양하며 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을 주님이 머무시는 땅으로 여기고 경건하고 신실하게 살겠습니다. 땅 끝에 선 듯, 우리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찾아오시어 강하고 크신 팔로 안아주십시오. 물기 없는 땅을 오래 걸은 듯, 우리 마음이 지칠 때마다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로 우리를 적셔주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주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깊어지고 맑아지게 해주십시오. 아멘. (12/28)

 

자비하신 하나님, 하얀 눈을 마치 모자처럼 둘러 쓴 산봉우리에 해가 비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차가우면서도 장엄한 그 광경에 넋을 잃고 있다가 문득 느른한 몸짓으로 살아가는 우리 삶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저 차가운 겨울 거리에서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성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삶이 힘겹다며 투덜거리던 우리 모습이 떠올라 죄스러웠습니다. 하나님, 이제는 정말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 무엇이든 하나님이 명하신 일로 알고 지성으로 감당하겠습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총이 도래하는 때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주님을 기뻐함이 우리의 힘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의 삶이 주님께 바치는 우리 이웃들의 기도의 응답이 되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내딛는 모든 발걸음을 주님의 말씀 위에 굳게 세워주십시오. 아멘. (2012/1/4)

 

자비로우신 하나님, 갈등과 분쟁으로 소란스러운 세상을 보며 얼마나 속이 상하십니까?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하게 살 때 주님도 기쁘실 텐데,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채 불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합니다. 마음 둘 곳을 잃어버린 이들이 빚어내는 살풍경에 착한 생명이 자꾸만 위축되고 있습니다. 하나님,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빛을 비춰주십시오. 하나님께서 품부하신 삶을 온전히 살아내도록 그들을 선한 길로 인도해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들이 상처 입은 이들의 따뜻한 품이 되게 해주십시오.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시인의 노래가 사람들의 가슴마다 물결처럼 번져가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빛으로 이 땅을 밝혀주십시오. 아멘.(1/11)

 

자비로우신 하나님, 지난 주간에도 우리는 끝없이 밀려오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지쳤습니다. 마음의 여백이 사라진 자리에 불평과 원망이 깃들었습니다. 함께 도우며 살라 보내주신 이웃들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거룩한 주일 아침, 우리 마음이 가볍습니다. 구름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처럼 늘 한결같으신 주님의 사랑에 접속되었기 때문입니다. “땅이 진동하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흔들리고 비틀거릴 때에, 땅의 기둥을 견고하게 붙드는 자는 바로 나다” 하신 주님을 믿기에, 우리는 넘어진 자리를 딛고 일어섰습니다. 주님, 이제는 칭얼대던 날들을 떠나보내고 주님의 꿈을 가슴에 품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잉태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속에 성령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셔서, 생기 충만함으로 주변을 훈훈하게 바꾸게 해주십시오. 아멘.(1/18)

 

자비로우신 하나님, 처리해야 할 수많은 일들로 인해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문득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길을 걷다가 가끔씩 멈추어 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듯, 그렇게 여유롭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우리에게 그런 호사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멈추어 섬이 없다면 우리는 곧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는 우리 앞에 주님은 가끔 붉은 신호등으로 서계십니다. 가끔은 주님께서 앞길을 막으시는 것 같아 속상하지만 바로 그것이 은총임을 뒤늦게 깨닫곤 합니다. 구름 기둥과 불기둥을 보며 멈춰야 할 때와 떠나야 할 때를 가늠했던 광야 공동체의 지혜를 저희에게도 허락해주십시오. 바람을 향해 돛을 펴는 선원들처럼 우리도 성령의 바람을 향해 마음을 열게 해주십시오. 그 바람으로 인해 우리 영혼이 하늘빛으로 물들게 해주십시오. 아멘.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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