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8 2011년 11월 30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주님의 능력 안에 있을 때 삶은 축제가 되지만, 주님을 잊고 살 때 삶은 잿빛으로 변합니다. 주님을 의지하고 살 때는 이웃들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힘만 의지할 때는 이웃들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분주함’이 신분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 영혼은 메마른 땅처럼 푸석거리기만 합니다. 이 세상에서 받을 몫을 다 받고 사는 이들에 대한 질투심으로 우리 마음은 파리해져갑니다. 걱정과 근심이 늘면서 기쁨을 누릴 줄 아는 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이제 다시 한 번 일어나 하늘을 우러르며 살게 해주십시오. 하나님을 기뻐하는 것이 우리의 힘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빛과 주님의 진리를 보내 주시어, 우리의 길잡이가 되게 해주십시오. 주님을 향해 내딛는 우리의 발걸음마다 평화의 기운이 깃들게 해주십시오. 아멘. (10/5)

 

자비로우신 하나님, 옛 사람과 새 사람의 경계에서 바장이는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고 싶지만 고단한 현실을 핑계로 우리는 늘 주님을 주변으로 밀어내곤 합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청초함을 보면 '하늘 바람에 따라 춤추며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세속의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믿음 없음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주님,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부유함과 힘에 대한 선망에서 벗어나, 생명을 온전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주님의 길을 걷게 해주십시오. 지금 평화가 무너진 세상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 불의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신음하는 피조세계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이들이 몸으로 드리는 예배를 받아주십시오. 아멘. (10/12)

 

 자비로우신 하나님, 가을이 깊어가면서 하나 둘 잎을 떨구는 나무를 바라봅니다. 봄이면 잎을 돋쳐내지만 가을이면 어김없이 그 잎을 버림으로 나무는 그렇게 든든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듬성듬성 잎이 진 나무 위로 비로소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욕망의 허장성세에 스스로 부풀어올라 하늘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가끔 원치 않는 일들이 벌어져 자신의 유한함을 절감할 때, 그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곤 합니다. 이제는 생의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하나님께 돌아서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생의 한 가운데서 주님의 환한 얼굴을 보며 살고 싶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자유롭게 춤을 추는 저 억새처럼 우리도 성령의 바람을 타고 멋진 춤을 추며 살고 싶습니다.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시어 하늘 곡조를 연주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10/19)

 

 자비로우신 하나님, 느슨한 활처럼 엇나가기만 하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하나님의 마음을 향한 순례길에서 벗어나기 일쑤인 우리들입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기에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하신 말씀이 더욱 죄스럽게 다가오는 나날입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 땅의 교회가 주님의 영광이 되지 못하고, 추문거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타락한 성전을 보고 채찍을 드셨던 주님의 노한 얼굴이 떠오릅니다. 주님, 494년 전 당신의 신실한 종 마르틴 루터를 통해 타락한 교회를 새롭게 하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를 통해 이 땅의 교회를 새롭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 우리에게 예수님의 그 뜨거운 피를 주십시오. 예수님의 눈물을 주십시오. 그래서 주님의 심정에 북받쳐 상처 입은 이들을 보듬어 안고, 타락한 역사를 바로 세우는 하늘의 일꾼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10/26)

   

자비로우신 하나님, 참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마른 들판에 꽃을 피우는 일이고, 망망 바다 한가운데 돛을 달고 바람을 기다리는 일이라는 시인의 노래가 더욱 절실한 울림이 되어 다가오는 나날입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빈 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공허함이 아니라 오히려 넉넉함 쉼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때가 언제인지를 분별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일터인 이 세상에서 사랑과 평화의 씨앗을 심고, 또 알찬 결실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주님이 창조하시고 보기에 좋다 하셨던 세상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빚어낸 참상입니다. 이제는 잎 진 저 나무들처럼 우리 삶의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제공하는 행복을 누리며 살게 해주십시오. 주님과 함께 주님을 향해 걷는 우리의 발걸음을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켜주십시오. 아멘. (11/2)

   

자비로우신 하나님, 한 주간 동안의 힘겨운 일상을 뒤로 하고 주님을 우러르는 복된 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아보니 우리가 걸어온 길 어지럽기 그지없습니다. 마음에 남는 헛헛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주님은 ‘나를 보내신 분이 뜻을 행하고, 그 분의 일을 이루는 것이 나의 양식’이라 하셨습니다. 그 양식을 먹지 못해 우리 영혼은 파리해졌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살고 싶습니다. 중심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지체시켰던 거짓 주인들을 물리치고, 태산보다 더 든든하게 은총으로 지켜주시는 주님만 바라보겠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사를 꿰뚫어볼 수 있는 올바른 통찰력과 능력을 주십시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주님의 길을 떠나지 않는 굳건함을 허락해주십시오. 아멘. (11/9)

   

자비로우신 하나님, 초겨울 바람에 몸을 곱송그리고 걷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저마다 지고 가는 인생의 짐이 무거운 듯 발걸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른 잎을 다 떨구고 졸가리로 선 나무들은 마치 삶의 엄정함을 가르치듯 우리 앞에 우뚝 서있습니다. 겨울나기를 위한 나무의 구조조정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를 살림살이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오순절기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주님의 숨결로 우리를 새롭게 빚어주십시오. 주님의 심정을 우리에게 심어 주십시오. 소외된 이들 곁에 다가 서시고, 지도자들의 불의와 위선을 가감 없이 폭로하셨던 주님의 용기를 주십시오. 지금 가슴 시린 이들 곁에 다가가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날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뻐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 (11/16)  

 

자비로우신 하나님,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오실 주님을 맞이해야 할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모든 것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때이지만 우리는 외부로 향하던 마음을 거두어 주님 앞에 바칩니다. 우리 마음에, 우리가 맺는 관계 속에, 이 척박한 역사 속에 오소서. 오셔서 마땅히 해야 할 일, 마땅히 가야 할 길 깨우쳐 주십시오. 한미 FTA 협정 체결이 이 땅에 몰고 올 변화가 두렵습니다. 부디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이 더 깊은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지켜주십시오. 하나님이 거하시는 이 땅이 약자들의 한숨과 눈물과 피로 물들지 않도록 돌보아주십시오. 또한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야 할 이 땅의 교회가 성령의 능력 안에서 한 마음 한 뜻이 되게 해주시고, 풍요와 편리의 신화에 취한 사람들에게 참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11/23)

   

자비로우신 하나님, 대림절 초에 불을 밝히며 윤동주 시인이 떠올랐습니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그의 마음이 이리도 가슴 저미게 느꺼워지는 것은 우리 시대의 어둠에 지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공의 불빛은 저리도 휘황하건만 우리들의 마음에 드리운 어둠은 물러갈 줄을 모릅니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았습니다. 즐거운 얼굴, 환한 얼굴, 기쁨에 찬 얼굴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얼굴, 생각만 해도 우리 속에 깃든 욕심이 스러지는 그런 얼굴을 만나고 싶습니다. 스데반은 가슴에 주님을 품었기에 얼굴이 마치 천사와 같았다 들었습니다. 주님, 간절히 원합니다. 주님의 환한 얼굴 우리에게 보여주십시오. 그 환한 빛 가슴에 품어 시대의 어둠을 몰아내는 신령한 빛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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