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7 2011년 09월 27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늘 물기 많은 목소리로 주님을 부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마치 세상의 주인이라도 된 듯 으스대며 살다가도,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지레 비명부터 지르곤 하는 우리들입니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기어코 꽃을 피어내는 상사화를 보았습니다. 그 의연하고 늠름한 자태를 보며 부끄러웠습니다. 그 꽃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진리의 길을 걷지 못하는 우리를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주님,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어라’ 하심으로 그의 손을 회복시켜 주셨던 것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향해 손을 내밀지 못하는 우리의 손도 회복시켜 주십시오.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갈 때 삶의 비애는 그치고, 우리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움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이 한 주간, 주님과 동행하는 이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십시오. 아멘.(8/3)

 

자비로우신 하나님, 온통 초록으로 일렁이던 나뭇잎에 애잔잔하게 내려앉는 비낀 볕을 봅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고 노래했던 전도자의 지혜가 사뭇 경건하게 느껴지는 나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를 분별하지 못하고 삽니다. 때를 앞당기려는 조바심과 때를 놓치고 말았다는 후회 사이를 바장이면서 우리는 이렇게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주님, 우리 영의 눈을 열어주십시오. 삶의 모든 순간, 우리에게 당도하는 주님의 은혜를 깨닫게 해주십시오. 예순 여섯 번째 광복절을 맞이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분단의 질곡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민족을 긍휼히 여기시어 남과 북 사이의 적대감이 사라지게 해주시고, 하나됨을 향한 조심스런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멘. (8/10)

 

자비로우신 하나님, 먼 길을 돌고 또 돌아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험한 풍랑에 시달리던 뱃사람이 항구에 이르러 닻을 내리듯, 주님의 사랑 안에 우리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애태우셨던 주님의 심정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주님, 우리의 반항적인 의지를 정복하시고, 불평하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십시오. 애정과 엄격함으로 우리를 고쳐주십시오. 천한 욕망으로 주님의 사랑을 욕되게 했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세찬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기어코 몸을 곧추 세워 알곡을 익혀가는 벼를 바라봅니다. 삶은 그렇게도 처연하고 엄숙한 것인지요? 어려운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려운 일을 만나도 무너지지 않게 도우시는 주님의 은총에 늘 감읍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이 한 주간 동안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주님의 평강이 새겨지게 해주십시오. 아멘.(8/17)

 

미쁘신 주님, 믿음 없는 우리가 주님 앞에 엎드립니다. 세상길 재우쳐 달리느라 지친 마음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멋지게 살고 싶었지만 여전히 옛 삶의 인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더러워진 마음 가지고 나왔습니다. 예수의 옷자락을 만지기만 해도 열두 해 묵은 병이 나으리라 믿었던 그 여인의 믿음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십시오. 눅진눅진한 옷가지를 거풍시키듯, 우리 속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십시오. 그러면 낫을 벼려 두렁을 깎고, 논밭에 덮인 모래를 걷어내는 농부들처럼 우리도 싹싹한 주님의 일꾼이 될 수 있겠나이다. 달콤한 말, 위협적인 말에 속고, 들큰한 맛에 취해 하나님이 주신 본딧마음을 잃어버렸던 우리들입니다. 이제는 돌이켜 주님의 뜻만 든든히 붙잡는 새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우리를 새롭게 빚어주십시오. 아멘. (8/24)

 

자비로우신 하나님, 하늘을 나는 잠자리의 비행이 한가롭습니다. 사람 사는 땅에서는 언제나 눈물과 한숨 그치지 않지만, 자연은 무심코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새처럼 불안함을 느끼며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낮의 밝음도, 한밤의 어둠도, 삶도 죽음도 모두 주님 손에 있습니다. 온전히 맡기고, 온전히 신뢰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가 어둠 속을 방황할 때 부디 빛이 되어주시고, 저물지 않는 태양이 되어 주십시오.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도 문득 하나님을 우러르게 해주시고, 하나님의 마음을 기준음 삼아 우리 마음을 조율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시간 여행자이면서도 언제나 영원의 빛을 받아 살아가게 해주시고, 햇볕을 받아 여물어가는 저 알곡들처럼 우리도 성숙한 믿음의 사람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 한 주간 동안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사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8/31)

 

은혜로우신 하나님, 한가위를 앞두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상기되었습니다. 선물꾸러미를 든 채 옅은 미소를 짓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두루 원만해지는 저 달처럼 우리들의 모난 마음도 둥글어지게 해주십시오. 이 땅 도처에서 부드러운 표정, 따뜻한 시선, 감싸주는 말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해주십시오. 명절이 되면 더욱 외로운 이들을 기억해주시고, 그들 가슴에 깃드는 외로움을 주님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십시오. 오늘은 이 땅에 있는 교회들의 하나됨을 확인하는 날입니다. 세상 도처에서 교회를 향한 날선 소리들이 들려오는 시대입니다. 모든 차이를 넘어 서로 소통하게 하시고 일치를 이루시는 주님의 영으로 우리를 사로잡아 주십시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교회가 하나님의 현존을 몸으로 증언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9/7)

 

자비로우신 하나님, 흰 이슬로 내리시는 주님의 은총으로 우리를 든든히 붙들어주십시오. 가인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평화로울 날이 없습니다. 라멕의 성마른 외침이 가슴을 파고들고, 바벨탑을 쌓는 이들의 교만한 웃음이 우리 속에 피멍을 남깁니다. 온유하고 겸손하고 정겨운 사람이 되어 살고 싶은 우리의 바람은 현실이라는 태풍 앞에 가물거리기 일쑤입니다. 주님, 바람 부는 날을 기다려 둥지를 만드는 새들처럼, 가장 어두울 때 오히려 인간의 등불을 밝히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주님을 외롭게 하지 않는 저희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눈길이 닿는 곳에 우리의 눈길도 닿게 하시고, 주님이 머무시는 곳에 우리도 머물게 해주십시오. 우리 곁을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이들도 우리에게서 문득 하늘의 청신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아멘. (9/14)

 

자비로우신 하나님, 가을바람 건듯 불어오더니 마치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 듯 세상이 맑습니다. 깨끗해진 하늘과 땅이 우리 마음을 너그럽고 넉넉하게 만들었습니다. 깨끗한 산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맑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가슴 한켠이 시려왔습니다. 세상이 이렇게도 팍팍해진 것은 우리 마음이 어두워졌기 때문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얼굴에 하늘빛이 서려 있지 못해 이웃들은 하늘을 보지 못합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사는 우리의 죄입니다. 주님,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여름내 눅진눅진해진 이불을 내다 널듯 우리 영혼을 주님의 은총으로 새롭게 하여 주십시오. 상한 갈대 같은 우리들이지만, 하나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시어 아름다운 하늘의 곡조를 연주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우리의 믿음 없음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아멘.(9/21)

 

자비로우신 하나님,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니 절로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제 몫을 남김없이 이룬 저 황금 들녘은 작은 시련 앞에서도 비명부터 질러대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품부된 저마다의 삶의 몫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도록 힘과 능력을 더하여주십시오. 세계성찬주일을 맞이하여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모든 이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십시오. 주님과의 깊은 일치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주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고, 주님의 손이 되어 세상을 섬기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의 삶이, 누군가가 주님께 바치는 기도의 응답이 되게 해주십시오. 말은 덜 하되 누군가를 돕는 데는 동작이 굼뜨지 않은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 가을에 우리 영혼을 아름다운 하늘빛으로 물들여 주십시오. 아멘.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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