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가장 아름다운 음악 2011년 09월 16일
작성자 김기석

가장 아름다운 음악

 

신학자, 설교가, 작곡가, 라인강 유역의 위대한 신비가, 수녀원장, 약초 전문가 등으로 불리던 중세의 여성을 아는가? 3살 때부터 특별한 환상을 보기 시작했고 8살에 수녀원에 위탁되어 한 평생을 주의 일을 위해 헌신한 여성, 최근에는 그가 남긴 음악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여성. 그는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이다. 9월 17일은 힐데가르트가 세상을 떠난 날, 곧 그의 축일이었다. 그를 추념하며 그의 곡이 담긴 음반을 전축에 걸어놓고 눈을 감았다. 심란했던 마음이 잦아들면서 꿈결처럼 그의 밤 기도가 떠올랐다.

“오, 하나님/당신의 한결같은 사랑보다 값진 것/저에게는 없나이다./당신 날개 그늘 아래 몸을 숨기고/풍성한 잔치를 즐기나이다.//당신의 은총의 강에/이 몸을 맡기나이다.//당신과 함께 있는 곳 거기에서/생명의 샘이 솟아나고/오직 당신의 빛 안에서만/제가 빛을 보기 때문입니다.”

거칠고 메말랐던 마음이 누긋해지고, 어둑어둑했던 기억의 뒤안길에 빛이 새어들기 시작하자 내게 상처를 입힌 사람들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율이 만들어내는 은총의 강물에 몸을 맡긴 채 두둥실 떠다니자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게도 아름다운 음악은 치유의 힘으로 다가왔다.

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장벽 앞에 앉아 바흐를 연주했던 로스트로포비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현장에서 듣진 못했지만 그 광경 하나만으로도 음악이 만들어내는 감동의 극대치를 공유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얽히고설킨 인간사의 매듭을 풀어가는 하늘의 섭리를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 이후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 문화와 문화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장벽을 철폐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 감독 일행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는 방문 전,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떠나 음악을 통해 북한과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자신의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방북을 통해 조선예술교류협회와 더불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음악 교육과 교향악단 교환 연주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한다. 남북의 대치 속에서 끊어진 마음의 현을 하나로 잇기를 고대하고 있는 그의 마음이 기껍기 이를 데 없다.

남북을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가르고 있는 휴전선이 무너지는 현장에서 남북의 음악인들이 함께 ‘평화의 노래’를 연주할 날을 꿈꿔본다. 그 날은 기어코 오고야 말 것이다. 현실이 아무리 힘겹다 해도 꿈조차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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