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6 2011년 07월 26일
작성자 김기석

자비로우신 하나님, 노란색 감꽃이 진 자리에 아주 작은 감이 달린 것을 보았습니다. 화려하지 않아 사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소박한 감꽃이지만, 그 피었던 자리마다 어김없이 열매를 남겨 놓았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알아주든 말든, 제 할 일을 하고 홀연히 떠나간 그 꽃을 보며 머리 숙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살아갈 걱정, 세상 걱정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공중에 나는 새를 보아라’, ‘들에 핀 꽃을 보아라’ 일러주시던 주님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독극물에 오염된 땅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대학문을 나서며 빚쟁이가 되고 마는 젊은이들의 한숨이 깊기만 합니다. 주님, 그런 신음소리를 감사의 노래로, 한숨 소리를 기쁨의 탄성으로 바꾸기 위해 일하는 당신의 일꾼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아멘. (6/1)

 

 

자비로우신 하나님, 골방 문을 잠근 채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의 모습을 생각해봅니다. 목자 잃은 양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다만 주님 앞에 엎드려 자비를 빌 때, 주님은 약속하신 대로 성령의 은혜를 저들에게 베푸셨습니다. 그들 내면에 하늘 바람이 불어오자 예속은 자유로, 슬픔은 기쁨으로, 두려움은 용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무덤과도 같았던 골방 문을 열고 나와 세상을 마주보고 예수님이 생명이라고, 자유라고, 구원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때리고 가두고 위협했지만 그들의 입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었습니다. 주님, 우리에게도 성령의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제는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 생명의 일꾼, 평화의 일꾼으로 살고 싶습니다. 오소서. 성령님! 오셔서 마른 뼈와 같은 우리들을 일으켜 하늘 군대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6/8)

 

 

자비로우신 하나님, 삼위일체주일을 맞이하여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증오와 폭력으로 말미암아 찢길 대로 찢긴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지쳤습니다. 일상 속에서 늘 마주치는 냉소적이고 퉁명스런 말, 차갑고 거친 시선, 무례하고 난폭한 행동이 우리 영혼에 어둠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삼위일체 하나님의 그 놀라운 사랑과 신뢰와 일치를 사모합니다. 세상의 어떤 일도 깨뜨릴 수 없는 그 부드럽고도 단단한 일치를 우리도 배우게 해주십시오. 형제자매의 눈에서 티끌을 빼주겠다는 오만함을 버리게 해주시고, 제 욕심 차리기 위해 이웃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도 삼가게 해주십시오. 이 땅에 있는 교회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과 신뢰와 일치를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주님, 갈라진 우리를 하나로 묶는 일치의 끈으로 오시옵소서. 아멘. (6/15)

 

 

자비로우신 하나님, 벌써 한 여름인 듯 무덥습니다. 한 해의 절반을 속절없이 흘려보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새롭게 살아보자는 새해 첫날의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습관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를 책망하셨던 주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이제 다시 한 번 몸과 마음을 추슬러 하늘 순례자로 살겠습니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일어주시고, 그릇된 길로 갈 때마다 꾸짖어 주십시오. 61년 전 전쟁으로 말미암아 찢긴 이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는데, 평화의 길은 멀기만 합니다. 막힌 담을 허무시어 나뉜 것을 하나 되게 하시는 주님, 이 땅은 언제나 회복되겠습니까? 먼저 우리들 내면에 깃든 담부터 무너지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더디더라도 꾸준히 평화를 향해 전진하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6/22)

 

 

자비로우신 하나님, 일 년의 절반을 보내고 새로운 절반 앞에 서 있습니다. 거룩하게 살고 싶었고, 늘 기뻐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삶은 추레하고 정신은 흐릿합니다.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하나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로 인해 우리 마음도 다 축축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의 햇살을 환히 비춰주십시오. 주님으로 인해 기뻐하고, 주님으로 인해 생기 충만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더불어 살라 하신 이웃들을 부둥켜안을 때 우리 팔이 한 없이 늘어나게 해주십시오. 갈등과 분열의 골짜기에 화해의 다리를 놓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이제 교만한 마음, 인색한 마음, 무정한 마음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의 마음만 꼭 붙들게 해주십시오. 주님만이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아멘. (6/29)

 

 

자비로우신 하나님, 기쁨과 슬픔이 갈마드는 인생길에서 방황하던 우리들이 주님 앞에 섰습니다. 얽히고설킨 감정의 실타래를 풀 지혜와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 우리 마음에 빛을 창조해주십시오. 그 신령한 세상을 보고, 이웃을 보고, 자신을 성찰하게 해주십시오. 지금 생존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슬피 우는 이 땅의 어머니들을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라헬의 울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평화의 세상을 열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가 맛 잃은 소금처럼 길바닥에 내던져지고 있습니다. 이제 영적 오만과 게으름을 떨쳐버리고, 세상의 그늘진 곳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께 바치는 우리의 사랑이 점점 깊어지게 해주십시오. 아멘.(7/6)

 

 

자비로우신 하나님, 먹장구름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이 반갑듯이 오롯이 주님만 우러르는 이 날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속에 잠겨버린 집과 농작물을 바라보며 탄식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등불을 밝혀들고 어둔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이들을 보면 부끄러워집니다. 주님, 지금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십시오. 지금, 이웃의 아픔 속에서 하나님의 눈물을 보는 이들의 마음을 꼭 붙들어주십시오. 주님께 나아가는 길은 고통을 겪는 이웃들을 통해 나있음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의 삶이 주님을 향한 순례가 되게 해주십시오. 그 길 위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하게 해주시고, 덧거친 세상에 사느라 굳어진 우리 가슴에 생명에 대한 경이감이 가득 차오르게 해주십시오. 아멘.(7/13)

 

 

지극히 은혜로우신 하나님, 사람 마음이 참 변덕스럽습니다. 장맛비가 내릴 때는 해가 그립더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니 그늘이 그리워집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을 하나님의 선물로 받지 못하고 늘 투덜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허망한 일로 뜨거워진 마음에 주님의 찬 손 얹어주시고, 잔뜩 부푼 마음은 가라앉혀 주십시오. 지금 뙤약볕 밑을 걸어가듯 목마름과 힘겨움에 허덕이는 이들을 위로해주시고, 우리가 그들의 좋은 이웃이 되게 해주십시오. 교회마다 여름 성경학교를 진행하느라 분주한 때입니다. 교사들이 땀 흘려 뿌리는 복음의 씨, 참 사람의 씨가 헛되이 허비되지 않도록 지켜주십시오. 안전하고 유익하고 즐거운 성경학교를 통해 학생들은 평생토록 꼭 붙들고 살아갈 말씀과 만나게 해주십시오. 아멘. (7/20)

 

 

우리의 구원자시요 반석이신 하나님, 세상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일들로 인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십니까?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은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참극으로 인해 또다시 찢기고 말았습니다. 콩알 반쪽이라도 나누어먹던 지난날의 살풋한 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이웃에 대한 원망과 질시뿐입니다. 물질이 늘어나고 생활이 편리해질수록 우리 마음은 점점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흉포함을 보시고 사람 지으신 것을 후회하셨던 주님,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철없는 인류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이제 재와 티끌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삶의 근본을 돌이켜보게 해주십시오. 사랑과 돌봄과 나눔이야말로 인류가 되찾아야 할 성배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 입의 말과 마음의 생각이 언제나 주님의 마음에 들도록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아멘. (7/27)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