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5 2011년 05월 28일
작성자 김기석

CBS 기도문

 

 

이른 비와 늦은 비로 은택을 입혀주시는 하나님,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를 맞고 초목은 다투듯 돋아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를 반길 수만은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방사능의 공포가 스멀스멀 우리의 의식에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계시록에 등장하는 천사의 나팔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땅과 바다와 강의 삼분의 일이 타격을 입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두려움과 떨림이 우리에게 몰려옵니다. 풍요와 편리함에 중독된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자기 삶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주님,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가 먼저 돌이켜 생명 살림의 길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성도들로 인해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새로운 문화가 이 땅에 깊이 뿌리내리게 해주십시오. 이 봄, 교회와 성도들의 가슴에 그리스도 꽃이 피어나 생명의 향기를 발하게 해주십시오. 아멘. (4/6)

   

자비하신 하나님, 이 아름다운 봄날, 우리는 나귀 등에 앉으신 채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오고, 덩달아 흥분한 아이들은 앞뒤로 내달립니다. 제자들도 상기된 표정입니다. 그렇지만 주님만 홀로 고요하십니다. 주님의 표정은 차라리 쓸쓸합니다. 그 길이 영광의 길이 아니라 수난의 길임을 안 이는 오직 주님뿐이셨습니다. 주님, 지금도 쓸쓸하십니까? 주님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오늘의 교회 때문에, 고난은 한사코 거부하면서 영광만 구하는 성도들 때문에 말입니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우리의 삶은 풍족한 듯 하여도 생명의 양식이 바닥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이제는 배부르게 못할 것을 얻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주님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4/13)

   

자비하신 하나님,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오늘 우리 마음이 환합니다. 고치를 뚫고 나온 나비가 봄기운을 만끽하며 훨훨 날듯이 우리도 그렇게 자유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은 이미 굴려졌습니다. 빈 무덤은 죽음이 생명을 이길 수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무덤에서 새나오는 저 빛으로 세상은 바야흐로 환해졌습니다. 부활절 아침,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 아무나 붙들고 ‘나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주님, 사람들의 찬미 소리가 넘치는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슬픔에 짓눌린 사람들,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려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십니까? 주님, 우리도 가겠습니다. 그곳에 가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살겠습니다. 그 길 위에서 문득 영생의 문턱을 넘고 싶습니다. 주님, 우리의 동행이 되어 주십시오. 아멘.(4/20)

   

이른 비와 늦은 비로 은택을 입히시는 주님, 덧없이 흘러가는 세상사가 심란하기 이를 데 없지만, 5월의 신록은 싱그럽기만 합니다. 이런저런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 편할 날 없는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가끔은 주님의 품에 안겨 울고 싶기도 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살라 이르셨건만 우리는 가파른 시선으로 서로를 응시합니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찾아내고 비난하는 일에는 솜씨를 발휘하지만, 돌보고, 보듬어 안고, 북돋는 일에는 미숙합니다. 섬기라 하셨지만 높임받기를 바라며 삽니다. 주님, 옛 사람의 옷을 이제는 벗고 싶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우리의 옛 존재를 녹여주시고, 주님의 형상을 따라 새 사람으로 빚어주십시오. 어린이 같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을 신뢰하게 하시고, 주님의 뜻을 수행하는 일에는 사자와 같이 용기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4/27)

   

자비하신 하나님, 아름다운 5월의 아침 주님을 찬미함이 우리의 기쁨입니다. 도시라는 광야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비틀거리는 낙타처럼 살던 우리들이오나, 이제 가쁜 숨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세파에 부대끼느라 우리 영혼은 파리해졌고, 우리 눈은 편견의 비늘에 덮여 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전한 마음으로 주님 뜻 받들고 싶지만, 여러 가지 염려와 근심이 우리를 놓아주질 않습니다. 주님, 우리 속에 있는 굳은살 같은 마음은 도려내주시고, 새 살과 같은 마음을 채워주십시오. 영혼의 눈을 떠 주님의 일하심을 보게 해주십시오. 주님께서 친히 창조의 파트너로 삼으신 이 땅의 모든 어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시고, 달려갈 길 다 마치는 그 날까지 주님과 동행하는 지복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싱그럽게 돋아나는 저 신록처럼 우리 영혼도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하게 해주십시오. 아멘. (5/4)

 

참 좋으신 하나님, 논두렁 밭두렁에 찰랑거리는 초록빛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가끔은 세상사 다 잊어버리고 초록빛에 물들고 싶은 나날입니다. 주님의 몸인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송구스러운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오늘의 교회를 향해 생명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변명할 말이 없습니다. 주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주님을 닮지 못한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생기를 불어넣으셨던 주님의 그 포근하고 넉넉한 사랑이 우리에게 없습니다. 봄비에 보드러워진 흙이 생명을 품어 기르듯, 주님의 은총으로 우리를 새롭게 빚어 생명의 일꾼이 되게 해주십시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해 우리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이제는 잘 벗고, 잘 내려놓는 사람이 되어 성령의 바람을 타고 훨훨 신명한 생명의 춤을 추게 해주십시오. 아멘. (5/11)

 

자비로우신 하나님, 오늘부터 시작되는 한 주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시는 분은 오직 주님뿐이십니다. 우리는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감사와 분노, 충만함과 빈곤 사이를 분주하게 오갑니다. 불안은 어느새 우리 삶의 배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님, 우리의 마음을 어둠으로 이끌어가는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진액이 말라버린 달팽이처럼 우리는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앞으로만 달려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늠하는 지혜를 허락해주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시어, 오직 주님을 섬기려는 간절한 마음이 우리 속에서 꽃처럼 피어나게 해주십시오. 날마다 성결한 삶을 살게 하시고, 욕망을 부추기는 세상의 나팔소리에 따라 걷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 삶이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가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 (5/18)

   

자비로우신 하나님, 주님의 마음을 품고 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이웃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우리 속에 파문을 일으키고, 동료들의 싸늘한 눈빛이 우리 마음을 시들게 만듭니다.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면서도 마음의 외로움이 스러지지 않는 것은 우리 내면이 부실한 까닭입니다. 삶의 작은 파도에도 희뜩거리며 어쩔 줄 모르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온 세상을 채울 듯 번져가는 저 초록의 물결처럼 우리도 주님의 생기를 받아 세상을 푸르게 만드는 사람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마른 뼈의 골짜기에 불었던 그 바람을 오늘 우리 가운데 보내주시어, 무기력의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하늘 군대를 이루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이들의 모든 이들의 가슴에 사랑의 심지를 박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심지에 주님의 은총의 불을 친히 붙여주십시오. 아멘. (5/25)

목록편집삭제

정병철(11 06-19 11:06)
감사합니다 목사님.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