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4 2011년 03월 30일
작성자 김기석

기도문

 

생명의 주 하나님, 주님은 따스한 햇살을 비추시어 새싹이 돋아나게 하고, 천둥소리로 땅 속의 미물조차 깨어나게 하십니다. 귀 밝은 이들은 고로쇠나무에 물오르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주님,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도, 욕망과 거짓의 포로생활을 청산하고 영혼이 아름다운 새 사람으로 깨어나고 싶습니다. 불의와 거짓 앞에서는 사자처럼 용맹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향해서는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외로운 사람들의 벗이 되어주고, 버림받은 이들의 설 땅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해 추문거리로 전락한 이 땅의 교회들을 긍휼히 여겨주시고, 하나님만을 두려워하고, 예수님만을 자랑하고, 죄짓는 것만을 부끄러워하는 당신의 백성들을 일으켜 세워주십시오. 우리로 인해 주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해주십시오. 아멘. (3/2)

 

자비하신 하나님, 길 언저리 소복한 양지마다 잡초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남녘에서는 벌써 꽃소식도 들려옵니다. 맨살로 바람 앞에 서면 마치 봄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영혼의 봄은 아직 이르지 않았습니다. 변화가 가져올 불편함이 싫어 우리는 옛 삶의 방식에 안주하려 합니다. 죽음을 통해서만 새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낡은 껍질을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사순절 순례의 여정에 오른 우리, 인생이 순례임을 깨닫게 해주시고, 순례길에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덜어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돛을 펴는 선원들처럼 우리도 성령의 바람을 향해 몸과 마음을 열게 해주십시오.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주님을 향해 항해하는 천국의 순례자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멘.(3/9)

 

 

주님,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해일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작음을 절감하는 나날입니다. 하나님, 어디에 계십니까?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망연자실한 채 하늘을 바라보는 저들의 퀭한 눈망울은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에 대한 의문부호입니다. 우리는 그 엄청난 재난 앞에서 그저 입을 다물 뿐입니다. 시편 시인의 기도가 떠오릅니다. “무서움이 날마다 홍수처럼 나를 에워쌌으며, 사방에서 나를 둘러쌌습니다. 주님께서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웃을 내게서 떼어놓으셨으니, 오직 어둠만이 나의 친구입니다.” 주님,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이웃이 되겠습니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겠습니다. 그들의 멍든 가슴에 빛을 가져가겠습니다. 재난 앞에서 인류는 하나입니다. 주님, 이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공감하는 사랑 밖에는 없음을 믿습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그 사랑을 가득 채워주십시오. 아멘. (3/16)

 

 

자비하신 하나님, 꽃샘추위 속에서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산수유 노랑 꽃망울을 바라보다가, 그것이 마치 하나님이 인류에게 내미시는 사랑의 손길인 듯싶어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픔의 땅, 고통의 땅, 눈물의 골짜기에 살고 있지만, 돌보시고 이끄시는 주님의 은총을 믿기에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주님, 우리가 허락받은 삶의 기회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늘 자각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며 살게 해주십시오. 만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깃든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성품의 씨앗을 보게 해주시고, 그것을 호명하여 불러내는 이들이 되게 해주십시오. 지금 울고 있는 사람, 지금 망연자실한 눈길로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좋은 이웃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 현장에서 문득 주님과 만나는 예기치 않은 기쁨을 맛보게 해주십시오. 아멘. (3/23)

 

 

주님, 청명을 눈앞에 두고 사위를 둘러보니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나지막한 야산으로 번져가는 연둣빛 물결을 볼 때마다 문득 무릎을 꿇고 싶어집니다. 그 얼마나 거룩하고 신성한 번짐인지요? 들꽃 한 송이 속에서도 하나님의 현존을 알아차리셨던 예수님의 그 마음을 알듯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 눈을 돌려 사람 사는 땅을 바라보면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사람들은 방사능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고, 정부 정책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은 심각합니다. 과도한 경쟁에 시달리던 젊은이들은 목숨을 버리고, 청소년들은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척박한 땅을 거니셨던 주님은 지금도 인정이 메말라버린 이 세상을 떠돌고 계십니다. 주님의 마음을 우리 속에 불어넣어주십시오. 우리 가운데 오시어 우리를 당신의 몸으로 삼아주십시오. 아멘. (3/30)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