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목사님 컬럼

제목 cbs 기도문3 2011년 02월 23일
작성자 김기석

CBS 기도문 

 

 

자비하신 하나님, 소한 절기의 매서운 추위가 옷깃을 파고들 때, 문득 알몸으로 오시는 주님이 생각났습니다. 주님 얼마나 추우십니까?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얼마나 속이 상하십니까? 생명의 향기를 발하기는커녕, 욕망의 악취를 풍기는 교회를 보며 세상은 노골적으로 손가락질을 합니다. 망연한 눈길로 눈 덮인 야산을 바라보는데 ‘스알야숩’이라는 단어가 천둥처럼 들려왔습니다. ‘남은 자가 돌아올 것이다.’ 주님, 정녕 이 땅에 남은 자가 있습니까? 정말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렵니까? 이제 다시한번 청합니다. 성전에서 흘러나와 죽은 생명을 되살리고, 염전으로 변한 땅을 옥토로 바꾸었던 그 생명의 강물이 이 땅 구석구석에 다시 흐르게 해주십시오. 그 흐름을 타고 우리도 신명난 삶을 살게 해주십시오. 아멘.(1/5)

 

 

자비하신 하나님, 히브리 시인의 시를 읊조리다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만군의 주님, 나의 왕, 나의 하나님, 참새도 주님의 제단 곁에서 제 집을 짓고, 제비도 새끼 칠 보금자리를 얻습니다.” 어찌 참새와 제비뿐이겠습니까? 주님의 호흡에서 나온 모든 생명을 주님은 귀히 여기십니다. 하지만 지금 이 땅 곳곳에서 피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땅에 묻히는 무고한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그들을 떠나보내는 축산농민들의 숨죽인 울음소리가 아프게 들려옵니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이런 반생명적인 사태를 보면서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아픔이 떠올랐습니다. 만물의 회복을 바라시는 주님의 꿈은 가뭇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마른 해골처럼 버성기는 우리들 가슴에 하나님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십시오. 그래서 주님의 뜻을 행하는 하늘 군대로 거듭나게 해주십시오. 아멘.(1/12)

 

 

자비하신 하나님, 온 겨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한기가 감도는 방에 누워 아침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가난한 이웃들의 마음은 영문모를 서러움에 찢기고 있습니다. 한뎃잠을 자는 사람들, 무료 급식소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이 죄스럽게 느껴집니다. 주님의 벗들은 그렇게 서럽게 이 겨울을 견디고 있습니다. 주님, 우리로 하여금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부질없는 욕망의 포로생활에서 벗어나 오늘 우리에게 허락된 것들을 감사함으로 누리게 해주시고, 이웃들을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는 용기도 허락해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진정한 평화는 나눔과 섬김과 돌봄을 통해 이 땅에 유입됨을 온 몸으로 깨닫게 해주십시오. 이 추운 겨울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우리가 봄소식이 되어 다가가게 해주십시오. 아멘.(1/19)

 

 

자비하신 하나님, 지난 한 달 동안도 우리를 사랑 가운데서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꽃이 지지 않는 이 세상에 살면서도 여전히 희망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시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일에 우리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초대에 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사는 동안 무거워진 마음 부릴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 앞에 우리 마음을 내려놓게 해주십시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에게 손을 내미시고, 그들의 아픔을 대신 아파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배우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뜻을 다 헤아릴 순 없어도 주님의 의로우심을 노래하며 살고 싶습니다. 인생이 제아무리 가시밭길이라 해도 그 속에 사랑의 보금자리를 짓고 싶습니다. 주님을 기뻐하는 것이 우리의 힘임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멘,(1/26)

 

 

자비하신 하나님, 입춘 무렵, 마치 언제 혹한이 있었느냐는 듯 날이 푸근해졌습니다. 혹한의 시간이 지나갔는지요? 가난하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이 이제는 기지개를 펴도 되는지요? 따스한 햇살이 한 줌 내려쬐자 얼어붙었던 대지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눈석임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찬양처럼 들리는 날들입니다. 주님, 자연의 질서는 이처럼 변함이 없건만 사람살이의 마당은 언제나 혼돈입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의 물결을 경이롭게 바라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노예적 굴종을 언제까지나 받아들일 수 없음을 그 물결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디 그 땅에 평화를 주십시오. 그 평화의 씨앗을 짓밟으려는 일체의 시도를 물리쳐 주시고, 그 기회를 이용해 제 배를 불리려는 이들의 음모도 막아주십시오. 주님만이 역사의 주인이심을 모두가 알게 해주십시오. 아멘.(2/2)

 

 

자비하신 하나님, 오늘도 산 자의 땅에서 주님을 찬미함이 우리의 기쁨입니다. 여전히 찬바람이 불지만 양지바른 남녘의 야산에 수줍게 피어난 꽃을 보았습니다. 때가 되자 차가운 대지를 뚫고 솟아나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는 꽃을 보며, 작은 어려움 앞에서도 낙심해 비틀거리는 우리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주님이 이미 우리 곁에 계시건만 우리는 여전히 낯선 땅에서 방황하는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이제는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믿음의 창시자요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보게 해주십시오. 우리 속에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시어 주님의 일에 동참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갈등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화해와 사랑의 사절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늘도 의지할 곳 없어 하늘만 바라보는 착하고 순한 사람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십시오. 아멘.(2/9)

 

 

자비하신 주님, 우수 절기를 맞고 보니 새들이 지저귐이 더욱 부산스러운 것 같습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뭇 생명들이 깨어날 패를 하고 있습니다. 생명은 얼마나 신비한 것인지요? 너무나 오랫동안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하나님의 걸작품임을 잊고 살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사랑을 위해 주어진 선물임도 잊고 살았습니다. 주님, 우리 마음에도 봄바람을 보내주십시오. 우리 영혼에 도사린 두려움과 의혹과 욕망의 덩어리들을 녹여 주십시오. 그 부드러워진 마음에 주님의 뜻을 심어주시고, 그 뜻이 삶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게 해주십시오. 역사의 새 봄을 맞이하고 있는 이집트 사람들을 지켜주시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염원하는 저들의 가녀린 꿈이 꺼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생명과 평화가 넘실대는 세상에 대한 꿈으로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게 해주십시오. 아멘.(2/16)

 

 

자비하신 하나님, 봄을 재촉하는 봄바람이 만물을 설레게 하는 때입니다. 새들은 활발하게 날아오르며 주님을 찬양하고, 새싹들은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주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듬살이가 일어나는 땅 도처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벨의 핏소리가 땅 속에서 들려옵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전투기가 동원되고 하나님의 땅은 더러워졌습니다. 가엾은 아벨의 피는 오늘도 하나님을 향해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주님, 평화의 세상은 아직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허물은 사랑으로 덮어주고,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 이익이 아니라 우정이 지배하는 세상을 이루고 싶습니다. 현실이 어렵다고 하여 우리의 꿈조차 가난해지지 말게 해주십시오. 주님, 지금 세계 도처에서 울고 있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십시오. 아멘.(2/23)

목록편집삭제

정병철(11 03-09 03:03)
감사합니다. 목사님.
삭제